작년 이 맘때에는 마늘장아찌를 담아서 아직도 먹고 있다. 예전엔 여러 종류의 장아찌를 준비해 놓으면 1년 반찬이라고 마음이 푸근했던 생각이 나서 개운하게 먹을 수 있는 마늘쫑 장아찌를 담으려고 마늘종을 주문했다.
"주문한 마늘쫑이 분량이 적어서 장아찌를 못하겠네. 더 주문해야겠다."는 내 말에 딸은
"돼지고기랑 볶으니까 엄청 맛있던데, 그거 만들어야겠어요."라고 한다.
"엄마, 예전에 홍콩 식당에서 먹어봤는데 제가 만들어 볼게요." 하더니
며칠 전 딸은 퇴근하면서 정육점을 들려 돼지고기 목살을 사들고 들어왔다.
볶음요리를 한다고 했을 때 난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마른새우 넣어 볶았던 것만 생각이 나 조금이라도 담그자는 생각으로 절반을 덜어 조그만 용기에 장아찌를 담갔다.
손만 씻고 나와 분주하게 냉장고에서 재료를 꺼내 보던 딸은
"마늘쫑 양이 더 많아야 하는데?"
"응? 더 있어야 해? 난 많을까 봐 작고 예쁜 용기가 있길래 반만 장아찌 담갔어." 했더니
"그때 음식점에서 먹었을 때 고기는 조금, 마늘쫑은 많이. 그래야 그 맛이 날 것 같아서요."
"그럼 오늘은 조금만 해서 먹고 다음에 많이 해 먹자."
딸은 나더러 편히 앉아 있으라며 혼자서 만든다. 도와줄 게 없냐고 물어봤는데 자기가 한다고 한다.
일하고 와서 피곤할 텐데 하면서도 혼자 하겠다는데 옆에 가서 귀찮게 하면 안 될 것 같아 기다리는데 내 귀는 온통 주방에 쏠려 가끔 기웃거려 본다.
돼지고기를 잘게 써는 것 같다. 양념을 하네. 양파도 썰고 있네? 어? 전분 봉지를 꺼내네? 팔각도 꺼내는 것이 보인다. 웍에 올리브유를 붓고 지글지글 촤악! 소리를 내며 재료들이 볶아지는 소리가 순서대로 들린다.
잠시 후
" 다 됐어요~"
어제 사놓은 멍게를 잊고 먹지 않아 꺼내 옆에 차려 놓고 함께 먹는다.
"엄마, 어때요? 내가 요리는 야매로 해요. 맛이 어떨지?"
"음, 맛있어, 맛있다 ~~" 하면서 속으로는 놀라고 있었다.
몇 년 전에 가서 먹어 본 음식의 맛을 기억해 내서 만들다니 신기했다.
고기의 육즙이 새어나가지 말라고 양념할 때 전분을 뿌려서 고기 양념을 했다고 한다.
"식당에서 메뉴 사진과 실제 나온 음식이 차이가 많이 나서 클레임을 걸려고 했는데 맛이 너무 좋아 금방 다 먹은 거예요. 그래서 없던 일로 하고 기분 좋았어요. ㅎㅎㅎ" 하더니 핸드폰을 들고 한 참 사진을 찾는다.
"봐봐요. 엄마. 메뉴 사진은 고기가 이렇게 크고 많잖아요? 근데 나온 것은 간 고기로 볶아 조금 들어가 있는 거였어요~ㅎㅎㅎ"
사진첩을 찾아 보여주는데 두툼한 삼겹살이 마늘쫑 위에 먹음직스럽게 놓여있는 사진이다.
어쨌거나 하하호호, 우리 셋은 돼지고기 마늘종 볶음, 멍게, 식은 밥 한 공기를 셋이 나눠 먹으면서도 행복에 겨워하며 감사했다.
오늘 저녁은 어제 사다 놓은 닭다리로 조림을 한다, 일명 <병아리 떼 뼝뼝뼝>을 만들어 식탁에 차려 놓으니 "이게 뭐에요?" 한다. 딸에게 속닥속닥 설명을 해준다. 이탈리아에 계신 브런치 작가님이 만든 요리라고~
@내가 꿈꾸는 그곳 작가님께서 만들어 올린 요리 <병아리 떼 뼝뼝뼝> 을 보고 흉내를 내어 만들었는데 데코레이션을 위해 치메 디 라파(cime di rapa)는아니지만 아침 산책길에서 유채꽃도 따다 놓았다. 호두가 없어서 사차인치 몇 알 꺼내 으깼는데 고소하니 분위기도 산다.
사실 분당 퀼트 모임에서 코바늘로 여름 모자 뜨기를 하느라 하루 종일 바깥에 있다 돌아와, 작가님의 댓글에 답글 쓴다고 요리에 집중을 하지 못해 오늘 요리는 살짝 태워 실패했는데 사위와 딸은 맛있게 먹어 주었다.
행복은 먼데 있지 않다. 가족이란 게 별거 있나? 서로 아끼고 보듬어 주면 되는 거지. 피곤할 테니까 쉴 수 있게 배려해주고 좋아하는 거, 입맛에 맞을만한 거 만들어 먹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것을 지키는 마음만 있다면 불화는 없을 것 같다. 딸은 엄마만 힘들게 일하면 안 된다며 설거지도 못하게 하고 사위랑 번갈아가며 한다. 대부분 내가 선수를 친다. 하루 종일 사업장에서 일하고 피곤할 텐데 싶어 잠시 잠깐이라도 더 쉬게 해주고 싶은 어미의 마음인 것이다.
사위가 좋아하는 김치찌개에 막내가 좋아하는 감자도 넣어 끓였더니 딸은
"김치찌개까지 만드셨어요?" 하며 좋아한다. 김치찌개는 딸도 좋아하지만 특히 박서방이 더 좋아한다. 박서방은 반찬 투정도 없고 해 주는 대로 잘 먹는다. 특히 김치를 좋아해서 김치만 차려줘도 불만 없이 밥을 먹을 사람이라서 다행이다. 워낙 까다로운 사람들 속에서 살았기 때문에 말없는 사위가 대견하고 고맙다. 그리고 제 아내에게 뭐 해달라는 소리 한마디 하지 않고 살아 딸내미도 다른 집 남자들하고는 차이가 나는 좋은 사람이라고 내게 말한다.
지인들은 사위도 있는데 안 불편해요? 하고 물어보지만 사위가 착해서 괜찮다고 말해 준다.
힘든 일은 남자가 하는 것이다가 몸에 밴 듬직한 사위가 딸과 마음 맞춰 다투지 않고 잘 살아가는 것만 보아도 마음이 놓인다는 말을 해준다. 남들이 보기엔 못 사는 것 같아 보일지도 모르지만 특별히 더 잘 살아야지 욕심 낼 필요도 없고 다른 집 자식들과 비교할 필요도 없다.
욕심 없이 사는 삶이 어렵다고들 하지만 이렇듯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삶인 것 같아 좋다.
*지난주에 담은 미니오이 피클과 마늘쫑 장아찌
*오이지를 담갔다.(딸은 저장 식품을 많이 만든다고 '엄마 어디 먼데 가세요? 하고 묻는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