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율이가 김치를 먹었어요~

by 안신영

둘째 딸이 손녀 하율이가 나박김치를 손으로 집어 먹는 동영상과 카톡을 보내왔다.

"엄마가 담아준 나박김치 율이 오늘 먹어 봤어요. 한번 먹더니 계속 집어 먹음, ㅋㅋㅋㅋㅋㅋㅋ

김치 먹는 건 처음이예요. 엄마 덕분에 김치도 먹네.ㅋ"

"그래? 아휴 착해라. 과일을 넣어서 매운맛이 없나 보다." 하면서

"예뻐라. 다음엔 더 맛있게 담아 줄게"

"충분히 맛있어요!!"

"왜 자꾸 손으로 집어 먹어? 포크로라도 찍어 먹지. 손에 냄새 날라~"

"내 말이 ㅋㅋㅋㅋㅋㅋㅋㅌㅌㅌㅌㅌ"

발효 식품인 김치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아이들이 어릴 땐 김치 먹기가 힘들다.

우리 아이들은 하율이 만할 때 김치를 물에 씻어서 먹었다.

그래서 담근 김치가 백김치. 고춧가루를 넣지 않고 만들어 아이들이 매운 김치를 먹지 못 할 때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김치였다.

또 봄김치의 대표 격인 나박김치를 자주 만들었었다. 겨우내 김장 김치에 물렸을 가족들의 입맛을 돋우기 위해 미나리를 넣어 상큼하게 만들어 먹었던 나박김치, 난 미나리는 색깔이 누렇게 변하여 잘 사용하지 않았다.

나박김치가 새콤해지면 아이들은 국수를 말아먹는 것도 참 좋아했다. 특히 밥을 먹고 속이 더부룩할 때 한 공기 떠서 마시면 속이 시원하게 내려간다고 좋아하기도 했다.

이번 둘째에게 갔을 때는 애들이 좋아하는 김치 몇 가지 만들어 주고 왔다.

깻잎김치, 나박김치, 파김치는 딸들이 다 좋아하는 김치다.

첫날은 부산에서 모임이 있어서 외출했다가 들어가면서 깻잎을 샀는데 씻어 하룻저녁 물기를 말리고 보니 한 소쿠리나 되었다. 양념을 만들어 깻잎 한 장 한 장 양념을 묻혀가며 하는데 예상보다 만들어 놓은 양념이 부족해서 처음에 만들었던 양만큼 더 만들어 김치를 담았다. 딸은 힘들다며 하지 말라면서도 은근히 좋아하는 것 같다. 그 마음을 다 알기에 엄마 마음은 많이 더 만들어 주고 싶은 것이다.

가을장마에 갇혀 걷기는 미뤘다. 비 오는 토요일에 우산을 쓰고 걸어 보았는데 세찬 비바람에 옷과 운동화가 다 젖었다. 가을장마에 태풍까지 겹쳐서 온전히 쉬게 되었다. 딸은 엄마가 심심할 까 봐 보고 싶은 영화 없냐며 넷플릭스에서 뜬 이것저것 추천을 했는데 그중에 영국 드라마 셜록을 시리즈로 보며 지냈다.

정말 마음 놓고 오랜만에 푹 쉬었다.

마지막 날에는 집으로 가져갈 방앗잎을 사러 마트에 갔다. 마트에 가니 딸에게 담아 주고 싶은 나박김치 재료 알배기와 무, 잔파, 홍고추, 당근을 샀다.

딸은 무겁게 뭘 그리 샀냐며 장바구니를 받아 든다.

"사과랑 배는 있지?"

"있어요. 뭐하시게?"

"나박김치."

"엄마, 쉬시지. 또 뭘 하시려고? 깻잎김치도 해주셨으면서~"

주방에서 뚝딱뚝딱, 마침 전에 쓰던 찹쌀가루가 있어서 끓여 식히면서 배, 사과, 홍고추, 양파를 믹서기에 갈았다. 고춧가루는 사용하지 않고 홍고추만 갈아서 색깔과 은근 매운맛을 내는 데는 홍고추가 제일 좋은 것 같다. 전에는 비트를 납작납작하게 썰어서 담았는데 빛깔이 정말 예쁘다. 순무가 나오는 철엔 순무를 일반 무 대신에 넣기도 했는데 홍고추를 조금만 넣어도 빛깔이 얼마나 곱고 예쁜지 담근 나도 놀랐을 정도다. 그런데 순무는 단단해서 써는데 손목이 정말 아프다. 나박김치 담을 때야 조금이지만 순무 깍두기 담근다고 순무를 썬다고 고생했던 기억이 새삼스럽게 난다.(순무: 흙과 해풍이 좋은 강화에서 재배했다는 순무는 임금님께 진상했다는 고급 재료라고 하는데 요즘은 수확 시기가 되면 쉽게 구할 수 있다.)


원래 나박김치는 국물김치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무와 배추를 주재료로 하여 물을 많이 넣은 대표적 국물김치로, 주로 봄에 많이 담그나 상차림에 따라 각 계절별로 이용되기도 한다. 젓갈을 쓰지 않으며 국물에 고춧가루를 그대로 넣지 않고 무에 고춧물을 들이거나 고춧가루를 베보자기에 싸서 국물에 붉은 물을 들인다. 미나리는 파란색이 살아 있도록 하기 위해서 맛이 든 후에 넣는다. 예부터 담갔던 물김치로 조선 침채, 나복 침채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다음 백과의 나박김치 설명이다.)

잔파를 넣어 나박김치의 색깔을 맞추고 뚜껑을 덮는다.

"오빠가 깻잎김치도 잘 먹고, 나박김치도 좋아하는데~ 고구마 줄기 볶음도 오빠 좋아해서 아껴먹고 있어요." 오자 마자 만들어 준 고구마 줄기 볶음을 아껴 먹는다니... 사위가 미국에서 들어오는 날짜가 연장이 되어 더 있다 가라는데 일이 있어서 몇 시간을 더 당겨서 와야 하는 바쁜 일정이라서 안타까웠다.

딸네 집에 갈 때마다 밑반찬 한두 가지씩 해주고 오면 딸은 소분해서 냉동실에 넣어두고 아껴 먹는다고 한다.

가까이 살면 자주 가서 해줄 텐데 멀리 있으니 마음뿐이다.


헤어질 때 우는 하율이 보는 것이 안쓰러워 한상 유치원에 가 있는 시간에 출발을 하던 것을 시간을 당겨야 했다. 그래서 하율이에게 일찍 가게 되어 미안하다는 말을 하며

"새벽에 출발을 하느라 하율이가 일어나면 할미가 없을 거야. 울지 마아~ "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소리 없이 우는 하율이부터 달래야 해서 몇 번씩 말을 해줬다. 아침에 일어나서

"할머니 읎다아아~~~"하며 폭풍 오열을 했다고 하여 마음이 어찌나 아프던지 코끝이 다 찡해 왔었다.

그런데, 그랬던 하율이가 저녁밥을 먹을 때 나박김치를 손으로 집어 먹는 동영상을 보내온 것이다.

맵지 않아서 입맛에 맞은 모양이다. 유치원에서도 아직 김치는 먹질 못하기도 하고 엄마가 해준 반찬과는 많이 달라서인지 밥만 먹고 오는 경우가 많아서 걱정을 했는데 차츰 좋아지고 있다더니, 이젠 김치 먹는 모습을 할미에게 보여 준다며 야금야금 씹어 먹는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난다.

그렇게 손녀 하율이는 자라고 엄마와 딸은 사이좋게 입맛에 맞는 김치와 반찬을 해주게 되어 다행한 생각이 든다. 내가 언제까지 해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붙들어 매어 놓자.

*photo by yo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