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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신영 Jun 01. 2021

딸! 저녁엔 잔치국수?

국수를 좋아하는 가족에게 가끔 국수를 만들어 대접한다.

오늘처럼 막내가 일찍 출근하고 사위와 둘이 남으면 국수를 만들게 되는데 특별한 반찬 없이도 흡족하게 국수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박서방은 밥은 소식하면서 국수는 잘 먹는다. 더 먹으라고 하면 "네!" 하며 좋아한다.

그래서 국수도 넉넉히 삶는다.

평소엔 아점 하듯이 이른 점심을 먹고 둘이 출근을 하는데 한 번씩 딸이 파주에 있는 청년창업 사관학교로 가거나 사무실에 들려야 하면 박서방은 재택근무로 돌입한다.

*골동면(골동면 양념장엔 밤채와 대추채도 넣는다고 하지만 식성대로)

내가 없을 땐 주로 박서방이 주방을 책임지고 끼니를 해결했다고 한다. 주말에나 딸이 특별한 요리를 한다거나 하면서 둘이 맞춰나갔다고 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참으로 합리적으로 산다.

꼰대의 총칭인 라떼 시절인 나는 남자가 부엌에 들어가면 **떨어진다며 층층시하 웃어른들이 근처에도 얼씬 못하게 했기 때문에 죽으나 사나 일 년 열두 달을 부엌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던 것 같다.

다행히 딸들이 있어서 서로 돌아가면서 엄마 도와준다며 설거지며 제사장 보기며 따라다녔던 딸들 덕을 많이 봤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 있게 되면서부터는 박서방을 주방에서 쫓아냈다.

가끔 설거지는 본인이 하겠다고 해서 그것만 눈감아 준다. 박서방이 하는 것이 항상 어설프게 보여 말리는 편이긴 하지만, 딸은 엄마인 나를 말린다. 밥 차려 주는 것만으로도 엄마는 많은 일을 했는데 왜 설거지까지 하려고 하느냐고 얼른 고무장갑을 낀다.

" 너희들은 밖에서 힘들게 일했는데... 엄만 놀았잖아...ㅎㅎㅎ~" 그러면 딸은

"밖에서 일하는 게 밥하는 것보다 쉬워요. 매 끼니마다 음식 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데 어휴." 한다.

*잔치국수, 상추만 넣은 비빔국수.

국수를 만들기 전에 난 국물을 내는데 최선을 다하는데 국물이 맛있어야 하니까.

멸치, 다시마, 양파, 미역, 무, 대파 뿌리를 넣어 국물을 만들어 체에 걸러 말게 하는데, 가끔 코다리찜 할 때 잘라 두었던 명태 머리, 북어포를 뜯고 나서 북어 껍질과  머리도  모았다가 육수를 만들어 활용한다.

부추 데쳐 무치고, 애호박 채 썰어 볶는다. 달걀은 황백지단을 만들어 채 선다.

국물에 약간의 청장이나 액젓으로 살짝 간을 했기 때문에 양념장은 짜지 않게 육수를 조금 넣은 뒤에 맑은 간장 조금, 마늘, 파 다진 것, 당근채 썰어 다져 넣고 깨소금도 듬뿍.


난 원래 기계로 뽑은 국수를 싫어했다.

여름이면 외할머니께서 밀가루 반죽을 홍두깨로 밀어서 만들어 주신 칼국수를 어렸을 때 자주 먹어서 그런지 칼국수를 더 좋아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나니 남편이 국수를 좋아했다. 애들이 크고 나서 국수를 하다 보니 애들도 면을 좋아하게 되었고 가족들이 좋아하다 보니 국수를 자주 만들게 되었다. 할 수 없이 따라먹다 보니 싫어하지 않는 음식이 되었는데, 면요리는 파스타나 냉면만 좋아하지 라면도 안 먹는다. 혼자 있다고 간편하게 국수 해서 먹어야지, 라면 먹어야지 하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  밖에 나가서도  국수는 절대 사 먹지 않는데 내가 만든 것보다 맛이 없을 것 같아서다.(죄송합니다)


가족들이 국수를 좋아하다 보니 여러 가지 만들어보기도 했는데 어릴 때 만들어 줬던 골동면이 생각이 났는지 골동면 얘기를 하길래 한번 해준 적이 있다. 울 딸이 재료와 만들어 놓은 고명 종류를 보고 까무러칠뻔하며

"앞으론 골동면 하지 마세요. 이렇게 고명이 많은 것인 줄 미처 몰랐어요."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딸은 일을 하다 보니 간편한 것을 선호한다. 그래서 요즘은 아주 가끔 잔치국수만 만들 뿐이다.

골동면은 비빔국수의 다른 말이기도 한데 궁중에서 임금님 수라상에 올렸다고 해서인지 쇠고기 볶음, 표고버섯 볶음까지 고명에 얹는다.


그런데 국수를 좋아하는 분이  한 분 계신다.

바로 선생님.

면이라면 다 좋아하신다는데 한 번은

"국수 만들 줄 알아?" 하고 묻는 것이 아닌가?

"국수? 제 전문인데요."

"한번 만들어 줄래?"

"얼마든지, 시간 되시면 오세요." 했다.

오신다고 한 날 재료 사다 준비해 삶기만 하면 되게끔 해놓고 아무리 기다려도 소식이 없다.

나중에 연락하니 늦어서 그냥 들어가신다는 메시지.

국수 사진을 보냈더니 약 올린다고 엄청 화를 내실 정도로 국수를 좋아하시는 줄 그때 알았다. 후후후.

그때의 미안함에 만날 때마다 국수를 만들어 드렸던 것도 이젠 추억의 한 페이지.

*잔치국수와 양념장

예상대로 박서방은 잔치국수 두 그릇째 말면서

"어머니 국수 더 하실 거예요?"

"아니, 난 됐어." 하니

"저, 다 먹어요." 하면서 좋아한다. 식사시간이 되어 밥을 풀 때마다

"밥 조금만 주세요." 하는데 국수는 욕심을 내는 것 같다.


날씨도 꾸물꾸물한 오늘 뜨듯한 국물로 만든 잔치 국수로 점심을 맛나게 보냈다

딸도 국수 좋아하는데 밥 만 고집하지 말고 딸에게도 오늘은 국수 한 그릇 말아줘야겠다.


*커버사진; 양유정(막내딸)

*photo by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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