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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신영 May 04. 2024

혼자서도 잘 놀아요~^^

서울숲을 거닐다.

휴무일이 언제냐고 물어 오던 두 친구는 바쁜지 소식이 없다. 성수동 친구는 용인에 있는 동생 농장에 갔으니 당연히 만나기는 어렵다. 옥수동 쌍둥이 외손녀 할머니에겐 바쁠까 봐 연락을 하지 않는 것이 도와주는 것일 게다.

모처럼 혼자서 움직여 볼 수 있는 날이어서 바삐 서두르지 않고 혼자서 알차게 보낼 계획을 차근차근 세워본다. 그런데 좁은 방을 왔다 갔다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은 웬일인지 모를 일이다.

요즘은 행동이 많이 굼뜬다는 것을 느낀다.

이른 아침부터 움직이며 시간에 쫓기던 날들이 지나고 나니 가끔 허방다리 짚듯이 우물쭈물 두리번거리며 '무얼 려 했더라?' 하며 갸웃거리기도 하느라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버린다.

그래 더 늦기 전에 서울숲을 한번 가보자!

친구가 보내준 튤립 절정의 사진.

몇 주 전 서울숲의 만발한 튤립 사진을 보내며 꽃들이 난리 났다고 한 친구의 카톡사진을 보며 곧 가보려 했지만 차일피일 날이 지나갔다.

원래 혼자서도 잘 놀지 않았던가.

뚝섬역에서 내려 삼 년 전 친구와 갔었던 길을 더듬어 갔더니 (그때는 서로 길을 잘 몰라 택시를 이용했다.) 낯익은 풍경이 서서히 나타났다.

휴일이어서 사람들이 무척 많다. 가족 단위로 나온 분들이 많았다. 숲엔 돗자리로 메워져 있을 정도로 많았으며, 평상이나 기다란 무 의자에도 연인끼리 친구끼리 모두 삼삼오오 짝을 지어 앉아 담소를 나누는 정경, 산책하며 즐거워하는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혼자 걷는 1인은 나 외에 아무리 둘러봐도 없어 보였다.

양백당나무,         공조팝나무.

아무렴 어떠랴. 환상의 꽃들이 반겨주기에 속으로 쾌제를 부르며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온갖 꽃들은 봄에 다 피어난단 말인가?

봄꽃의 향연 속에 모인 사람들은 푸르른 숲 속에서 가족용 바이크로 숲길을 다니고 자전거로 다니는 사람들도 간혹 보이지만 대부분 걸으며 가족마당을 지나 생태숲, 사슴 방사장, 벚나무길도 걸어 본다.

마침 지의 분수가 시원히 하늘 향해 물줄기를 쏘아 올려 마치 행운처럼 느껴진다.

물가엔 직 꽃이 피지 않았지만 창포로 숲을 이루고 있다. 메타쉐콰이어의 울창한 숲길 따라 걷는데 아기자기한 정원들이 군데군데 나타나 손짓한다.

메타쉐콰이어.
무늬 둥굴레.        병아리꽃.
꽃담배(왼).       차가플록스(오)

튤립은 이미 많이 졌지만 다른 이름 모를 많은 꽃들이 반겨주었다. 외국에서 오는 꽃들이 점점 많아지는 세상에 산다. 수입 종자가 워낙 많다 보니 라테시절에 알고 지냈던 꽃들을 보면 한없이 반가운 것은 나만의 생각일지 모르겠다.

사람 얼굴보다 더 큰 모란이 반겨주는 길을 지나 들레둘렛 무슨 꽃, 무슨 나무가 있을까 하며 사북사북 걸어 본다.

저 앞에 동글동글 얀 꽃, 불두화나무의 손짓 따라가는 길 도랑가 위에  주렁주렁 포도송이처럼 늘어진 흰꽃송이는 무얼까? 때죽나무꽃? 흰말발도리꽃인가 짐작을 하며 가까이 가서 보아도 모를 꽃일세 그려. 얼른 검색을 해보니 쪽동백이란다.

아하 오늘 많은 것을 학습하는 기쁨이 크다.

쪽동백

쪽동백나무 밑 도랑물엔 어디서 날아왔는지 영산홍 꽃잎이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 감탄을 자아낸다.

혼자서도 잘 놀아요.

불두화가 손짓하는 옆으로 가볼게요~^^

불두화.           병꽃나무.

한강변으로 가는 자전거 길 따라가 보니 병꽃나무가 반가워한다. 이 아이는 분홍꽃을 소담스레 피워내고는

옆길로 가서 사슴에게 인사라도 나누라 한다.

하지만 철망에 갇혀 있는 작은 사슴은 애처로운 마음만 일어 안 보니만 못했

 안내판에 사슴 방사장이라고 되어 있어 여러 마리가 있는 줄 알았으나 큰 사슴 한 마리는 앉아 지나는 사람들을 무표정하게 구경하고, 한쪽 구석에 작은 사슴 녀석이 활발한 모습이 아닌 같은 행동을 계속하는 이상 행동을 보이는 것(순전히 내 생각) 같아 마음이 짠했다.

안타까운 마음에 한참을 바라보다 쓸쓸히 돌아선다. 윤기 흐르는 털과 활달하게 뛰노는 모습을 상상했었는데...

이른 봄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을 벚나무길을 걷는데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 가보니 <소원의 폭포> 팻말이 보이고 작은 폭포에서 물이 쉼 없이 흐른다.

안내판에 있는 사슴과 대조적인 방사장 사슴.
큰사슴,  소원의 폭포.

소원의 폭포에서 무슨 소원을 빌어야 할까 보다는 예전에 왔을 때보다  아기자기하게 많은 것을 꾸며 놓았다는 것을 게 되었다.

튤립이 있는 곳으로 가니 대부분 튤립이 만개하여 떨어졌고, 일부 남은 튤립 꽃밭에 들어가 사진들을 찍느라 울타리 쳐져 있는 것은 상관이 없는 듯했다.

이런 모습의 튤립은 처음 보는 것 같다.

그래도 늦게 구경 나온 사람들을 위해 튤립은 지는 모습조차도 안간힘을 쓰며 꼿꼿하게 고개를 들고 있다.

친구 말마따나 절정의 순간에 보면 그녀의 말처럼 튤립이 난리가 났다는 말을 나도 똑같이 했을 것 같다.

서울숲엔 튤립 말고도 울창한 은행나무숲이 있어 볼만했다.

또한 곳곳에 꾸며 놓은 화단과 작은 꽃밭에 크고 작은 꽃들이 눈길을 사로잡았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며 발길을 멈추게 했다. 패랭이를 닮았는데 검색을 해보면 외국이름이 패랭이 앞에 길게 붙었다. 어떤 꽃은 똑같이 생겼는데 보라색, 남색이 함께 있어서 검색하니 '세상에서 제일 예쁜 꽃'이라는 서두가 화려하게 붙은 뒤에 꽃이름이 나오기도 했다.

켄토아노이데스 베로니카.     델피니움 엘라툼.
세상에서 제일 예쁜꽃이래요. 델피니움 엘라툼.

여기저기서 모델들과 전문 사진작가들이 사진 작품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고 그중 1인은 군데군데 설치 되어 있는 조각 작품 감상하기에 이른다.

달리는 말의 역동적이고도 아름다운 모습.

달리는 말의 조각상은 너무 멋있어 보인다. 역동적인 힘찬 말의 모습에서 함께 달리고픈 마음마저 들었다.

얼핏 본 설명에 기운차게 달리는 말처럼 서울도 힘차게 달려 서울을 더욱 발전해 나가자는 바람을 담았다는 것 같다. 서울이 각 방면에서 꽃처럼 밝고 예쁘게 변화되며 다져졌으면 좋겠다.

미스김라일락,         분홍말발도리

서울숲을 마음껏 돌아본 뒤에 친구도 없는 성수동으로 향한다. 출발 전부터 맨발 걷기를 하고 나서 고 나면 닦을 수건과 솔도 준비했다. 친구가 없어도 건강에 좋다니 혼자서라도 맨발 걷기를 해야 할 것 같다. 맨발 걷기를 거듭할수록 발바닥 콕콕 찌르는 통증이 줄어드는 것을 느낀다.

혼자서 맨발 걷기를 하니 조금 지루하긴 하다. 친구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걸을 때는 지루하지도 않고 시간이 금방 가던데 똑같은 거리의 황톳길은 멀고 조약돌 길은 오늘따라 지압이 심하게 되는지 발바닥이 닿기 무섭게 아프기만 하다.

아마도 서울숲에서 2시간여를 걸어 다녀서인지 친구가 없어서인지 발바닥이 더욱 아픈 것 같다.

하지만 발을 씻고 나서 운동화를 신으니 몸이 가벼워졌는지 안온하게 담기면서 신발은 평소보다 훨씬 푹신했다.

혼자서도 잘 놀다 온 하루였다.

매발톱,                   풀루마리누스 패랭이
장미조팝,               암소니아 토멘토사.
소나무 꽃, 송화(오)

*photo by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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