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5일
어머니의 고장 난 지퍼
어린 시절 겨울은 아랫목 고구마처럼 달콤하고 하얀 낭만이었는데
어른이 된 겨울은 미끄러운 길 위에서 시린 허리를 부여잡는 야속한 계절이다
병원 대기실 순서를 기다리다 마스크 너머 툭, 터져 나온 어머니의 코피
병간호에 쇠약해진 당신의 안색을 보며 마음속 예보는 또 한 번 아프게 빗나간다
칼바람 몰아치는 횡단보도 앞 주름진 손으로 지퍼를 만지다 이내 포기하는 당신
듬성듬성 채워진 똑딱이 단추는 못난 자식만큼이나
당신 가슴에 파고드는 한기를 막아내기 역부족이다
병원비 얼마냐며 건네신 봉투
생활비 걱정에 돌려드리지 못하고 넙죽 받았다
비루한 내 주머니는 유난히 시리고
부모라는 이름의 사랑은 왜 이리 빚만 커지는지
늦은 밤 울리다 만 부재중 전화 한 통
심장이 덜컥 내려앉아 오만가지 상념에 헤매다
잘못 눌렀다는 말에 가슴을 쓸어내린 겨울밤
자라 보고 놀란 가슴은 여전히 가늘게 떨린다
새로 산 온풍기조차 소용없는 내 마음 한 구석
당신의 고장 난 지퍼가 자꾸만 한기를 더했다
당신의 겨울은 부디 춥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간절한 훈풍이 당신 마음에 꼭 닿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