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채리의 출판사 창업일기 #10
아 아- 안녕하세요.
야심한 밤 채리입니다.
요즘 창업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정부 지원사업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서류와 싸우다 보니 벌써 늦은 시간이 되었네요. 요즘 창업권태기가 와서 조금 시무룩한 상태입니다. 이제 떼쓸 나이는 지난 것 같은데 아직 철들려면 멀었나 봅니다.
제가 지금 하는 일은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일입니다. 글을 쓰는 일은 예술가의 입장에서 창작의 고통과 싸워야 한다면, 책을 만드는 일은 창업가의 입장에서 팔릴만한 제품을 잘 기획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보니 두 토끼가 각자 다른 방향으로 달아나 난관에 봉착했습니다. 저는 어떤 토끼를 잡아야 할까요?
누구나 그렇듯, 창업초기 단계는 '맨땅에 계란 치기', '헤딩으로 바위 치기' 등의 무시무시한 수식어가 따라옵니다. 음 맨땅에 바위 치기랑 계란에 헤딩하기였나요? 아무튼 하루하루 고군분투하며 보내는 요즘입니다. 최근 주로 하는 생각은 ‘다음은 뭘 해야 하지?’ ‘어떻게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지?’라는 것들입니다. 처음에 ‘파랑을 일으키자!’라는 슬로건으로 야심 차게 시작했던 것과 달리 무엇을 어떻게 일으켜야 할지 고뇌에 빠졌습니다. 원래는 글을 쓰고 싶어서, 글쓰기의 좋은 점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서 창업을 꿈꾸었던 것인데 오히려 통 글을 쓸 시간이 나지 않아 문제입니다.
저도 아직 글을 잘 쓰진 못합니다. 공부는 죽을 때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배움에 진심인 편인데 글쓰기도 그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잘 쓴 작품을 보면 나도 죽기 전에 이런 저서 한 권쯤 낼 수 있을까?라는 상상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장편 작품은 까마득히 먼일이라고만 느껴져 자꾸 미루기만 했습니다. 근데 웬걸... 이제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글을 써보려고 하니 또 다른 일들이 휘몰아치고 있습니다.
연초가 되면서 창업지원사업 공고가 연이어 올라오고 있습니다. 예비창업가, 청년창업가, 기술창업가들을 위한 여러 테마의 지원사업은 큰 틀에서 보면 정부에서 요하는 정책의 방향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내가 만든 좋은 서비스를 어필하는 것만큼 지원사업의 요건에 맞게 사업계획서를 꾸리는 것도 필요한 것이죠. 저와 몇몇 동료 창업가분들은 지원사업 모집 요강을 보고 몇 주간 창업 방향성이 고민되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 이게 아니었던 것 같은데? 사업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 지원사업에 의존하는 것이 정말 맞을까?
며칠을 고민해도 명확한 답은 내리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창업이냐 예술이냐 하는 글의 제목에 대한 답은 예술로 조금 기울었다고 말할 수는 있겠네요. 며칠 전 창업을 지도해 주시는 멘토님께 같은 내용을 고민이라고 말씀드렸더니, 단번에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원하지 않는 일을 하면 잘하지도 못할뿐더러 불행해질 것이라고 덧붙이셨습니다. 그 말을 듣고 답이 정해져 있는 질문을 너무 오래 끌어왔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돈을 좇기보다 더 좋은 가치와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꿈이 있다면 내 마음이 끌리는 대로 움직이려고요.
오늘의 채리는 여기까지입니다.
- 김채리의 출판사 창업일기 시즌 1 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