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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철현 Oct 11. 2022

편의점 야간 근무자에게 커피를 건네다

지금 이 시점



한밤 중에 아내와 집 앞 편의점에 갔다. 소파에 기대앉아 TV를 보다가 누구랄 것 없이 동시에 아이스크림을 외쳤기 때문이다.

편의점 유리문을 열고 들어서니 친절한 미소로 우리를 맞아주는 이가 보였다. 최근 들어 집 앞 편의점에서 야간 근무를 서고 있는 20대 초반의 남자였다. 그날도 우리를 보 반갑게 인사해주는 야간 근무자에게 나와 아내 꾸벅 인사를 했다.

아무래도 야간에 근무를 서면 피곤하고 활력이 떨어질 법도 한데 항상 밝게 인사해주는 그 마음이 우리는 너무 고마웠다. 둘이서 먹을 아이스크림을 사고 나서 나는 아내에게 게 물었다.


"우리 저분 커피 하나 사드릴까?"
"좋아. 그러자."

우리편의점 진열대에서 커피 하나집어 들고 카운터로 향했다. 단,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혹시라도 우리의 진심을 불쾌해하거나 오해하면 어쩌나 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고민 끝에 용기를 내어 커피를 건넸다.

처음에 그는 몇 번 정중히 거절하더니 결국 커피를 받아주었다. 솔직히 그의 기분이 어땠을지 나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내 행동이 경솔했다고 볼 수도 있기에 여전히 옳은 행동을 한 건지 조심스럽기도 하다.

다만 그 야간 근무자처럼 친절한 사람들이 마음 편히 호의를 베푸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었다. 손님들이 그의 친절함을 악용해서 갑질을 하거나 그 친절함이 당연하다고 여기고 거들먹대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베푼 작은 성의를 보고, 그가 "아 내가 그래도 친절하게 하니 손님들도 기분이 좋긴 하구나."라는 마음을 느끼고 스스로 자부심과 뿌듯함을 느꼈으면 좋겠다. 이런 내 마음이 주제넘은 생각이 아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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