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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gmouth Mar 06. 2021

현대 직장인의 점심시간 의미란?

점심메뉴에 대한 고찰

현대 직장인들에게 점심의 의미는 남다르다.


하지만 재택근무를 하는 나에겐 점심시간은

아침 겸 점심을 한 끼로 간단하게 해결하는 시간일 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점심은 간편식으로 때우는 경우가 많았다.

주로 단골집 김밥, 집에서 만든 샌드위치, 아침에 사 온 빵과 커피, 라면이나 냉면 같은 면 음식 또는 밥을 먹고 싶을 때는 주로 규동이나 가츠동 같은 덮밥류로 해결하는 편이었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좋은 점 중 하나는 바로 점심메뉴 선택에 있어서 누군가의 입맛을 고려하지 않고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최애 분식집 김밥으로 점심식사를 즐겼다.

하지만 가끔씩 집이 아닌 곳에서 타인과 식사를 해야 할 일 들이 생긴다.

재택근무를 하지만 종종 출장을 가야 하기 때문에 점심을 반강제적으로 밖에서 먹어야 할 일들이 생기곤 한다.

출장 장소는 전국 방방곡곡으로 오늘은 부산, 내일은 울산, 다음 주는 대구, 늘 가는 곳도 새롭고, 전국을 순회하는 일정을 소화해야 할 때도 가끔씩 있다. 이제는 여행보다는 출장으로 가본 지역이 더 많을 정도가 되어버렸다. 타 지역으로 출장을 가지 않더라도, 나에겐 한 달에 한두 번씩 본사로 출근하는 것 또한 출장인 셈이다.

그렇게 한두 번씩 가게 되면 점심 메뉴에 대한 선택권을 폭탄 돌리기 피하듯이 나한테 떠넘기는 일들이 빈번히 일어나곤 한다.


"오늘은 멀리서 왔으니깐 막내가 먹고 싶은 거 먹어야지. 뭐 먹을래?"

"오늘은 이 과장님 메뉴 선정 센스를 볼 수 있겠네요."

"멀리서 왔으니깐 한 번씩 주변에 맛집도 한 번씩 가봐야지"

"오늘 새로운 곳으로 출장 왔으니까 지역 맛집 한번 찾아보지 그래? 유명한 집 말고 현지인들이 자주 가는 로컬 맛집으로 말이야."


아이러니하게도 회사에서 제일 오래 근무를 했지만, 10년 동안 막내 생활을 하고 있고,

심지어 근무지가 멀리 떨어져 있어서 매일 같이 보는 사람들도 아닌데 나에게 점심메뉴 선택 폭탄을 주곤 한다.

하지만 불만이 있으면 어쩌겠는가? 우리나라는 연령순으로 대우를 해줘야 하는 유교국가가 아니던가?

결국에는 자연스럽게 검색포탈에 "맛집"을 검색하는 나를 볼 수가 있다.


이렇다 보니 점심식사에 대한 고찰을 하게 된다.

먼저 회사 주변 어디에 맛집이 있는지, 어느 식당이 음식이 빨리나 오는지, 어디가 서비스가 좋은 건지 고민하고, 왜들 그렇게 점심메뉴에 집착하는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회사에서 메뉴 선정 폭탄이 손에 들려지면 직원들이

'어디서 무엇을 먹어야지 오늘 점심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나려나?'

'이 과장이 어디로 안내하려나?'

하면서 중간중간 나를 체크하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그럴 때면 직원들의 만족과 인정을 위해서 열심히 맛집 검색을 하며, 어떤 메뉴가 좋을지를 고민하는 상황이 너무도 싫다.


결국에 고심 끝에 선택 안을 이야기하면 되돌아오는 답변은

"거기는 저번에 먹었는데 별로더라"

"우리 어제 거기서 점심 먹었어요. 다른데 어떠세요?"

"오늘 날씨도 별론데 시원한 것 좀 찾아봐."

"여기 그 음식 말고 다른 것도 유명하지 않나?"


이런 답변을 듣고 나면 머릿속에선

'나보고 어쩌라는 거지?'

'점심 좀 모여서 안 먹고 각자 알아서 좀 때우면 안 되나?'

'정말이지 대충 먹고 쉬고 싶다'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도대체 점심이든 회식이든 막내가 메뉴 정하는 건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결국에는 높으신 분들이 먹고 싶은 대로 갈 거면서 메뉴 찾아보라는 심보는 왜 그런 걸까?

또 사내식당이 있으면 식단대로 먹으면 될 것을 그날그날 메뉴를 물어보고,

답변한 사람이 식단을 짜는 것도 아닌데 메뉴가 왜 그러냐며 타박하는 놈들이 직장에 꼭 한두 명씩은 있는 것 같다. 정말 이럴 때면 회사 사람들 데리고 맛집 가이드까지 하면서 소중한 점심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다.

이제는 휴게소에서 혼자서 식사하는 게 더 편할 때가 많다.

시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재택근무에 익숙해진 나는 점심시간이 사실 딱히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같이 식사를 해야 할 때는 정해진 점심시간에 식사를 해결해야만 한다.

가끔씩 도심 한가운데에서 직장인들의 런치타임을 지켜보면 12시부터 1시 사이에 수많은 직장인들이 한꺼번에 몰려나와 짧게는 10분, 길게는 30분 안에 식사를 마치고 너도나도 손에 테이크아웃 커피잔들을 들고 회사 주위를 배회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식사를 즐겁게 했다는 느낌보다는 짧은 식사시간 내에 점심을 해결했다는 느낌을 받고는 한다.

우리나라의 점심시간은 너무 짧고, 그 짧은 시간 안에 식사도 정말 속전속결로 해치우는 모습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점심시간은 너무도 짧다.

출처 : "12시 땡 하자마자 우르르… 직장인 '점심 잔혹사' 출처 : SBS 뉴스  원본 링크 :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

그렇다면 현대 직장인들에게 점심의 의미는 무엇인가?

회사에 끌려 나와 중간에 무엇인가를 맛있게 먹어야지 회사에 나온 스트레스의 한 부분을 충족시켜주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한국인에게는 밥심이라는 말의 의미처럼 바쁜 출근시간 아침을 거르는 일이 많은 현대인들이 점심식사를 통해 그 힘을 충족시키려는 것은 아닐까?

그런 관점에서 보면 점심은 무언가 일하기 위해 약을 먹어야 하는데 쓰지 않은 약을 먹고 싶어 하는 심리인건지도 모르겠다. 또 직장에서의 점심과 저녁의 느낌은 다르게 내게 전달되는데, 저녁은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고생했으니 상을 주자는 의미로 털어버리는 느낌이라면 점심은 이거 먹고 남은 시간 버텨내 보자란 느낌이 강하게 든다.


어찌 되었든 적어도 일하러 나온 직장에서 점심만큼은 사람들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먹는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자율성이 보장된 점심시간에 일하기 위한 연료를 채우는 것이 아닌 일상적이고, 즐거운 점심식사를 하는 날이 어서 빨리 정착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막내 사원에게 주변도 아직 익숙하지 않은데 맛집 좀 알아보라고 그만 좀 시켰으면 좋겠다.


어쩌면 집에서 일하는 내가 직장인들의 애환을 오롯이 느끼지는 못하겠지만 점심식사만은 직장인들의 애환이 느끼 지지 않는 즐거운 식사가 되기를 바란다.


https://youtu.be/tr6 Xi0 DNWj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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