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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윤 Oct 15. 2020

9. 곁에 있어도 그리운 바다


아침 6시 넘어 해 뜨는 시각에 일어나 커튼을 열었습니다. 제가 숙소에서 창으로 바라보는 바깥은 서쪽이므로 일출과 바다 풍경은 보이지 않고, 아침 해가 솟아오름에 따라 서서히 밝아오는 산과 솔숲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해돋이가 보이는 동쪽 객실에 머물렀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없진 않았으나 그 대신 저녁 무렵 해지는 것을 볼 수 있으니 그것도 괜찮다 싶습니다.

산은 거리가 멀지만 눈 앞에서 볼 수 있으니 찾아가 오를 필요가 없고, 바다는 5분 거리라 가깝지만 눈 앞에서 볼 수 없으니 걸음을 걸어 찾아가야 합니다. 그래서 보고 또 봐도 그리운지 모르겠습니다. 산은 제 자리에 서서 움직임이 없으나 듬직하고, 세찬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다는 역동적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는 산보다 변화무쌍한 바다가 좋습니다.

바닷물에 씻길 때마다 자르륵 자르륵 울어대는 자갈돌과 세찬 파도에 나날이 패이는 모래톱. 갈매기 발자국이 줄지어 찍힌 모래사장. 갖가지 모양의 기암 괴석. 수평선을 사이에 두고 하늘과 마주보며 끝을 보여주지 않는 망망대해 강릉바다를 마음 속 그림으로 그려 오래도록 간직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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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치다가 돌아서다가                                                                                 


바다가 그리웠던 건

까닭모를 깊이에 이를 수 없겠다는 아득함 때문이었다.

물결에 묻어나는 푸른 언어를

온전히 받아 적을 수 없겠다는 절망감 때문이었다


바다를 놓칠 때마다

파도는 더 멀리서 출렁이고

물빛의 싱싱한 색채에 깃들지 못한 채

발목만 적시다 섣불리 돌아섰다.


꿈은 초록 물결이었다.

지느러미가 흔들리고

무거운 몸뚱이가 지상에 착륙하는 꿈

둥근 물방울들이 위로 떠오를 때마다

바닷속 깊이가  훤히 보이는 꿈


바다는 이르지 못한 생의 원형이었다.

아무리 허우적대도 딛고 설 수 없어

꼬리가 끊어진

캄캄한 허공이었다.



옥계바다
옥계바다

                              정동진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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