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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윤 Oct 08. 2020

5. 바다 순례길을 떠났어요.


오늘 오전에는 여성수련원 원장님과 저를 포함한 "강원작가의 방 "입주작가들 그리고 기획마케팅부 담당자와 함께 담소 나누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소설가, 동화작가, 영화 시나리오 작가 그리고 시를 쓰는 저까지 입주 작가는 총 네 명입니다. 분야도 다르고 사는 지역도 다른 네 명의 작가들이 앞으로 어떻게 교류하고 소통하며 지낼지 기대 반, 궁금증 반입니다.

오후에는 1시부터 5시까지 객실 복도에 왁스작업 하는 동안 복도 이동이 불가하다고 담당자가 사전 양해를 구했었습니다.  그러니까 네 시간 동안 문 밖 출입은 금하고 실내에 머물든가 아니면 바깥에서 보내든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저는 낮 12시쯤 되니까 갑갑해서 실내에 있기 어려울 것 같아 일단 밖으로 나갔습니다.

며칠 전 걸었던 솔숲 산책로를 거쳐 금진해변으로 향했습니다. 해변은 텅 비어 있고, 사람의 그림자 하나 없는데 쌀쌀한 날씨에 서핑하겠다고 바닷물 속에 들어가 있는 한 사람의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저는 빨차카페에서 점심으로 수제버거와 커피를 먹을 생각이었으나, 배가 고프지않아 해안길을 더 걷기로 했습니다  금진해변을 지나 30분 이상 걸으니 편의점과 횟집이 보이고 더 걸으니 금진항에 도착했습니다. 표지판을 보니 정동진 바다부채길이 2.2km이고 정동진은 6.4km입니다. 왕복을 해야하니 정동진은 엄두가 안 나지만 바다부채길까지는 갈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바람은 다소 쌀쌀하지만 햇살이 넉넉하니까 계속 걸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남들은 산티아고 순례길도 떠나는데 바다해안길 순례한다 생각하고 갈 수 있는 만큼 가보자 싶었습니다.

금진항부터는 해안길 따라 인도가 잘 조성되어 있어 바다를 보며 걷기에 좋았습니다. 방파제 또는 험준한 바위 위에 위태롭게 걸터앉아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집중적으로 모여 있는 걸 보니 물고기 잘 잡히는 장소가 따로 있는 듯 보였습니다.

커다란 바위에 무리지어 앉아 햇살을 즐기는 갈매기 떼가 신기하여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고, 모양이 특이한 바위가 보이면 역시 사진 속에 담았습니다. 걷다보니 오후 2시 반이 넘었습니다. 다리도 아팠지만 무엇보다 허기가 져서 더 이상 정동진 방향으로 걷기에는 무리인 것 같아 가던 길을 포기하고 금진해변으로 돌아왔습니다.

수제버거와 커피로  속을 채운 후 어제처럼 옥계해변으로 파도를 보러 갔습니다. 비슷한 지형이라 차이가 없는 것 같아도 파도가 밀려오는 모습은 금진해변과 옥계해변이 다른 것 같았습니다. 옥계해변의 파도가 더 세차고 변화무쌍해서 역동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부딪혀 부서지면서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시도하는 우리네 인생처럼 말이지요.

바위 위에서 햇살을 쬐는 갈매기 무리
정동진 바다부채길 가다가 만난 바위

코발트 빛 바다. 옥계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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