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도 험난한 분노 조절자의 길

맺음말

by 이지속

지속은 스무 살부터 결혼 전까지 자신을 분노하게 한 일들을 정리하며 인생을 돌아봤다. 비교적 사건 사고 없이 평탄했다 여겼던 삶이 글로 정리되자 굴곡지고 모나 보였다. 그래도 좋은 것만 기억하려는 보호 본능 덕분에 해맑고 즐거운 시간들이 더 길었다. 삶이 원래 그렇듯 불행이 닥칠 땐 날 집어삼킬 듯 두렵고 힘들지만 지나면 또 견딜만했다.

작가의 기본 소양은 인간애라는데 3인칭 에세이 속 빌런들을 악인으로만 그려 아쉬운 마음을 담아 그들을 소명하려 한다. 지속을 꽃뱀 취급했던 오징어 지킴이 부원장은 난임으로 결혼생활 7년 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스트레스가 엄청났을 것이다. 지금이라면 불안한 그녀를 위해 있지도 않은 훈남 남친을 만들어 연애 중임을 어필해 마음을 편하게 해 주었을 텐데 그땐 지속도 고지식하고 융통성이 없었다. 최강 빌런 노처녀 원장은 오랫동안 암투병 중인 노모를 정성껏 모셨다. 서울로 대학 병원 진찰을 다니며 전국 방방곡곡 맛집을 돌며 산해진미를 노모에게 대접한 효녀였다. 가정을 꾸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출가한 형제들은 원장에게 노모를 떠맡겼다. 병원비며 생활비를 원장 혼자 감당했으니 학원사업이 잘되어도 돈 한 푼이 아쉬웠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리 인색하고 몰인정했다고. 언론사 국장은 그 나름의 스트레스가 있었겠지. 농담 따먹기만 주고받은 사이라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모든 가장들이 무거운 짐을 이고 사니 그도 그랬을 거라고 생각한다.

대학원 문창과 성골들도 학부 때 두각을 보이지 못하고 취업도 안되니 차선책으로 온 대학원에 기본기도 없는 사람들과 똑같이 수업을 받으니 나름 분했을 거라고. 원래 똥개가 자기 밥그릇은 절대 사수하는 법이다. 이 정도면 소명이 됐을까.

주위에 이상한 사람들만 꼬이고 인간관계에 신물 난 이들에게 이런 지속도 살아간다고 그래도 웃을 때가 많으니 당신도 웃어보라고 이 글을 썼는데 웃으셨는지..... 분노 조절자 지속은 병히와 결혼 후 비혼 주의자가 되었다. 비혼 주의자의 결혼생활은 어떨까?과연 지속은 행복을 찾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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