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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셔의 손 Oct 31. 2021

아빠에게 받아낸 약속

그날 밤은 아빠의 기분이 참 좋아 보였다. 지인 장모님의 장례식에서 27년 전 함께 일했던 회사 동료를 만났다고 했다. 그리고 내게 물었다.


"요즘 만나는 남자 친구는 없나?"

"응, 나는 없어, 아빠."


조금 후에 아빠는 이야기했다. 장례식에서 만난 그 동료 분께서 말씀하시길 당신의 따님께서는 서른세 살이신데도 아직 결혼을 못하셔서, 이제 눈치가 보여 어디 소개를 해주지도 못한다고, 값이 떨어지기 전에 빨리 보냈어야 했었다고.


"값이 떨어졌다고?"

"아저씨들끼리 웃으면서 한 얘기지 뭐. 허허."


아저씨들끼리는 허허, 웃으면서 당신들의 따님들을 나이로 값어치를 매기고 있구나. 내가 사랑하는 아빠,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 내가 끔찍하게 싫어하는 개저씨들 중 한 명이구나.


"아빠, 내가 결혼을 안 한 채 서른세 살이 되어도, 마흔이 되어도 내 값이 떨어졌다고 말하고 다니지는 말아주라. 아빠, 약속해. 정말로 값이 떨어지지 않거든."


사랑하는 아빠를 바라보며

또 당연한 것에 대한 약속과 다짐을 받아내야 하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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