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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주영 Apr 25. 2021

살아있는 누구에게도 해피엔딩은 없다.

살아있는 누구에게도 해피엔딩은 없다. 성취하고, 기분 좋고, 행복한 순간에 장막이 내려오고  끝나지 않는다.  결실이 기분이며 순간이 서서히 흐려지며 페이드 아웃되고, 본인은 남아서 파티의 부산물들을 정리하듯 다음 1 1초를, 항상 같은 퇴근길을, 다음날 아침을 계속 살아야 한다. 모두 해피엔딩이라고 여겼던 것들을 떠내려 보내며,  간격과 멀어질수록 깊어지고 묽어지는 허무를 견뎌야 한다.

그래서 치열할수록 버거워진다. 다음의 다음을 쫓으면 계속 점점 더 뜨거워지고 무거워질 줄 알았는데, 무언가를 이뤘다는 희열은 갑자기 어제의 것이 되어있다.

그래서 난 너무 많은 영화를 봤다고 생각한다. 내 마음은 엔딩을 계속 연출하고 있는데 이 필름은 끊어질 줄 모르고 덧붙이기를 계속하고, 내가 자르고 붙인 좋은 대사와 표정과 분위기는 훌쩍 몇 시간 몇 년 전의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씬이 된다. 기승전결 강박에 절여진 내 뇌는 몇십 번에 몇천 번을 고쳐 쓰며 이어가는 장황하고 혼란한 원테이크에 당황하고 지쳐서 어쩔 줄을 몰라한다. 스토리라인은 너무나 많고 하나도 없다. 어떤 것도 기가 아니며, 무엇도 결이 아니다.

선택은 없다. 받아들여야 할 뿐이다. 삶에는 엔딩이 없다는 것을, 살아있는 동안에는 살아있을 뿐이며, 그 어떤 것도 씬이 될 수 없고 그 누구도 주연이며 조연을 구분하며 맡지 않았음을, 나중엔 모든 게 아무것도 아니며, 지금은 이게 전부라는 것을.

그 누구도, 아무것도 연출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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