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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트우먼 Sep 15. 2022

Typhoon의 장점

둥근돌

 


 



 태풍 힌남노가 오기 일주일 전부터, 모든 뉴스에서는 지금까지의 그 어떤 태풍보다 위력이 세서 막대한 피해가 생길지 모른다며 겁을 주었다. 예전에 규모가 컸던 태풍들의 피해 영상들과 함께 전문가들이 앞다투어 나와 태풍이 왜 생기고 왜 우리나라로 갑자기 방향을 틀어서 오는지, 그 피해는 어떨지, 어떻게 예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다. 나도 아파트에 살지만 작년 태풍 때 집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고, 어떤 세대에서는 물이 들어찼다고도 해서 이번 태풍에 대해 두려움을 느꼈는데 (사는 지역이 태풍이 지나가는 길목), 그래서 잘 준비했던 탓인지는 몰라도 체감상 금방 지나간 것 같았다. 물론 포항, 경주 지역에서는 피해가 컸고 수해 복구 현장에 대한 도움의 손길들과 기부금들에 대한 뉴스도 많이 볼 수 있어서 역시 그 위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태풍은 해수 표면의 기온이 높아서 생긴 수증기 등의 영향으로 생긴다. 그러다 태풍의 강한 바람이 온도가 낮은 바다 깊은 곳까지 전체를 섞어 주어 태풍이 지나고 나면 해수 전체의 온도가 평균이 된다고 한다. 또 둥근 지구의 저위도와 고위도 사이에서 생기는 에너지 불균형도 태풍이 순환시켜 지구의 열 균형을 적절하게 유지시켜 준다고 한다. 


 

 태풍이 지나가고 아침 햇살은 따뜻하지만 바람은 시원한, 내가 좋아하는 가을이 보란 듯이 왔다. 태풍이 오면 모든 것을 솎아주듯 삶 속에서의 태풍도 불균형했던, 어딘가에 치우쳤던 내 생각들의 무질서를 다시 제자리로 갖다 놓는다. 생각의 균형, 목표의 균형, 가장 이상적인 균형의 모습을 찾게 된다. 


 살면서 현실에만 급급하다 보면 시야가 좁아진다. 당장 먹을 것, 당장 입을 것, 당장에 누릴 것들에 급급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칠 때가 있다. 우리가 그랬고 내가 그랬던 것 같다. 다들 그렇게 살아간다고 덮어버릴 것이 아니었나 보다. 그럼에도 지켜야 할 것들은 지켜져야 하고 그러다 채워질 것들은 또 채워지더라. 


 남편은 다시 이 근방에서 일을 구해서 출근을 한다. 썩 내키지 않는 직장이라 임시로 있으면서 또 좋은 구직 현장을 찾고 있는 중이다. 남편도 많이 달라졌다. 아이들의 안 좋은 행동 모습에 화를 냈던 기준이 조금 더 낮아져 마음이 넓은 아빠가 된 것 같았다. 아내의 잔소리에는 전보다 조금 수긍하는 모습도 있었다. 모난 돌이 깎여지고 있었다. 그런 남편을 보며 나도, 아이들도 동글동글 둥근돌이 되어가고 있었다. '함께'라는 힘이란 게 이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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