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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트우먼 Sep 08. 2022

위기 2

실패가 아닌 실패



 



 시간이 뎌디었지만 남편이 상경한 뒤 두 번째 직장에서 계속 출근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술직이라 일할 젊은 사람들이 필요했기에 남편은 취업이 잘 되는 편이긴 했다. 나이가 좀 젊을 때 좋은 조건으로 일할 회사를 찾아 안정적으로 일을 해보겠다고 수도권으로 직장을 옮기려 했던 것인데, 옮긴 첫 회사에서 막상 일을 해보니 생각했던 부분과 차이가 있었고 차선으로 다른 회사로 출근을 하게 된 지금이다.


 이 회사는 경기도 외곽 쪽이어서 기숙사 생활을 해야 했고, 기숙사는 3인이 같이 쓰는 꽤 넓은 아파트였고 생활에 필요한 전자제품이며 용품들이 잘 챙겨져 있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과 같이 쓰는 공간이라 당연히 서로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있었고 퇴근하고도 조금의 불편을 감수하고 쉬어야 한다는 상황에 남편은 가족이 더 더 더 보고 싶어 진 것 같았다. 일하는 환경도 지방의 직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을 직접 와서 확인해보니, 가족과 떨어져 혼자 이렇게 있는 것이 과연 맞는 걸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게 된 것 같았다.


 그래. 다 그렇다 치고, 그냥 가족의 소중함을 매일매일 깨닫는 현타로 인한 어려움이라 정리할 수 있겠다. 남편도 그렇지만, 사실 나도 아이들과 남편 없이 지낸다는 것이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스트레스가 생기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내 힘으로 충분히 아이들을 케어할 수 있겠다 자만했지만, 아빠가 늦게라도 퇴근하고 집에 오는 아빠의 상황과 아예 떨어져 있는 부재 상황에서의 아이들 모습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특히 둘째의 잦은 떼씀과 어리광을 맞는 나의 한계는 나를 자주 주저앉게 만들었다.  

 

 물론, 남편이 옮긴 직장에서 만족해하며 어려움이 있어도 나름의 비전을 바라보며 열심히 일을 한다면 나도 이 정도의 어려움은 이겨낼 수 있겠다 생각했다. 둘 다 너무 지쳐가는 중이었다.


 매일의 영상통화에서- 때론 아이들은 노느라 정신없지만- 나와 남편은 화면의 얼굴을 바라보며 한참을 이야기했고, 무슨 견우와 직녀도 아니고 옆에 있지 못함에 안타까움만 뚝뚝 흘리고 있었다. 매일 아침 힘내라며 보내는 카톡에서도 괜히 마음이 더 약해질까 봐 '보고 싶다'라는 말은 생략하곤 했었다. 결혼 10년이 지나고 느끼는 애틋함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혼자서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아이들을 챙기기가 점점 벅차기 시작했다.


 주말이 되었고 남편은 2주 만에 집에 왔다. 그날따라 장이 안 좋아 화장실을 자주 갔던 남편은 병원을 다녀오라며 조퇴를 권유받고 예정보다 일찍 집에 도착했다. 원래는 밤늦게 올 예정이었는데 일찍 집으로 가서 가족을 볼 수 있어서 웬 떡이냐 하며 아픈 것도 참고 왔다고 한다. 아직 어린애 같았다.


 아이들과 깊은 상봉을 하고 나니 아이들은 바로 남편에게 물었다.

 "아빠, 이제 또 언제가? 몇 밤 자고 가는 거야?"

 만남과 동시에 헤어짐을 걱정하는 아이들이 되어 버리다니!.... 그때 속으로 안 되겠다 싶었다.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빨리 이사를 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학교 문제도 있고 집 계약 문제도 있고 대출 문제도 있는데, 빠른 시일의 이사는 정말 자신이 없었다.

 안되면 빨리 포기하는 것도 길이라 했던가! 오랜 이야기 끝에 남편과 나는 다시 지금 살고 있는 곳으로 일을 알아보기로 했다. 굶어 죽지만 않으면 되겠지!라는 철없는 용기 같은 것도 내 마음 맨 아래에 생긴 것 같았다. 

 

 그렇게 우리 가정은 수도권 상경의 꿈을 2달 만에 접어야 했지만, 이곳에 남아서 지켜져야 할 더 소중한 것들을 몸소 느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기로 했다. 대신 안정감이 조금 사라졌지만, 잠시 떨어져 있으면서 남편의 사랑? 도 확인할 수 있었고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았다는 남편이 원망스럽지는 았았다. 나도 남편의 빈자리를 잠깐 동안 느끼면서 결혼 10년이 지난 부부의 사랑의 형태가 이제는 뭔지 알게 되는 시간이 되었다. 경험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다는데, 우리 가족이 2달간의 방황을 마치고 다시 온전한 모습으로 계속 성장 중에 있음을 먼 훗날에는 추억할 만한 이야깃거리가 되길 손 모아 소망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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