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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트우먼 Sep 01. 2022

위기

뜻하지 않는 곳에서 찾아온 위기




 주말부부를 시작한 지 한 달여 시간이 지났다. 새로운 곳에서 조금씩 적응 중인 남편은 변화에 따른 조금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 몸이 적응하면 괜찮아질 것이라 생각하고 하루하루 열심히 보내고 있었다. 한 가지 정말 어려운 점은 가족이 그렇게나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퇴근하고 매일 하는 영상통화에서는 핸드폰 화면만 뚫어져라 쳐다보며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서로에게 말하고 잠이 들곤 했다. 같이 있을 땐 많이 하지 않았던, 얼굴 보며 이야기하는 일도 주말부부의 장점이라 생각하며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달이 되고 새로운 곳에서의 첫 월급을 받았다. 그런데 월급 계산이 생각과 맞지 않음을 알게 된 남편은 근로계약서와 면접 때 면접관과의 이야기,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말들을 종합적으로 생각해보며 골똘히 무언가를 고민하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보통의 회사와 다른 방식으로 월급을 계산하는 이 회사로부터 정확하게 설명을 듣지 못하고 어렴풋이 얼마 정도의 월급을 받을 거라는 이야기를 믿고 일을 시작한 것이 본인이 생각한 것과 많이 차이가 난 모양이었다. 이전에 받았던 대우와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강도와 주말부부로 떨어져 있는 많은 상황들을 고려해볼 때 이 정도의 급여로는 일을 계속하기가 힘들다는 판단을 내렸고, 처음에 이 회사를 선택하면서 포기했던 다른 회사에 연락을 하기로 했다.


 위기는 이때부터 시작이 되었다. 내 맘같이 계획이 스피드 하게 진행이 되면 좋으련만 각자의 사정이 있어서 일은 더디게 진행이 되었다. 또 집과 떨어져 시부모님 집과 왔다 갔다 하며 일이 진행되길 바라는 남편의 마음도 조금씩 흔들리고 있던 것 같았다. 첫 단추가 잘 못 껴진 여파가 처음의 확신을 조금씩 무너뜨렸고, 언제가 될지 모르는 출근을 기다리는 상황이 되다 보니 그것은 더 심해졌다. 아니 출근을 해도 또다시 낯선 곳과 상황에 적응을 다시 시작해야 하고 또 그것이 내가 바라던 곳이었나, 주말부부를 해야 할 만큼의 일인가를 따져볼 수밖에 없는 현실에 지친 듯했다. 


 우여곡절 새로운 곳에 다시 출근을 하게 되었고 첫 회사와는 좀 다른 분위기의 직장과 새로운 기숙사에서의 적응도 숙제가 되었다. 퇴근을 하고 집에 오면 아내와 아이들이 반겨주어야 하는데 낯선 사람들이 같은 집에 있으니 그것도 꽤나 어색함을 넘어 외로운 모양이었다. 핸드폰 화면에서의 남편의 표정은 점점 힘들어 보였고 보고 싶다고 하는 말에 붙잡고 있었던 나의 멘탈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처음에 당당하게 주말부부를 시작할 때의 남편은 자신감에 차있었고 몇 개월 떨어져 있다가 곧 우리도 남편이 있는 곳으로 이사를 갈 생각이었기에 새 출발에 대한 기대가 컸었다. 이사를 가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처음의 모습과 달리 마음이 흔들리고 있는 남편과 처음 계획과는 다른 상황에 나에게도 불안이 찾아온 것 같았다. 설상가상으로 아이들을 혼자서 씩씩하게 케어할 수 있겠다는 나의 각오도 예상과는 다른 둘째 아이의 심한 어리광에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다. 상황을 이렇게 만든 남편도 원망스러웠고 조금 더 신중히 생각해보지 못한 나에게도 실망이 들었다. 

 

 어려운 마음일 때 같이 고민하고 이야기해야 하는데 떨어져 있으니 그것도 문제였다. 또 매주마다 장거리를 오가는 것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이들은 아빠가 보고 싶다며 언제 오냐고 묻지만 이게 무슨 이산가족도 아니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사람의 연약함이 참 이렇다. 내 능력으로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자만이었다. 주말부부 한 달 만에 깊은 어려움에 빠진 시간이 계속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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