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에서 놀자 ' 우리나라에 있는 세계 최초의 배'
코로나 19로 닫혔던 박물관이 열리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특별전이 연장되어 김정희의 '세한도'와 김홍도의 '평안감사향연도'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이번 주에는 꼭 가봐야겠다.
코로나 19로 인해 아이들과 박물관에 간 지도 오래되었다.
올해는 꼭 갈 수 있기를 바라며 예전에 아이들과 함께 했던 프로그램을 정리해본다.
박물관에 갔을 때 가장 지나치기 쉽지만 중요한 곳이 있다.
그건 바로 박물관의 전시가 시작되는 입구이다.
전시관 입구는 주로 유물이 아닌 패널로 전시되어 있어 사람들이 그냥 자세히 보지 않고 지나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전시관 입구의 전시는 그 전시관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전시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실학박물관의 입구에는 수레가 놓여 있다. 많은 관람객들이 자세히 보지 않고 지나치지만 실학박물관에서 수레의 의미는 가볍지 않다. 실학자 박지원은 '조선이 가난한 것은 수레를 사용하지 않아서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수레의 사용을 강조했다. 수레를 사용하기 위해 도로를 정비해야 하고, 도로의 정비를 통해 물류를 증대시켜야 조선이 부강한 나라가 될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학박물관 심벌마크도 실학시대의 정신과 대지를 상징하는 하단의 박스와 미래를 상징하는 상단의 푸른 박스, 그리고 농경의 풍요를 기원했던 실학시대의 수레바퀴가 두 시대를 연결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그럼 국립중앙박물관의 제일 첫 번째 전시는 무엇일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위상에 맞게 국립중앙박물관의 대부분 전시는 진품이다. 전시의 흐름을 위해 꼭 필요한 경우 아주 극소수 문화유산만 복제품을 전시해놓았다. 그런데, 제일 첫 번째 전시는 '반구대암각화' 패널 전시다. 패널로라도 첫 번째 전시를 '반구대암각화'로 했다는 것은 반구대암각화를 이야기하지 않고 우리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설명할 수 없다는 반증이 아니겠는가?
박물관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그런 무지막지한 행동은 하지 않는다. 주제에 맞게 몇 개만 보는 것이 훨씬 더 교육적이다.
우리나라에 있는 세계 최초의 배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선사시대의 비밀'이다.
내가 속한 모임 모아재에서 '뮤지움키즈'라는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을 박물관으로 데리고 다닌 적이 있다. 전곡리선사유적지, 암사동에 이어 세 번째로 국립중앙박물관에 와서 아이들이랑 활동을 했었다. 그때 계획하고 실천한 프로그램인데, 대상은 주로 3-4학년이었다.
한꺼번에 미션을 주지 않고 조별로 하나씩 미션을 준다.
아이들은 전곡리와 암사동에서 체험한 내용과 모둠별 협의를 통해 탐험가 또는 탐정이 되어 미션을 수행한다.
첫 번째 미션은 반구대암각화의 시기와 사람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찾는 것이다. 바위에 그려진 동물들을 통해(아이들은 전곡리와 암사동에서 구석기와 신석기를 배웠으므로) 이 시기가 신석기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두 번째 미션인 10명이 넘는 사람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보통 모둠원이 눈에 불을 켜고 10분을 넘게 찾아도 못 찾는 경우가 많다. 그 정도쯤 시간이 지나면 교사는 슬쩍슬쩍 지나가면서 도움말을 준다.
실제 박물관의 전시보다 훨씬 쉽게 찾을 수 있는 이 그림을 통해 찾아보실 분들은 도전해봐도 좋겠다.
이 미션이 끝나고 나면 신석기실에 부서진 사슴뼈에 대해서도 슬쩍 질문해준다. 신석기실에 발견된 사슴뼈는 왜 대부분 부서져서 조각으로 남아있는 것일까? 뾰족하게 만들어서 화살이나 칼처럼 사용하려고?
아니다. 이 시대의 사람들이 소금을 섭취하기 위해서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반드시 소금 즉 나트륨이 필요한데 암염이 없는 지역에서는 나트륨을 섭취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주로 동물의 피나 생선은 눈 등에 있는 나트륨을 섭취한다. 그런데 주로 동물의 뼈 속에 있는 골수에 나트륨이 많이 저장되어 있다. 그래서 뼈를 쪼개어 골수를 섭취함으로써 나트륨을 보충하였다. 현대에 저염식을 하는 사람들이 주의해야 할 것! 저염식을 오래 하면 뼈 속의 나트륨을 꺼내어 사용함으로써 뼈가 약해진다.
첫 번째 미션을 달성한 모둠에는 두 번째 미션지를 준다! 첫 번째 미션의 답이 배에 탄 사람이다. 두 번째 미션은 신석기시대의 배를 전시관에서 찾는 미션이다. 앞에 잠시 이야기했던 했던 것, 이 곳 국립중앙박물관에 복제품으로 있는 것이다. 진짜 신석기시대 배는 창녕에 있는 전시관에 있다. 이 신석기시대의 배는 현존하는 세계 최초의 배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와서 이 유물이 배라고 거의 생각하지 못하고, 신경도 쓰지 않고 지나치기 쉬운 창녕 비봉리 배. 사실 이 미션을 진행하면 느낄 수 있다. '눈 뜨고 코 베인다'라는 속담의 의미를. 전시관을 몇 바퀴 돌면서도 못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이 미션이 재밌다.
두 번째 미션과 함께 있지만, 실제적인 세 번째 미션은 이 비봉리 배를 만든 도구를 찾는 미션이다. 이 도구는 신석기실에는 있지 않고 청동기실에 있다. 이 도구를 찾으려면 이 비봉리 배의 특성을 잘 알아야 한다. 우리가 흔히 아는 배처럼 못질을 해서 조립한 배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배는 통나무배다. 즉 나무 하나의 속을 파서 만든 배라는 뜻이다. 그래서 이 나무의 속을 '파낸' 도구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바로 돌자귀다.
박물관은 아이들이 그 속에서 탐험가나 탐정이 될 수도 있는 곳이다, 마치 인디아나 존스 박사처럼.
많은 것을 가르치려 하지 말고, 설명하려 하지 말고,
스스로의 힘으로 탐구하고, 의논하고, 찾아내는 기쁨을 알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설계한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