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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랄라라 Oct 21. 2020

반가사유상의 미소- 고민과 희열 사이에서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의 미소

우리가 흔히 부처라고 하는 석가모니는 기원전 6세기에 태어났습니다. 태어나자 7걸음을 걷고 난 뒤 하늘과 땅을 가리키고 나서 '천상천하유아독존(하늘과 땅 아래 오로지 내가 가장 존귀하다)'이라고 외칩니다.  

'잘난 척 하는건가?'라는 생각이 드시지요? 석가모니는 35살에 진리를 깨닫고 모든 중생의 고통을 해결해주기 위해 노력했으므로 하늘과 땅아래 -즉 세상 모든 곳에서-가장 존귀하다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말은 조금 다르게 해석해야합니다. 석가모니는 신분제도가 엄격한 인도에서 태어났습니다. 신분의 이동은 상상할 수도 없고 신분의 사람끼리의 혼인도 불가능했습니다.  수천년전의 조상과 지금의 후손이 신분이 같다라는 표현을 사용할 정도로 철저하였습니다. 이런 인도사회에서 석가모니는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고 선언하고 그 증거로 우팔리라는 수드라(노예계급)을 자신의 제자로 삼습니다. 즉,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으므로, 석가모니 자신이 귀하다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고 존귀하다는 사상을 표출한 말입니다.

석가모니 스스로 왕족의 신분의 한계를 가지고 있었을테고, 이 말을 한 시기가 기원전 6세기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 생각이 얼마나 시대를 앞선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천상천하유아독존!


그런데 제자들이 석가모니에게 여러 질문을 하다 이런 질문을 합니다. " 스승님 다음으로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될 사람은 누구입니까?"

부처는 자신이 죽고 난 후 56억 7천만년 후에 '미륵'이 부처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56억 7천만년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시간과 미륵이 부처가 된 이후에 일어날 일, 미륵신앙이 우리나라에 끼친 영향은 다음기회에..(싯타르타태자설 등 까지 )

그래서 미륵은 저 천상세계에서 있으면서 언제 내려가서 많은 사람들의 고통을 없애줄까하며 이제나저제나 기다립니다. 너무 기다리다 보니 자세도 초조합니다. 바로 앉아있지도 못하고 계속 지상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내려갈 수 있도록 이런 자세로요. 흔히 쩍벌남의 자세라고도 합니다만...

그러다 드디어 56억 7천만년이 지나면 지상에 내려옵니다. 긴 시간동안 진리를 고민했지만 석가모니가 보리수나무아래에서 진리를 깨달았을 때처럼 계기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지상에 내려오자마자 한쪽 다리를 꼬고 한 손을 받친 채 생각을 합니다. 이 땅에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고통을 사라지게 하고 모두가 부처가 될 수 있는 진리를 깨닫기 위한 시간, 그 찰나의 시간은 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01초도 되지 않습니다. 그 찰나의 시간이 미륵보살반가사유상의 모습입니다. 그래서 반가사유상의 미소는 진리를 깨달은 것도 아니고, 진리를 못깨달은 것도 아닌- 알듯말듯한 미소가 핵심입니다. 반가사유상의 입술을 보세요. 알듯말듯한 미소...이건 어느 나라의 반가사유상도 따라오지 못하는 이 반가사유상의 미소입니다.

부처가  열반에 든지 500년 정도가 지나면 간다라지방과 마투라지방에서 경배의 대상으로 불상이 만들어지는데요.

간다라 불상은 그리스헬레니즘이 섞여 서양인의 얼굴에 곱슬머리, 편암으로 만들어지고, 마투라불상이 인도인의 얼굴과 머리, 사암계열로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더 흥미로운건 얼굴에 깃든 '사유' 즉 생각입니다. 간다라 불상은 아직 진리를 깨닫지 못한 싯타르타태자의 깊은 사유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반쯤 감은 눈엔 생노병사의 우울마저도 보입니다. 이에 비해 마투라불상은 너무나 활짝 웃고 있습니다. 진리를 깨달은 석가모니의 감출 수 없는 희열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간다라 사람들은 불상을 보며 싯타르타태자가 가졌던 깊은 사유를 통해 진리를 깨닫고자 한 것 같습니다. 마투라사람들은 불상의 법열, 끓어오르는 환희의 모습을 통해 그 진리를 함께 하고자 한 것 같습니다.


이 두 불상의 사이에  반가사유상의 미소를 넣어보세요.  알듯말듯한, 아래입술에 살포시 걸린 고민과 희열사이..

반가사유상의 미소가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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