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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리 Dec 03. 2020

일을 그르치는 들뜸병

으이구 매번 들떠가지고는

반갑습니다.


평정심, 침착성, 마음의 평안을 유지하고 싶다?

잘 찾아오셨습니다.

우리 같이 해요.


저는 한 가지 병(?)이 있습니다.

바로 어떤 일을 추진할 때에 '들뜨는 병'인데요.


'뭐야 이거 이러다가 부자 되는 거 아니야?'


그럴 때마다 밤을 새워가며 열심히 그 일에 몰두하곤 합니다.

얼마 전 생애 처음으로 소설을 써봅니다.

반응이 썩 괜찮았어요.


'뭐야 이거 이러다가 웹소설로 유명해지는 거 아니야?'


하지만 첫 장에 혼을 갈아 넣었는지, 다음 시나리오가 쉽사리 떠오르지 않더군요.

언젠가 다시 이어 쓸 날이 오겠지요.

지금은 할 수 있는 것 다 도전하는 중이니 뭐 다 좋습니다.


얼마 전 온라인 마케팅에 관한 전자책을 무료로 받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전자책 읽는 내내 이런 생각이 드는 겁니다.


'뭐야 이거 이대로만 하면 부자 되는 거 아니야?'


이 정도면 들뜸병 맞죠?

문제는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닙니다.

들뜸으로 인해 필사적으로 어떤 일에 몰두하는 건 좋은 현상이지만, 세상 어떤 일이건 '정해진 룰'이 있고 '적당한 시기'라는 게 있습니다.


그 룰을 깨버리려 하고

그 시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축 쳐지며 들떠있는 마음이 가라앉습니다.


내 문제점이 뭔지 이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보입니다.


'성급했구나'


하지만 이미 열정을 다 불태우고 난 뒤.

뭔가를 할 힘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새로운 들뜰만한 일을 찾기 전엔 추욱 쳐져 기운 없이 지냅니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을 알아내려고 노력했습니다.

찌나 시달렸는지 바로 알겠더군요.


현재 목표가 없습니다.

진행 방향이 불명확합니다.

뭔가를 하는 목적이 매번 다릅니다.

그려진 꿈이 없습니다.


'목적 없이 걷는 건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이대로라면 목표가 없으니 방향도 모르겠고 뭘 해야 하는지 이게 앞으로 가는 건지 옆으로 가는 건지 뒤로 가는 건지 멈춘 건지 모르겠구나.'


그.래.서


제1의 목표를 세웠습니다.

꿈을 찾자. 내 위치를 알아내자. 방향을 잡자. 가자.


'그래. 인생은 셀프 내비게이션이야. 목적지까지의 안내는 내가 직접 하는 거야.'


이렇게 한다면 자연스럽게 원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고, 중간중간에 들뜨는 현상은 줄어들 것이며, 최종 도착지에 다다라서야 들뜨겠지요.


좋습니다.

지금까지의 일들을 경험 삼아 여기저기서 실패하고 실수하고 넘어지고 깨지고 쓰러지고 비틀댈 시간을 아낀 샘 치고, 앞으로 꽤 많은 시간을 투자해 확실한 인생 목표를 세워야겠어요.


지금은 그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지금도 들뜸병은 도졌어요.

하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른 들뜸입니다.

지금 기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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