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립트

영상 편집의 시작은 "내용 정리"부터

by 케이진
도대체 뭔 말이야?


내가 하는 일이 영상 편집일이라 그렇기도 하지만, 사실 나는 어려서부터 정보나 지식을 영상으로 접하고 이해하는 걸 선호하는 편이었다. 근데 웃긴 건 영상을 보고 바로 '아~' 하는 건 아니고, 그걸 굳이 어딘가에 다시 정리하는 편이다.(요즘은 노션을 주로 애용한다) 그래야 내가 뭘 봤는지, 무슨 내용이었는지 확실히 정리가 된다. 인풋의 방식이 상당히 비효율적이지만 그래도 좋은 점은, 한번 내 것이 되면 그다음에 아주 다양한 형태로 응용이 가능해진다.


노션 추천!


그런 내가, 가끔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뜨는 썸네일을 클릭했다가 '엥?' 할 때가 있다. 화려한 조명이 영상을 감싸고(?), 휘황찬란한 트랜지션이 휙- 등장하지만, 다 봤는데 정리가 안된다! 정리를 하려고 들자니, 내 머릿속이 엉켜 버린다. 이건 대체 뭔 소리지?(물론 영감을 주는 예술적, 감각적인 영상류는 예외다)


영상의 기본, 스크립트


'-에 도전하기' '-하는 법' '-하는 비결' 'Best 10' 등의 자기 계발류의 영상인데, 보고 난 후에 갸우뚱하다면 이 영상은 기본 내용이 충실하게 준비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상이 완성되는 과정이야 목적에 따라, 제작 환경에 따라, 작업자마다 각기 다르겠지만 지금 말하려고 하는 <자기계발/교육/강의 영상>의 경우에는 사전에 내용 정리 작업을 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가 무척 크다. 즉, 정돈된 '스크립트'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예외도 있다. 만약, 오프라인 강연처럼 아주 자연스러운 현장의 분위기를 스케치하는 것이 영상의 가장 큰 목적이라면 완벽한 스크립트가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다. 강사의 목소리 떨림, 호흡, 시선과 움직임 그리고 뿜어내는 에너지가 영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그것은 스크립트가 아닌 즉흥적인 현장감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강의는 전달하고자 하는 목적과 정보가 명확하게 존재한다. 그런 경우라면 아무리 스피치를 잘하는 강사여도 스크립트, 혹은 대략적인 목차 구성이라도 있어야 원하는 기승전결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굉장히 중요한 편집 요소다.


라이브와 편집된 영상의 차이


이러한 이유로 스크립트 없이 촬영하는 경우, 편집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영상 자체가 부족하게 느껴질 확률이 크다. 먼저 원본 영상과 비교하여 최종 편집 영상의 러닝타임이 확연히 줄어든다. 현장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NG컷들이(주로 말이 반복되는 경우, 더듬는 경우, 사운드가 안 좋은 경우 등이 있다) 수두룩 나오기 때문이다. 내 경험상, 컷편집을 마치고 나면 원본 분량에서 50%도 안 남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물리적으로 러닝타임이 줄어들게 되면, 내용적으로 부족한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또 현장에서는 전달자의 에너지, 울림을 타고 메시지가 직접적으로 전달되지만 영상으로 담아내면 그 파워가 현저하게 줄어든다. 예를 들어, 사진관에서 증명사진이나 가족사진을 찍어본 경험이 있다면 알 것이다. 사진사가 "조금 더 활짝 미소를 지어보세요~"라고 하셔서 내 딴에는 활짝 웃고 찍었는데, 결과물을 보면 웃다 만 얼굴로 나오는 그런 느낌! (물론, 내가 눈이 작은 편이라 더 그런 걸 수도 있다... 젠장)


나는 활짝 웃었지만 사진 속 나는 적당히 조차도 못 웃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어떤 사진도, 영상도 현장감을 모두 담아내지 못한다.(그런 의미에서 현장에 계시는 모든 조명과 음향 감독님들... 존경한다!) 그러니 기억에 '남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면? 촬영 완료된 영상에서 편집자가 남길 수 있는 건 오롯이 내용, 메시지뿐이다. 그래서 본격 촬영 전에 내용(메시지) 정리를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며, 나는 그 단계부터 '편집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스크립트는 편집의 내비게이션이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영상 편집 역시 언제나 준비된 채로 시작할 순 없다. 특히나 본인이 전체 디렉팅을 담당하지 않는 이상, 프리랜서 편집자는 주는 대로(?) 작업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물론 작업 여부는 내 선택에 달려있다) 스크립트가 있는 영상을 편집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이면서 이상적인 방식이지만, 그렇지 않은 영상을 편집해야 하는 경우도 사실 많다. 특히 영상 작업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클라이언트라면 많은 경우의 수로 스크립트가 없다.


스크립트가 없으면 작업이 불가능한가? 그렇진 않다. 다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스크립트의 유무에 따라 편집 작업의 난이도가 천지차이라는 것이다. 내비게이션 없던 시절에 운전하던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그러니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꼭,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이 영상의 스크립트는 존재하는지, 어디까지 텍스트로 정리되어 있는지 말이다. 그리고 그것을 작업 비용에 반영하여 계약을 진행해야 클라이언트와 프리랜서 모두가 작업 영역과 범위에 대해 서로 오해 없이 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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