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은 모다? 실전이다!

몸으로 때웠던 편집 실전기

by 케이진


[쫄지 않고 도전하는 힘의 원천] 에서 이어집니다



나 일주일 간 건들지 말아줘...


2020년 2월, 코로나라는 듣고 보도 못한 뭣같은 것 때문에 전 세계가 마비가 되고 사상 초유의 재택 근무와 가정 보육을 실행하게 됐던 그 때. 난 코로나고 나발이고 편집을 해내야 하는 초유의 미션과 가정 보육을 동시에 해내야 했다. 두둥...


남편도 재택 근무 체제로 돌입했기 때문에 (짬짬이라도 아이를 봐줄 수 있으니, 완전한 독박은 아니어서) 그나마 다행이기도 했지만, 아이를 케어하면서 이 업무를 소화해야한다고 생각하니, 잠이 오질 않았다. 방법은 한 가지였다. 아이와 관련된 일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편집 시간으로 써야 한다. 이 말은 즉, 남편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단 이야기다.


다행히 그는 내 도전을 이해하고 배려해줬다. 그 후로 내 컴퓨터는 24시간 켜져 있었고, 나는 그 자리를 지키거나 잠시 비우거나 둘 중 하나였다. 수면 시간도 최소한으로 줄이고 졸면서도 컷을 자르고 붙이기를 반복하던 3일 째.. 약간 무의식에 편집 감각이 생긴 것 같았다. 내가 자르겠다는 생각을 하기 전에 손가락이 이미 Ctrl+K를 누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와!


사실, 강의 영상은 기본 포맷을 만들어놓으면 흐름이나 효과는 계속 반복되기 때문에 처음에 시간이 다소 오래 걸려도 한번 포맷을 잡으면 반복되는 작업이 많다.(라고 그때는 생각했었다...;;) 처음엔 "그게 뭐였더라.." 하면서 더듬더듬 하며 자르고 붙이던 걸, 계속 반복하다보니 어느 순간 키보드 위에서 손가락이 날라다니기 시작했다.


'캬~ 나 이제 다 할 수 있을 것 같아!'


고작 자르고 붙이는 게 자연스러워졌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무척 행복했다. 그리고 디자인 된 자막과 효과가 하나씩 입혀지면서 미치게 신이 났다. 내가 머릿 속에서 그리던 그 형태를, 내가 좋아하는 작업자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이 과정 자체가... 나에겐 너무 감동적이었다.


과정을 모두 설명하기엔 꽤 많이 삽질했고, 엎어졌고, 좌절했고, 애를 썼기에 모두 담을 수가 없다. (기회가 되면 나중에 하나씩 보따리를 풀어보겠다;;) 진짜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 걸로 반나절 시간을 모두 보내기도 하고, 처음에 잡아야 하는 기본 설정값을 놓쳐서 다 끝난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하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는지 모른다. 눈이 안떠지게 피곤했고, 물을 마셔도 계속 목구멍이 타들어가는 느낌이 날 정도로 절박했었다.


그렇게 힘든 데도 나는 "다음에 할 때는 이렇게 해야겠다.." 는 생각을 했다. 다시는 안하고 싶다가 아니라, 다음 번엔 이렇게 해보고 싶다.. 인 것이다! 벌써부터 '다음'을 생각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더 잘 만들 수 있을까..를 계속 생각하는 나를 느끼며, 그때 결심했던 것 같다.


나 영상 편집 계속 하고 싶어.
이것 만큼은 정말 잘하고 싶다구!


그때부터 지금까지 (중간에 텀이 살짝 있었지만) 영상 편집을 하겠다고 마음먹고 본격적으로 달려온 지 이제 약 1년 조금 넘은 것 같다. 편집 과정에서 나만의 루틴이나 감각들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고, 나를 찾아주는 클라이언트도 생겼다. 내가 작업하는 방식과 결과물, 그리고 과정을 지켜본 클라이언트들이 내 생각과 의견에 함께 공감해주는 걸 보면서 요즘 내가 불현듯 든 생각이 하나있다.


책 잘 만드는 사람이라면,

영상도 잘 만들 수 있다


영상을 잘 만든다는 것이 단순히 유튜브에서 많이 설명하고 있는 색보정이나 트랜지션 효과주는 방법과 같은 기술적인 것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콘텐츠를 담아내는 하나의 매체로 인식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콘텐츠의 내용을 가장 효과적으로, 아름답고 명확하게 담아서 전달하는 것. 그 본질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라면 편집 기술은 얼마든지 습득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책'을 만들어 본 사람이라면, 혹은 그에 준하는 경험을 가진 사람이라면 '영상'도 역시 잘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반보 정도 먼저 출발한 나의 경험이 혹시 그들에게 도전할 수 있는 작은 용기를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렇게 노트북 앞에 앉아 주저리 남겨본다.


영상을 만들지만, 텍스트가 친정같이 느껴지는 탓에 영상 편집에 관한 나의 생각과 경험들을 이곳에서 천천히 풀어보려고 한다.


에펠탑 보러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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