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지 않고 도전하는 힘의 원천
영상 편집? 뭐부터 해야 하지?
영상 편집을 직접 해본 적은 없지만, 프리미어를 켜서 돌려본 적은 있다.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가 없으니, 수정 요청을 할 때도 이게 가능한 건가, 불가능한 건가, 어디까지 가능한 건가.. 가늠이 안돼서 너무 답답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편집 자체는 못해도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아야겠다고 생각했었다.
블로그를 열심히 읽고, 유튜브에서 눈 빠지게 편집 영상을 찾아보니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왜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먼저 이미지 몇 장 가져와서 프리미어에 올리고, 유튜브에서 말도 안 되는 BGM 다운로드하여 올려서 ENTER!
엄청 신기했다. 마치 아이폰이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 느낌처럼, 이런 세계가 다 있군.. 싶었다. 그때부터 짬 날 때마다 야금야금 요리조리 만져보고 뜯어보고 하면서 프리미어를 '구경'했다. 하지만 이제 구경만으로는 안 되는 시간이 왔고 나는 가능한 빨리 '프로'가 되어야만 했다!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사실, 컷 편집은 내 선에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차피 책 만들 때도 문장을 자르고 이어 붙이고 윤문하는 게 내 일이었으니깐. 영상을 '자르고-붙이고'를 프리미어 상에서 구현하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내용을 다 만들고 나면, 그 위에 자막은? 자막 색-크기-디자인.. 이걸 내가 한다고? 그래도 괜찮은 건가?
이게 왜 고민이었을까, 지나고 생각해보면 이렇다. 책을 만드는 과정은 나름 세부적으로 역할이 나누어져 있다. 완전히 같을 수는 없지만, 내가 배우고 일했던 방식을 기준으로 크게 나누자면, [기획-편집 | 디자인-조판 | 제작 | 마케팅-유통] 최소 4단계가 있고, 이 단계별로 작업자가 각각 정해져 있다. 물론 그 책의 담당 편집자가 전 과정의 PM 역할을 하지만 각 영역별 전문가가 있고, 그 영역에 있어서는 작업자가 곧 책임자다. 그들의 감각과 역량이 큰 영향을 미치고 한데 모여야 비로소 한 권의 책을 만들어진다.
(물론 요즘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독립출판, 1인 출판.. 혼자서도 모두 가능하다!)
이렇게 생각하니 '난 디자이너가 아닌데, 가장 적합한 자막의 크기와 색깔과 디자인을 어떻게 결정할 수가 있지? 무슨 근거로?'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내 역할의 범위를 벗어난 일이라고,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도움을 요청할 사람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매체는 변해도 본질은 변하지 않아
그런데 내가 하던 일이 '책' 주변의 일인지라, 내가 아는 사람들도 모두 '책' 주변 사람들이었다. '영상 하는데, 책 작업자를?'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들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건 매체가 바뀌어도 본질은 즉,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책'도 '영상'도 하나의 콘텐츠를 담아내는 매체다. 종이 위에 글씨로 전할 것인지, 흐르는 비디오로 전할 것인지 방식의 차이는 있지만 가치와 정보를 전달한다는 큰 의미에서는 같은 범주라고 생각했다. '책'을 잘 만드는 사람들이어야 '영상'도 잘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서툴러서 어려움을 겪을 순 있지만, 같은 가치를 담아낼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책' 사람들에게 연락했다.
"저예요. 잘 지내시죠? 저 요새 영상 만드는데, 좀 도와주세요!"
"영상? 어머머~ 근데 내가 영상을 어떻게 도와줘?"
"책 만들 때 본문 디자인 잡으셨던 것처럼, 영상 본문(?) 디자인 작업하신다 생각하시면 돼요~ 자세한 건, 만나서 말씀드릴게요!"
이렇게 만나서 내가 아는 만큼 설명했고, 내가 하고 싶은 걸 전달했고,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왔던 우리는 서로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이해하고 공감했다. 그리고 "그럼 한번 해볼게!"라고 말해주셨다. (고마운 사람들... 알라뷰)
이런 게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일까? 여기까지만 해도 난 이미 영상을 다 만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좀 서툴면 어떠리, 부족하면 어떠리. 어차피 날것의 영상들도 아무렇지도 않게 공유되고 회자되는 시대에 나는 '책' 사람들과 함께 작업하면 최소한 그보다는 훨씬 나은 영상이 나올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만의 영상 스타일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제 진짜로, 내 차례였다.
온갖 '삽질'과 '헛발질'로
전진해야 할 시간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