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푸드와 서울푸드

그 관계성에 대하여

  여고 시절 학교 앞에는 작은 분식집이 있었는데 말이야 그 집 떡볶이가 기가 막혔거든 양념은 적당히 달짝지근한데 또 끝맛이 매워서 문제집 풀다가도 자꾸 생각나고 떡은 쌀떡 밀떡 반반으로 부들부들하고 쫄깃쫄깃한 게 진짜 최고였지 금방 나온 떡볶이를 양념 푹 찍어서 한 입 딱 먹고 사이드로 시킨 순대랑 튀김을 떡볶이 국물에 콕콕 찍어 입에 넣은 다음 입가심으로 어묵 국물을 호로록 마셔준 다음에 왕핫도그는 테이크아웃 알지 그래가지고 손에 들고 운동장 돌면서 먹고 야자시간 맞춰 들어가면 딱이었거든

  라떼는 말이야처럼 구구절절 길게 이어지는 이 이야기는 내 소울푸드인 떡볶이에 대한 예찬론이다. 한국인의 소울푸드 하면 다들 다양한 선택지를 떠올리지만 그 중에서도 나는 라면과 떡볶이를 뽑고 싶다. 물론 이 둘을 섞어놓은 라볶이도 빠지면 서운하다. 

  요즘이야 배달 떡볶이가 프랜차이즈로 승승장구 하고 있는 시절이니만큼 휴대폰만 켜면 몇 분 안에 종류 다양 토핑 다양한 떡볶이와 마주칠 수 있다지만, 저때는 말이야 정말 저런 분식집 떡볶이가 대세였단 말이지. 가게마다 양념 비법도 다 달라서 매운 게 당길 때는 이 집을 가야 하고 좀 달달한 게 먹고 싶다 하면 저 집을 방문했어야 했거든.

  먹는 건 삶의 낙이고 그거 빼면 서운한 삶이 아니던가. 소울은 그렇게 채워지고 푸드는 그 소울 채워주기 위해 더 발전되고 다양한 형태로 우리에게 강림하시는 것 아니던가. 서울만 해도 그렇다. 맛있는 게 많아도 너무 많다 이거야. 미슐랭 맛집이며 유명 셰프들이 낸 가게며 작지만 예쁜 비스트로며 … 주말마다 연휴마다 나들이를 떠나도 맛집투어를 가도 다 갈 수가 없더라니까

  그래도 가끔 그런 날이 있잖아 채워도 채워도 헛헛한 날 배는 부른데 마음까지 채워주지는 못하는 날 그런 날이면 어김없이 저 분식집 생각이 나더라고 사실 진짜 '소울푸드'란 기억이 담긴 음식이어서 그 힘이 나는 게 아닌가 싶어 정말 영혼까지 배부르게 만드는 느낌이잖아 그치그치 사실 그것때문에 가끔은 교복입고 가야 하나 생각도 든다니까 교복치마 밑에 체육복 입고 슬리퍼 끌고 가서 먹던 그 맛 그대로는 요즘도 좀 힘들더라고 진짜 웃기지 그때 너랑 매점 앞 간이 식탁 같은 데서 추운 날씨에 오들오들 떨면서…기억나? 교복 치마 밑에 수면바지 껴입고 …진짜 웃겼는데… 남은 튀김은 양볼에 구겨넣고 야자하러 올라가고…네가 다 먹고 국물 버리다가 내 양말에 튀기고…….

  기억은 매개가 다양하다는데 소울푸드는 정말 영혼까지 채워주는 마법이라도 있는 걸까 그게 커서도 계속 마음에 남더라… 진짜 웃기지… 정말 웃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