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인식으로 출신지역 해제하기
블루베리 스무디 발음해봐.
2의 2승 어떻게 읽어요? 2의 e승은?
경상도에서 왔습니다. 그런 자기소개를 하면 으레 쏟아지는 질문들이 있다. 이 질문들을 받으면 기분이 나쁘거나 전혀 그렇지는 않고, 그저 웃음부터 난다. 그 이유는 문장 하나로도 사람의 출신지가 이렇게 쉽게 드러난다는 게 흥미로워서다. 이러다 빅스비에게도 내 비밀을 들키는 게 아닌지. 시리에게는 숨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시리는 미국에서 왔으니까 경상도 사투리는 모를 수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웃게 되는 거다.
오래 알고 친한 과 선배는 자주 인터넷에서 사투리와 관련된 재밌는 영상이나 글을 보내곤 했다. 직접 만나는 자리가 있으면 시켜보기도 하고. 나는 서울사람들이 흉내내는 사투리의 어색함이 귀여워서 자주 웃었다. 가르쳐주는 재미가 있는 대목이다. 어색함이 묻어난다. 묻어난다는 건 그들도 거기서 오래 살고 그 도시의 녹과 양을 먹은 세월을 이기지 못한다는 것이겠지. 그런 게 재밌고 신기하고 흥미롭다.
사실 예전에는 그게 치부처럼 느껴지던 시절도 있었다. 치기 어린 시절에 유독 그랬다. 숨기고 싶고, 드러내면 놀림 받을 것 같았다. 블루베리스무디. 단 일곱글자에도 나는 쉽게 부서지는 사람이 되는 것 같았다. 지금은 정말 그렇지 않지만.
바야흐로 21세기의 자기 PR시대. 이제 나는 내가 먼저 그 얘기를 꺼내기도 한다. 블루베리스무디 한 잔 주세요. 오늘은 쫌 으려우신데요 손님. 가 다섯 글자로 긴 문장을 표현하는 경제성과 어 몇글자로 통화가 마무리되는 효율성을 널리널리 자랑하기도 한다. 어쩌겠는가. 그 또한 내 일부인 것을.
요즘은 그 일곱글자에 다 담기는 내 세월과 정체성이 신기할 정도다. 언젠가 시리에게도 반갑게 인사하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억양에 깃들인 반가움을 알아듣고 반갑게 답해주길 바란다. 새로 만나는 사람들이 나를 알고 그래줬던 것처럼.
안녕 시리, 나는 블루베리스무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