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살기
요즘따라 내가 '나'로 사는 게 참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저기 듣는 말에 자주 휘둘리고, 말을 하다가도 멈칫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흘러들어오는 정보는 넘치는데 나가는 생각은 많이 없다. 답을 똑바로 구하지 못하는 함수 기계가 된 기분이다. 말로 누군가를 상처줄까 걱정되어 입을 열지 못하거나, 상처받고도 받았다 말하지 못하다 참는사람이 된다.
노트북과 스마트폰 안에 수많은 이름을 가진 또다른 내가 있다. 각자 다른 이름대로 때에 따라 다른 성격이 되기도 하면서.
나는 원래 아무렇게나 펼쳐 놓고 먹는 걸 좋아하고, 철지난 게임과 영화를 즐기고, 그 드라마는 사실 별로라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그래야 좀, 뭐랄까, 힙해보인다니까. 유행을 따르지 않는 건 자유겠지만, 여론이 몰리는 곳에 함부로 반기를 드는 게 쉽지 않나 보다. 특히나 호와 불호가 갈리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다수가 '좋다'는 평을 내리는 곳에 가서 '싫다'는 말을 하는 게 어렵다. 꼭 '불편러'가 된 것 같은 기분.
그거 좀 별로던데, 나는. 나는 그것보단 이게 좋던데. 우리 그 좋아요 200개달린 핫플 식당말고 그냥 자주 가던 집 앞 우동집에서 보면 안될까? 사실 나는 정말 그러고 싶어. 오늘 비오잖아.
남들 인생에는 매일 엄지를 치켜세우고 하트를 두번씩 누르면서, 내 삶에는 '더블 폴트*'만 외쳐댄 건 아닐까. 평균보다 높게 사는 것, 혹은 낮게 사는 것에서 오는 묘한 우월감과 박탈감을 생각한다.
그냥, 요즘, 하는, 생각.
이젠 내 인생의 타임라인에도 순간순간 좋아요를 누르고 싶다. 이유없이 엄지를 치켜세워주고 싶은 날이 있는 것이다. 비오는날 먹는 우동은 더 맛있고, 보편적인 천만영화가 내 인생영화가 될 필요는 없는 것처럼.
그냥, 오늘, 하루, 좋아요.
*테니스 경기의 판정 용어;더블폴트(double fault): 두번째 서브마저 네트에 걸리거나 라인 바깥으로 나갔을 경우를 말한다. 이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점수를 뺏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