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無題)

by 조희길

오랫토록 타는 목마름으로 도심 난간을 어슬렁거렸다.

내가 누구인지도 앞에 서 있는 이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그저 아메바처럼 배설하고

있었다 일인칭이면 어떠랴 이미 도덕도 신념도 멀리한 기억이 가물가물한 걸, 자칫

기우뚱거리다 허공에 매달릴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으로 늙음을 맞이하고 있다.

노인이 되기 싫은데 초라해지고 싶지 않은데 그들 무리 속에 섞여 한낮을 보내고

있지나 않는지 그러다 전염되고 말았나? 소리 소문 없이 코로나처럼, 원숭이 두창처럼

더럽고 비겁하게 감염되고 말건가? 그래서 생각 기울어진 자들이 나를 하찮게 보고

있나? 함부로 더듬더듬 덤빈다. 말의 유희와 곤궁함 속에 어질어질 벼랑 끝에 위태롭게

서 있다.


황당한 전화벨이 울렸다

경사났다, 경사났어~


나는 오월 찬란한 혼란 속에 헤매는 중

내가 먼저 던진다

홀인원 했어?


이야, 머리가 정말 좋구나~

웅, 그래! 홀인원 했어!

.....


올 여름은 일기예보대로

비가 많이 왔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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