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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난나 Sep 04. 2022

회피, Just do it, 그리고 Superpower

온전한 나로 존재하기 위해

주중에 워낙 빡센 삼프로티비 애청자이기는 하지만 주말엔 주식이나 뉴스에 지치기도 해서 영화나 짧은 영화요약 유튜브를 많이 보곤 하는데 이번 주엔 우연히 주말에 하는 삼프로티비 상담소를 보게 되었다.​

30대초반의 청년이 보내온 사연에는 어릴 적부터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집안의 도움은 생각치도 못하며 오히려 집안에 보탬이 되어야 했던 상황, 그럼에도 미디어 아트 분야의 꿈을 포기할 수 없어 국가 지원 프로그램 등을 열심히 찾아 듣고 앞으로도 열심히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겠다는 다짐이 담겨있으나 어머니께서 작년에 돌아가신 이후로 우울과 공황 장애가 심해져 걱정이라는 사연이었다.

김프로님과 윤대현 교수님, 박병창 부장님이 저마다 살아온 경험과 전문지식 등에 근거하여 진심어린 조언들을 해주는데 참 따뜻하게 느껴졌다. ​


정신과 전문의 윤대현 교수님은​


어려운 시기에 포기하지 않고 꿈을 향해 가는 모습이  훌륭하다,


그런데  우리 마음은 100% 준비되었을 때가 별로 없다. 공부할 100%의 준비가 될 때란 별로 없는 것이다,

의지의 한 80%라도 준비되었을 때 일단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


즉 마음은 생각과 감정이 구성요소인데 이쪽이 약해지기 쉽고 의욕이 떨어져서 행동이 어려운 시기인데 일단 행동을 하게 되면 감정이 바뀌고 다음에도 해볼까, 라는 의지가 생기기도 한다(예를 들면 주말에 아무 것도 하기 싫은데 친구 손에 이끌려 산책을 하고 난 후 몸이 가볍고 상쾌한 기분을 느끼는 등).​


또한 공황장애와 우울증 등으로 ‘나는 자존감이 낮아’라는 말은 옳지 않다.


부정적 프레임이 강해져서 “자존감이 낮게 느껴지는 것일 뿐”이다. ​


작은 말의 차이이나 말이 생각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난 너무 예민해,보다는 난 섬세해!


요즘 내 자존감이 너무 낮게 느껴지네, 사실 난 굉장히 가치있는데!


라는 식으로 별거 아닌 말이라도 바꾸어 말할 필요가 있다. ​


그리고 가만히 누워있기라는 것이 수동적 힐링이기는 한데, 이게 사람 만나는 것까지 회피하는 정도에까지 이른다면 능동적으로 바꾸어줄 필요가 있다(억지로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등..)​


또한 이렇게 지쳤을 때는 너무 큰 목표를 세우고 그걸 못 이루면 더 힘들 수 있기 때문에 분명한 목표가 있으니 그걸 위해 오늘 할 수 있는 일, 작은 것부터(예를 들면 하루 10분 산책하면서 독일 음악 듣기)꼭 해낼 수 있는 것(죽었다 깨어나도 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자기효능감을 키워갔으면 좋겠다. ​


박병창 부장님은 입사하자마자 외환위기를 맞았는데, 일어나면 내 주식이 상장폐지되어 있고, 주변 사람들도 힘든 경우가 많았다, 이걸 이겨내기 위해 “비겁하게도(부장님 표현)” 회피를 많이 했다고 한다.


술마시고 잊거나,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을 보고 난 저 상황보다는 나아라고 하거나, 아니면 영화를 많이 봤다(남의 상황을 엿보면서 저렇게 힘든 사연도 있는데 나는 아무 것도 아니야 하면서 다시 일어서기도). ​


이런 회피는 가장 기본적인 자기 방어적 기제라고 하며 자기를 보호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걸 비겁하다고 할 순 없다, 오히려 효율적인 방법인 듯.(윤대현 교수님)

더불어 박부장님도(라떼 이야기는 싫어하지만) 대학 4년 내내 아르바이트를 해서 겨우 학업을 마감했고 의자를 책상위에 올려야 겨우 공간이 생기는 고시원에서 먹고자고 하셨다고..

그래도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새로운 기회가 오기도 하면서 지금의 자리에도 올 수 있었다고..

김프로님은 몸과 마음이 지치고 경제적 스트레스까지 있는 굉장히 힘든 상태이지만 그럴 수록 너무 집에만 혼자 있지 말고 좋은 사람들, 좋은 친구, 가족들이 건네는 손길이나 제안은 적극적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힘든데 뭘 그런 걸 해, 라는 생각이 물론 이해가 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더 힐링이 되는 시간이 될 수 있다.


세 분의 이야기를 들으니 나 역시

늘 바쁘다면서, 늘 힘들다면서 능동적인 자기돌봄을 소홀히 했던 게 아닌가 싶다.

더불어 브런치 작가가 된 이후에 무언가 더 괜찮은 걸 쓰지 않으면 내 효용가치가 없다고 스스로 생각했던 건 아닌지 돌아보았다. “작가”라는 이름에 걸맞는 훌륭한 글을 써야만 한다는 강박이 한동안 나를 짖눌렀던 것 같다. ​


나에게 있어 “작가”란 내 삶의 크고 작은 일들을 담담히 써내려 가면서 스스로를 살리는(그러면서도 다른 이에게 마음의 울림을 준다면 더 좋겠지만..)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의미일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작가를, 더 유명해지고 싶고 육아와 일의 병행 속에서 지친 삶의 어떠한 탈출구라는 의미로 여겼던 것은 아닐지 생각해본다. ​


진짜 “작가”가 되면 내 삶이 달라질 거야,


드라마틱한 변화가 일어날 거야,


회사를 그만둘 수 있을 거야. 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더 좋은, 더 ‘있어보이는’ 글을 쓰지 못하는 스스로를 게으르고 능력이 없다고 채찍질했던 것 같기도 하다. ​


그렇지만, 나라는 사람이 걸어온 삶의 경험은 고스란히 나의 것이고, 그건 다른 사람과 다른 나의 고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일테니.. 유려함을 뽐내는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지 말고 그저, 이제껏 해왔던 것처럼 내가 느끼고 경험한 것들과 나누고 싶은 것들을 담담히, 꾸준히 써내려가자고 생각해본다.

누군가에게 한 문장이라도 진심으로 닿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생각을 해보면서 말이다. ​


또한 100%준비된 마음 상태란 거의 없다는 윤대현 교수님 말씀처럼 조금이라도 준비가 되었다면 일단 행동을 하기로 다짐해본다.

그래서 이번주엔 미뤄뒀던 일을 하나 적극적으로 처리하고, 어지럽고 심난한 마음을 이렇게 짧은 글로 정리?도 해보고 있다.

역시 마음을 담담히 써내려가니 마음이 조금은, 위안을 받은 느낌이다.

워킹맘이라는 환경 속에서도 작은 변화, 작은 목표를 위해 나아가려는 스스로를 격려해보면서 오늘의 부끄러운 일기는 이만 줄이려 한다.


p.s. 마지막으로 오늘 본 짧은 테드 강연의 일부를 소개해볼까 한다. 라틴계 미국인 배우가 백인이 아닌 이유로 여러 배역이 거절되면서 겪었던, 스스로에 대한 믿음에 관한 이야기였다. 나의 정체성은 장애물이 아닌 슈퍼파워이자, 더이상 나의 정체성에 저항하지 않고, 온전하고 진짜인 나로 존재하기로 시작했다는 감동적인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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