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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율 Nov 01. 2020

1) 퇴원

3장


6월. 조금씩 날이 더워지고 있었다. 밤이가 태어난 지 두달이 조금 넘은 무렵. 원래 예정일이었던 6월 10일 즈음이 되어서야 퇴원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 무렵 나는 몸이 회복되어 있었고, 열심히 밤이를 맞기 위한 준비를 하루하루 해 나가고 있었다. 


밤이는 점점 몸무게를 늘렸고, 드디어 2kg을 넘겼다. 매일매일 아침에 문자로 밤이의 몸무게를 보내주는데, 저 앞자리가 2로 바뀌었을 때 얼마나 기쁘던지. 퇴원 직전에는 거의 3키로가 넘어서 몸무게 관련해선 한 시름 놓을 수 있었다. 


면회를 갈 때마다 밤이는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6월이 되면서 밤이는 인큐베이터를 나와 그냥 바구니에서 머무르게 되었다. 콧줄도 다 떼고, 젖병으로 우유를 먹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는 면회때 밤이를 안고 젖병으로 우유를 주는 연습을 시작했다. 밤이는 작은 입으로 우유를 열심히 잘도 빨아먹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예쁘고 사랑스럽던지.


밤이가 우유를 먹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집에 가서는 그걸 반복해서 재생시켜 보았다. 콧줄까지 다 뺀 밤이의 맨 얼굴은 정말정말 귀여웠다. 매일매일 얼굴이 바뀌었다. 어떤 날은 나를 닮았고 또 어떤 날은 신랑을 닮았다. 정말 반반씩 좋은 점을 빼닮은 밤이에게 점점 애착이 생기기 시작했다. 


폐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았는데도, 우리는 퇴원을 결정했다. 폐 문제는 하루 아침에 낫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꾸준한 케어가 필요했다. 매일매일 약물을 넣어 밤이에게 네뷸라이저 해 주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지만, 그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6월 13일. 밤이가 퇴원하는 날이었다.


나는 그날 한 숨도 잠을 못잤다. 이유를 잘 모르겠는데, 아마 밤이와 함께 살아간다는 사실에 무척 들뜨고 긴장되어서가 아닐까 싶었다. 잠을 못자서 그런지 무척 난 예민한 상태였다.


또 한 번 간호사 선생님의 기나긴 설명을 들은 이후, 나는 밤이를 품에 안을 수 있었다. 


두꺼운 이불에 감싸진 밤이는 마치 이날을 기다렸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꼬물거렸다. 나는 그런 밤이가 몹시도 반가웠다. 그토록 기다려왔던 순간. 나는 신랑과 함께 밤이를 안고 병원을 나섰다. 두달이 넘도록, 병원에 정이 들어버린 나는 나오면서 밤이를 밤낮없이 보살펴주신 NICU 의사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했다. 




처음으로 집안에 들어선 밤이는 제법 활발하게 움직였다. 늘 병원의 삑삑거리는 기계소리만 듣다가 이렇게 조용한 방 안으로 들어오니 훨씬 편안해 하는 것 같았다. 나는 밤이를 안고, 가끔 보이는 베넷 웃음을 보며 함께 웃었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것들, 수없이 마음으로 계획했던 것들을 모두모두 풀어놓은 준비가 되었다고 여겼다. 난 분유를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주면서, 한없이 꼬물거리는 그 작은 생명체를 눈에 넣고 또 넣었다. 밤이는 정말로 예뻤다. 진심으로. 그리고 그 예쁜 얼굴 그대로 지금까지, 아주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앞으로 이런 밤이와 함께 즐거운 육아 라이프를 보낼 수 있겠지? 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건 나의 크나큰 꿈이었다. 몸은 좀 힘들어도 마은은 뿌듯하겠지. 막연히 생각했던 그림같은 육아라이프의 시작이다!



...그러나 그런 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모든 엄마들의 머릿속에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상일 뿐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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