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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율 Nov 01. 2020

2) 잠을 못자면 사람이 어떻게 되는 지 알아요?

3장

잠을 못자게 하는 고문이 있다고 들었다. 말 그대로 잠을 못자게끔 괴롭히는 거겠지. 아, 그깢 잠 조금 못자면  뭐 어때서? 워낙에 야행성이었던 나는 진짜로 그렇게 생각했었다. 늘 새벽 3시가 넘어서야 잠들고 그랬던 날들만 생각하고선 말이다.


그런데 아이를 돌보면서 못자는 건 차원이 달랐다. 그래 뭐. 어릴 땐 하루 이틀, 사흘까지도 못 자도 나름 괜찮았다. 우리에겐 주말이 있으니까. 회사 다닐때는 주중에 조금 무리를 하더라도 주말 내내 이불 속에서 보낼 수 있었으니까! 미리 고백한다. 그건 젊은날의 치기였다. 잠은 정말로 중요하다. 한창 어렸을 때 잠 좀 못자도 괜찮은데  라고 생각하는 자신을 절대로 믿으면 안된다. 나중에 정말 몇 배 이상으로 돌아온다. 현재 나는  하루에 일곱시간 이상을 자지 않으면 안되었으며, 밤을 새는건 꿈도 못꾸는 몸이 되었다.


하여튼! 밤이를 보면서 나는 잠을 못자면 사람이 어떻게 되는지의 끝을 보고 온 사람이다. 왜냐하면 밤이가 통잠을 자기까지 정말 오랜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처음엔 신생아이기 때문에, 자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거 안다. 원래 신생아는 2시간 자고 일어나고. 쫌더 놀다가 다시 잠들고 몇시간 후에 일어나고... 이게 반복되기 때문에 원래 이시기는 엄마들이 잠을 제대로 못잔다. 나 역시 밤이가 백일이 될 때까지 새벽에 깨어있기를 반복했다. 매일매일을. 그래서 어떻게 했냐 하면, 차라리 매일 밤을 샜다. 밤이가 통잠을 자는 백일무렵이 오기까지. 오전 6시까지 꾸역꾸역 잠을 참고 기다리다 여섯시가 되면 신랑을 깨우러 좀비처럼 걸어갔다. 물론 바꿔서 할 수 도 있겠지만, 신랑은 아침에 일을 하러 가야했으니까. 


그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신랑이 오전 아홉시까지 밤이를 보다 (신생아무렵 밤이를 봐주시던)이모님과 교대하며 출근했고, 나는 아침 11시까지 쪽잠을 잤다. 그렇게 오전에 아이를 봐주시던 이모님이 낮에 퇴근을 하시면, 그때부터 저녁때까지 계속 내가 밤이를 봐야하는 그런 하루하루를 보냈었다. 


강조하지만 밤이는 언제나 귀엽고 예뻤다. 초반에는 그 마음이 정말 절절했고, 특히 퇴원한 후에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말이 진가를 발휘할 만큼 사랑스러웠다. 그런데 그건 내가 건강하고, 체력이 만땅일 때에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체력이 깎이면 예쁘고 귀여운 내새끼건 뭐건 눈에 안들어온다. 



   힘들면 예민해진다.

> 힘든 이유: 잠을 못잤기 때문.

> 잠을 못잔 이유: 밤이가 잠을 안자서 같이 못잠.


※결론: 내가 힘든 건 밤이 때문이다. 



...온전하지 못한 예민한 정신으로 이 결론에 다다르게 되면, 아이의 울음 소리가 아주아주 내 속을 긁다못해 상처를 입힌다. 피가 나고 고름이 차는 것이다. 


밤이는 밤에 우는 일이 많았다. 선천적으로 예민한 기질을 타고났는데, 처음엔 그냥 그러다 말겠거니 싶었다. 그런데 100일의 기적도 지나고, 200일이 될 때까지 밤이는 밤에 너무 힘들게 잠들었다. 30분씩 우는 건 예사였고, 잠이 들기까지 1시간이 넘게 토닥여 주어야 했다. 처음엔 수면교육을 해야 할까 싶어서 눕혀 재우기를 시도해봤지만 허사였다. 밤이에게는 수면 교육이 전혀 통하질 않았다. 내가 방법을 잘못 알았을 수도 있고, 밤이가 오랫동안 우는 걸  너무 안쓰러워 하는 바람에  성공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밤이는 정말로 끝까지 울었다. 가만히 두면 안 될것만큼 서럽게.) 


어쩔 수 없이 안아서 재우거나 업어서 재우거나. 그렇게 재우고 끝이면 좋겠는데, 밤이는 꼭 새번에 한두번씩 깼다. 그럼 나는 잠을 끊어서 잘 수 밖에 없게 된다. 두시간 세시간씩. 


한번에 다섯시간을 자는 것과, 두시간을 자다 깨고 닫시 세시간을 자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래 내가 백일까지는 어떻게든 참아봤다. 백일의 기적은 진짜 있다고 믿었으니까. 


백일이 지나고 밤이는 잠시 통잠을 자는 듯 하더니,   나와 같이 끊어자기 시작했다. 이유는 모르겠다. 아이들은 원래 시시각각 변하기 마련이니까. 몸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니었고, 그냥 적응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 시기가 가장 힘들었다. 하루에 두시간밖에 안 잔 것 같은 기분을 가지고 몇 달을 살다보니,  결국은 한계가 오고야 말았다. 


밤이가 퇴원하고 5개월이 지난 무렵이었을 거다. 11월 초쯤. 그날 역시 나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두 시간쯤 자다가 밤이는 어김없이 새벽에 일어났고 그때가 새벽 4시무렵. 어설프게 깨어버린 나는 다시 잠들지 못했다. 그렇게 아침을 맞이한 것이었다. 


정말 자고싶은데, 잠이 들지 않는 게 이상했다. 분명히 몸은 죽을 것 같이 피곤했다. 그런데 눈은 감아도 깊이 수면을 취할수는 없었다. 엄청나게 괴로운 감정과 무기력함과 서글픈 마음이 내 몸을 꾹꾹 짓눌렀다. 그리고 나서 깨달았다. 내가 안 자는게 아니라 잠이 못드는 병적 증상 이라는 것을.


아침 일곱시가 되자, 출근을 위해 신랑이 일어났다.  나는 떨어지지 않은 이상한 졸음을 온 몸에 휘감고 그대로 이불 위에 엎어졌다. 그리고 엉엉 울었다. 이런 생활이 이어진다면 난 정말 죽어버릴 것 같다고. 미쳐버린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몸과 마음을 가지고 나는 그자리에 주저앉았다. 결국 몸이 버티질 못한 것이었다. 


한동안은 신랑이 나 대신 밤을 샜다. 밤이는 여전히 잠을 끊어잤고. 나는 오랜만에 밤잠이란 걸 잘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나는 깊이 잠들지 못했다. 끊어자던 패턴이 몸에 배어버려 누가 깨우지도 않았는데 눈이 떠져 버린 것이었다. 기가막히니 웃음밖에 안 나왔다. 나는 이대로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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