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저녁 남편에게 오늘의 계획을 말했다. “ 나 오늘 바닷가에 갈 거야”. 남편은 묻는다. “ 누구랑?”
바로 대답했다. “혼자서”. 남편은 내가 혼자서 1시간 이상 거리는 절대로 운전을 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기에 내가 직접 운전해서 장거리로 바닷가에 간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간식, 커피, 챙 넓은 모자 그리고 읽을 책을 챙겨서 소풍 가듯이 설레는 마음으로 집을 떠났다. 오늘은 그런 날이었다. 나에게 선물을 주고 싶은 날.
그동안 스스로를 너무 채찍질하며 목적 지향적으로 나를 몰아붙이고 성과를 이루는데만 치중했었다. 노는 것도 잘 못한다. 쉴 떼는 죄책감이 들고 시간 낭비 하는 것 같아서.
작년에 회사 생활에서 무너져 버린 나. 아직 회복되니 않는 나의 상처를 그냥 간과하고 데리고 살고 있는 나 자신이 보였다. 이제 이 상처와 이별하고 싶다는 생각에 바닷가에 가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생각해 보면 캘리포니아에 살면서 1시간 남짓 거리인데 바쁘고 정신적 여유가 없어서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놀러 갔던 바닷가이다.
모든 것이 완벽한 하루였다.
눈부신 하늘
바람에 굳건히 서있는 초록색 소나무
하얀 파도와 모래,
무심히 피어 있는 들꽃
물놀이하는 새 들.
그들이 나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그동안 수고했어”.
이 아름다운 자연을 보니 마음속에 남아 있는 쓰레기 검정들을 비우고 싶었다.
바다는 오늘 나에게 말한다 “ 이제 그만 남탓 하라고”.
“무릇 스스로 덜어내는 자는 필히 더하게 될 것이고, 스스로 더햐려는 자는 필히 무너지게 될 것이다” 공자가어. 욱본.
낙천하는 태도를 지닌 사람은 비어 있음으로써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고 집착하지 않는 태도, 하늘을 즐기는 태도가 도리어 능히 큰일을 이루어 낸다라고 한다. 이제 자연스럽게 내가 있어야 할 자리를 천천히 찾아가고자 한다.
바다를 옆에 끼고 산책을 하면서 큰 소나무를 마주쳤다. 얼마동안 그렇게 서 있었을까? 다른 바닷가의 나무와는 달리 옆으로 기울어지지 않고 중심을 잡고 서있는 모습이 자신의 확신을 갖고 흔들림이 없는 강함을 느낄 수 있었다.
난 어쩌면 오랫동안 다른 사람들이 정해놓은 기준에 맞추려고 애쓰고 휘둘리는 삶을 살았던 것이 아닐까? 그래서 지금 남아 있는 것은 상처이다. 나의 한계를 알고 경계 밖의 일은 하늘에 맡기면서 경계를 둘러침으로써 강해지나. 그럼 아름답게 서 있는 소나무 아래로 사람들이 찾아와 의지 할 것이다.
오늘 나에게 준 반나절의 바닷가 소풍은 많이 행복했고 힐링의 선물이었다. 영어 표현으로 “ Smell the roses” 가 필요했던 것이다. 다음 주는 근처에 장미 정원에 가서 정말로 “ Smell the roses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