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오십 세, 불안을 걷어내며 빛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그길에 글쓰기는 불을 밝혀주는 안내자이다. 그렇다. 나에게 글쓰기란 나를 지키는 방법이고 삶을 통찰할 수 있는 도구이자 동반자이다.
하지만 나를 읽어내린다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사람은 타인을 속이듯 나 자신도 속일 수 있으므로 미처 알지 못했던 자신을 마주한다는 것은 말처럼 편한 것만은 아니다. 불편해서 눈을 감거나 되돌릴 수 없다고 포기할 수도 있다. 나 역시 계기가 없었으면 계속 눈을 감고 있거나 잠시 떠진 눈을 애써 감으며 변함없는 믿음을 보내왔을 것이다.하지만 글을 쓰면서 알게 되었다. 살기 위해 쓰고 있다는 것을
30층 아파트 베란다 위에서 바라본 세상은 천천히 움직인다. 많은 나무와 길, 건물 사이로 작은 사람들이 보인다. 아마 낮은 층에서 보고 있었다면 더 빠른 속도로 느껴졌을 것이다. 한 발자욱만 떨어져 바라봐도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꽃들은 만발하고 뿌연 공기사이로 햇살은 따스하다. 바람은 여전히 차갑게 느껴지지만, 순간순간 얼굴을 스치는 바람은 시원하다.
곧 봄을 지나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고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면 어디선가 시원한 바람이 쑤욱하고 더운 열기를 몰아낼 것이다. 해피앤딩일지, 새드앤딩일지 모르고 보는 드라마의 시청률은 무엇으로 결정될까? 우리는 막연히 행복한 결말을 꿈꾸며 자신만의 드라마를 쓴다. 하지만 과연 삶에 앤딩이 있을까?
물리적인 몸의 세포는 소멸하고 다시 생성하는 과정을 겪어내며 어제와 다른 오늘을 만들어낼 것이다. 과거가 다시 현재의 시간으로 소환되면 저장된 기억을 기반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보자. 지금의 내가 어떤 형태로 필터링이 될지 사뭇 기대가 된다.
기억을 인출하고 분류하는 작업을 글과 그림이라는 매체를 통해 기억저장소에 보관하는 과정을 메모리라이팅&메모리드로잉이라고 정의했다.
기억을 따라가면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억의 성질을 이해해야 하고 하나의 기억으로 파생되는 기억들은 채집하고 분류한다.
기억은 각기 다른 속도를 낼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시점으로 그것을 왜곡하기 쉽다. 의도하지 못한 경우들이 훨씬 더 많고 현재 나의 상황에 따라 변화하기 쉽다.
의식과 무의식 속에 숨겨진 기억을 다양한 방식으로 글쓰기를 해보자 기억의 형태에 따라밖으로 향할 수도때로 안으로 향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우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기억을 저장하게 될 것이다. 지금 나의 심리 상황에 따라 변화된 기억을 믿게 될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기억을 보면 지금의 나를 유추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역으로 나에게 힘들었던 기억을 변환시켜보면 어떨까?
종족번식으로 애쓴 나의 몸을 정리하고 새로운 50년이 새롭게 꽃피는 삶.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기억의 조각들을 모아두는 기억채집과 그것을 선별해 기억저장소에 유통기한을 적어 보관해 보자. 그리고 메모리라이팅과 메모리드로잉으로 기억을 인출하는 작업들을 시작해보자.
애써 지워버린 기억이나 아련한 옛사랑의 추억이 하나의 단초로 당신의 판도라의 상자는 열리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