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으로향하는 글쓰기1

by 고요

안으로 향하는 글쓰기

보이스피싱사건이 일어나고 글을 쓰기 시작했던 나는 빠른시간에 회복되고 있었다. <섬을 건너는 날>은 그날의 사건으로 시작한 글이었다. 할수있는 일이없었고 무엇인가를 하지않고 견디기 힘든나날이었다.그리고 무작정 쓰기시작했던 글에서 내가 보이기시작했다 그리고 내앞에 그동안 나를 막아서고 있었던 많은 장애물들을 인식시켰다 돌아가지 않으면 피할수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찌 신이아닌이상 삶을, 그리고 시간을되돌릴 수있단 말인가 저 멀리 보이지 않는 그곳에 가기위해서는 이 장애물을 , 내앞에 펼쳐져있는 크고작은 섬들을 건너가야했었다 몸이 때론 마음이 괴로우면 시작하는 것이 단식었다 넘쳐나면 괴롭다는것을 감각적으로 알기때문이다 쓰기 시작했고 많은 것을 버리기시작했다.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었다. 잠식해 버린 일상, 잃어버린 일상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나에 대한 분노를 걷어내는 것이 가장 필요했다.


보이스피싱 사기를 친 범죄자들에게 온갖 저주를 퍼붓다가 결국 분노의 대상이 내가 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원망이 타자가 아닌 내가 되는 순간 , 사람은 걷잡을 수없는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것을 확연히 경험하게 되었다 더이상 나를 망가트리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머리는 이해하나 한숨을 내 쉴 수밖에 없는 그 순간, 울어도 소용없었다. 온전히 나의 발로 땅을 디뎌야 섬을 건널 수 있다.


그러자 뿌옇게 가려 불안하고 막막했던 안개가 걷히며 섬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천천히 섬을 건너고 있었다. 앞을 가로막고 있었던 물이 빠지자 섬과 섬은 연결되어 쉽게 건너갈 수 있었다. 때론 물에 젖기도 하고 허리까지 차올라물살에 밀려 더디게 걷는 날도 있었다. 그리고 물이 다시 차올라 앞을 가로막을 수도 있지만 이제는 안다. 순환하고 있는 자연의 법칙은 그 물을 다시 빠지게 할 것이라는 것을.


안으로 향하는 글쓰기는 비교 불가하다. 비교할 대상이 없고 관계의 욕망도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안으로 향한다는 것은 그동안 많은 이유로 옆으로 치워두었던 나 자신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나를 향한다는 것은 인간 본성으로 가고자 하는 의지여서 피를 돌리는 일과 비슷하다. 기억의 회로는 피가 혈관을 타고 돌아가는 것처럼 퍼져나간다. 심장에서 모터를 돌리듯 뜨겁게 움직여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빨리 써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달음박질친다. 그러나, 그렇게 심장이 뜨겁기만 하면 어떻게 될까? 아마 번아웃이 되거나 죽거나 도망치게 될 것이다. 뜨거웠던 심장이 제자리로 돌아와 심연의 시간을 맞닥뜨리게 되면 자판위의 손가락이 멈추게 된다. 그러면 자리에서 일어나 따뜻한 메리골드 차를 내린다. 집안을 돌아다니고 창밖을 보다가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선다.


뜨거웠던 자판 위의 움직임이 멈췄다는 것은 질문이 생겼다는 것이다. 알 수 없는 의문문을 가지고 나선 길은 초록이 무성하다. 여름으로 가는 길에 연두색 잎들이 진한 초록으로 자리를 내주는 모습은 계절의 변화만큼 미세하다. 꼭 자연이 아니어도 괜찮았다. 엘리베이터를 타게 되면 대면하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관찰로 머릿속은 새로운 길을 내고 있다. 17층에서 골프가방을 들고 타는 여자, 11층에서 냄새나는 음식물쓰레기 봉지를 든 남자, 보기만 해도 바쁜 배달원은 속으로 애가 타고 있다. 배달원이나 택배기사들의 쌕쌕거리는 숨소리와 중간에 엘리베이터가 멈추면 살짝 새어 나오는 한숨 소리로 그들과 시간의 공기가 다름을 느낀다. 엘리베이터를 내려 아파트단지와 연결된 공원을 걷다 보면 들고 나왔던 답이 찾아지는 순간이 있다. 물론 항상 답이 찾아지는 것은 아니다. 내일이 될 수도 있고 오랜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질문은 질문의 깊이가 다르기에 시간이 걸려도 괜찮다. 결국, 머릿속에 생각의 집을 짓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의집은 다양한 새들이 와서 둥지를 만든다

때론 가족이 친구가 사회가 그리고 나의몸이 수많은 관계의 회로를 연결해 머리속에 집에 짓는다

말큼하게 지었다 없애는 날도있고 여전히 한귀퉁이를 차지하는 것도있을것이다 노련한건축가가 버려지는 재료없이 살기좋은 집을 짓는것처럼 머릿속 건축가는유연하게 최적화된 집을 짓게될것이다


나이 오십 세, 불안을 걷어내며 빛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그길에 글쓰기는 불을 밝혀주는 안내자이다

나에게 글쓰기란 나를 지키는 방법이고 삶을 통찰할 수 있는 도구이자 동반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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