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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 Aug 04. 2021

자극은 자극을 좋아해

며칠 전에 간 마늘을 찾았다

보통 사각으로 잘라 냉동실에 넣고 쓰는데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아! 여느 때처럼 냉장실에 넣었겠구나" 하면서 냉장실을 찾는데 냉장실에도 없다.   

'다 먹었나?'


이건 뭐 그동안 수많은 망각과 실수를 반복한 느낌이 단 한 줄로 표현되는 것 같다.  아무렇지 않게 냉장실을 찾아보고 다 먹고 씻어놨나 그릇을 찾으니 말이다 결국 냉장고 옆 수납장에서 마늘통을 찾았다.   수납장은 빈 그릇을 넣는 공간으로 반찬을 만들면 주로 열고 닫는 곳이다.   마늘이 더운 날씨에 축 늘어져 결국 버리게 되었다.


나에게 중년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시간이 올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다,  언제나 청년 같고 마음도 청춘인데 청춘들이 말하는 꼰대의 나이를 지나고 있는   지금 이 순간, 중년이라는 말이 과연 나에게 가당키나 한 단어야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혼자 있을 때는 잘 모른다

청춘들과 있으면 내 나이가 훅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같이 글 쓰는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다 보면  경험과 연륜은 많아 깊은 반면 체력이 안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리고 함께  줌을 틀어놓고 밤을 새우는 경우들이 많다

졸려서 집중도 안되고 눈을 시려 글자도 잘 보이지 않는데도 기어코 버티다 보면 다음날까지  엉망이 되는 날이 많았다


단식 2일 차

어제 12시쯤 잠을 자니 아침 4시 반에 눈이 떠졌다

해가 뜨면 몸을 깨우고 해가 지면 몸을 수면의 시간으로 가져가야 하는 데 사람의 욕망은 미련을 만들어  잠들지 못하게 한다. 나 역시 계획한 것이 안되면 몸은 졸린데 편하게 잠에 들지 못했다.   몸이 원하는 데로 반응하고 적절히 대처해주면 몸도 마음도 편해지는데 순간의 욕심이 균형을 깨트리게 된다.  잠들지 못하는 마음의 원인을 찾아 제거하고 회복과정을 겪는 것은 몸과 똑같다.


인체의 치유력은 놀랄만하다는 생각을 한다. 단식을 영어로 Fasting이라고 한다.   fast라는 단어만 보더라도 매우 빠른 결과물을 만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어사전을 검색해보면 비슷한 단어로 Abstaining and refraining를 발견하게 된다    해석하면 "금욕과 자제"이다. 단식은 빠른 효과를 보는 동시에 금욕과 자제를 동반해야 한다.   그리고 절제하는 방법을 몸으로 알게 된다. 절제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조절하는 힘을 키운다는 것이니    나의 몸이나 마음이 해결해야 할 것이 많을 때 단식에 들어가게 되면 조절할 수 있는 힘으로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게  한다.


기가 막힌 타이밍에 생리가 시작되었다.

두 달을 보내고 세 번째 달이 시작하면서 내심 끝난 것 아니야 하면서   단식을 시작했다.   완경의 평균 시기이기는 하나두 달을 건너뛰니 허전한 것은 사실이었다. 몸이 편했다면 아마 하루 단식 정도로 그쳤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몸은 무겁고 힘이 빠지며 무엇보다 피곤한 상태로 회복이 더뎠다. 피곤해도 아침 관장을 하고 나면 오전에 회복이 됐는데 오후 늦게까지 지속되는 날이 많아졌다. 완경이 되면 두명중 한 명이 골다공증에 노출된다. 여성호르몬이 나오지 않게 되면 급격히 뼈에서 칼슘이 빠져나오게 된다 하니 이래저래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어찌 되었든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나에게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나는 오늘도 육체적, 심리적, 그리고 정신적 재생 버튼을 딸깍하고 누른다.


단식 3일 차


단식의 고비라는 3일 차이다.

위기이기도 하지만 독소가 해독되고 세포가 재생되기 시작하는 시기이기도 해서 단식 3일 차는

2일 차보다 컨디션이 좋다. 그리고 단식 후 먹기 시작할 때부터 조절이 어려운 것이지 본단식은

그리 어렵지 않고 오히려 몸이 가벼워 일상생활이 더 편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알게 된다,

우리가 먹는 데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는 것을. 생활이 단출해지고 더위도 안 느껴져서 내 몸은 겨울보다 여름이 단식하기에 좋다. 단식하는 동안은 몸의 온도가 내려가 겨울에 하는 단식은 솔직히 노노노다.

물론 이것도 다 사람마다 다르다.



3일간  조청 없이 진행해봤다. 저혈당이 올 것을 우려해  단식 첫날부터 조청을 먹도록 하지만 며칠 전 읽었던 책에서 단식 전에 고단백 고지방 식사를 하지 않았으면 저혈당이 쉽게 오지 않는다 해서 조청을 빼고 시작했다. 소금 사탕 2개씩은 먹긴 했지만 조청 없이도  3일 차까지 문제는 없었다.


조청은 첫 단식부터 단맛이 이상하게 비려서 꺼려하기도 했었고 첫 단식은 감량할 것이 많아 아껴먹기도 했었다.

하지만 조청은 위 기능이 안 좋은 사람에게는 단식하면서 기능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되고 혈당조절에 필요하기에  긴 단식할 때는 먹는 것이 좋다. 독소가 많거나 고열량의 식사를 했던 경우 단식을 시작하면 두통이 오거나 손떨림, 가슴압박이 올 수 있는데  이것도 일시적 해독의 시간이라는 것도 단식할 때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된다. 해독할 것이 많을수록 이런 증상이 나타나고 평소 자연식을 하고 있었으면 걱정할 필요는 없다.



가족의 먹거리를 책임지고 잘해서 먹이려는 엄마라도 단식 중에는 부엌에 들어가기가 싫어진다.

특히 고기 요리보다 평소에 제일 좋아하는 재료 특히 조리하면서 주로 집어먹는 두부를 손에 잡을 때는 그냥 입을 넣고 싶은 충동이 든다. 전날 밤에 밥을 먹었던 남편 덕분으로 점심에 아이들 밥을 주려니 밥솥에 밥이 없다는 것을 늦게 발견했다.


아침을 안 먹는 아이들은 12시가 첫끼인데 아뿔싸!!! 학원을 가야 하는 아이는 이렇게 초간단으로 먹였다.


두부 잔뜩 된장국 토마토와 생식한 컵 먹다가  사진 찍으려니 급 도망

단식을 하면 일반식 할 때의 문제점들이 예민하게 잘 보인다. 채소를 덜먹였던 것 고기고기 듣기 싫어 고기 요리를 자주 했던 것 치킨을 먹었던 것 그 야말로 반성의 시간이다. 그리고 밤에 먹는 남편이 유독 눈에 띈다.

배고픈 것을 참지 못하는 남편이 이제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다.


시어머니의 당뇨와 시아버지의 치매, 시숙 그러니깐 아이들 큰아버지의 당뇨, 시조카의 아토피... 시가의 이력들을 나열하면 앞이 아득한데 약을 먹으니 괜찮다고 식습관이나 생활을 바꾸려고 하지 않아 답답할 뿐이다.

밤에 자다가 물을 마시고 소변을 보는 행동과 배고픔을 참지 못하는 것을 보면 불안하지만 말이 소용없음을 알기에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남편의 식습관은 가족과 달 리갈 수없고 아이들도 밖에서 먹는 날이 많아져  머리를 굴리고 부엌에선 몸이 바쁘다.



어제는 이런 메시지를 가족 톡방에 올렸다. 그리고 치킨 먹고 싶으면 예전처럼 집에서 구워줄 거라는 것까지

술을 마시고 들고 들어오는 치킨 봉지는 이제 쓰레기통에 쳐 넣을 거라는 경고 아닌 경고장인데 먹힐까?


아무도 답이 없고 딸아이가 울고 있는 이모티콘만 덩그러니 날렸다. 남편이 사 오는 날보다 마주 보고 있는 아파트에 살고 있는 아이들 고모부가 보내기 때문에 고모부 만나는 날은 이제 의례히 치킨 먹는 날로 아이들은 알고 있다. 나 역시 육식을 좋아하지 않는데 치킨 때문에 육식이 포기 안돼 할 만큼 즐긴다.


이상한 건 단식을 하고 나면 먹기 싫은데 시간이 흐르면 그냥 먹게 되고 또 시간이 흐르면 먹고 싶어 진다는 것이다. 그러면 단식할 때가 됐구나 생각하게 돼서 "또 단식해"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이상할 것도 없다. 자극은  자극을 좋아한다는 사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에는 영양소와 함께 독소가 함께 들어있어 몸안에 누적되면 될수록 몸은 더! 더! 더! 를 외친다.

정제 음식을 먹으면 먹을수록

양념이 많은 음식을 먹으면 먹을수록

자극은 더 큰 자극을 증폭시키니 , 더 강한 것을 원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그래서 단식 중에는 먹고 싶지 않은 치킨이 또다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기에 주기적으로 음식을 끊어 몸안의 노폐물을 비워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힘들다는 이유로 술을 마시고 덥고 귀찮다는 이유로 매식을 했던 것을 잘 멈췄다고 생각하며


그렇게 단식 3일 차가 갔고 여전히 걷는 운동은 시작도 못했다.

달맞이꽃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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