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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 Aug 05. 2021

지구 밖으로 날려버려


단식 4일 차

단식하면서 챙기기로 했던 운동을 며칠째 놓치고 있어   마음이  쓰였다 할 일을 다하고 나가려면 늘 못하는 것이 운동이라 이러다 쭉 못할 것 같아서  아이들 점심을 챙겨 주고 나섰다.


땡볕에 나가냐고 묻는 아이들에게 짧고 굵게 갔다 오겠다고 하며 나섰더니 생각보다 바람이 적하다

. 역시 볕은 따가운데 선크림은 생략했다.

온종일 집에 있어 햇빛이 그립기도 하고  비타민D를 보충해야 하기도 했다. 완경이 되면 호르몬 분비가 끊어져 4~5년간 급격히 골밀도가 감소하는 시기인데 비타민D가 부족해도 골다공증을 앞당기게  되니  헷볕을 쏘이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는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운동은 아이들 점심시간에 가는 것이 가성비면에서는 매우 좋다


8차선 길을 건너 뒷동산 입구에 접어들며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이곳으로 이사온지 3년 차인데 이제야 적응이 되고 정이 들기 시작했다


왜 이곳을 그렇게 힘들어했을까 생각해보니 이사 왔을 때는 이 동네가 온통 공사판이었다.

자연이 좋은 곳에서  새롭게   이사 온 곳이 먼지 나는 공사장 한가운데라니 속도 상하고 무엇보다 시끄러웠다.

앞뒤 다 아파트 공사 크레인이 올라가고 있어서 웬만해서는  집 밖으로도 나오지 않았다.

도로도 넓고 공원은 정리가 안됐고 지금 가는 이 길은 다 막혀있었기에 갈 곳이 없었다.


어느 동네든 길이 참 중요하다. 걸을 수 있는 지 않은 길이 구비구비 나 있으면 걷는 재미도 있다

길은 세계와 연결시키는 것인데  공사로 모두 막혀있으니  외부와 너무 명확히  단절되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연을 접할 곳이 없었다.

도시에서 살다 시골로 이사 가도 낯선 공간은 매한가지였고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것도 같은데

시골은 자연이 있어 늘 새롭고 좋았었다는  생각에 미치자 사람의 환경 중 자연요소가 가지는 비중에 대해 삼 느끼게 된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통나무 몇 계단   올라가니 내리막길로 접어든다. 내려오면  아파트로 연결된다

 남편이  한 달간 산에 오르면 원하는 것 다해주겠다고 해서 소래산에 하루 갔다 여적 못 갔다

언제 부딪혔는지 모르게 갈비뼈에 실금이 갔다  어디에 부딪혔는지도 몰라  한 소리 들었다  욕심내지 말아야지 하고 이리로 왔는데 너무 코스가 짧다.

아직 컨디션 쌩쌩하니 엘리베이터를 생략하고 걸어 올라가기로 했다.


올라가면서 비상 구위에 쓰인 층수는 일부러 보지 않았다 몇 층 안 올라가 힘들면 엘리베이터를  탈 수도 있어 바닥을 보며 한 계단씩 올라가다 보니 생각보다 숨이 차지 않았다. 사람도 없어 마스크는 벗고 생각을 하면서 올라가니 어느새 23층이었다. 숨이 좀 가빴다. 잠시 숨 고르기 하고 이내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힘들다고 시간을 지체하면 다시 오르기가 귀찮을 것이기에 후다닥 올라 29층까지 올라가 창밖을 보았다.



산을 오르는 것이나 계단을 오르는  모두 끝을 알 수 있는  일들이     그 끝에 무엇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갈 길이 멀면 갑갑하다   하물며 끝이 보이지 않는 일을 한다는 것은 가슴 벅찬 일인 동시에   지치는 날도 많다. 지금 매일매일 하고 있는 이 일이 어떤 결과를 만들지 알 수없지만 묵묵히 하루하루를 채운다. 하루에 채워야 할 것을 채우는 이과정이 꼭 수행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단식이라는 더 극한 상황으로 몰아넣은 것도 사실이다.


역시 걷는 것은 참 좋다. 요즘 줌으로 책을 내려고 하는 분들 글을 피드백해주고 있다. 물론 이분들은 자신의 일을 글로 쓰는 분들이라 글감 고민이 없지만 한분이 따로 미팅을 요청해 만났는 적이 있었다


뭘 쓸지 모를 때는 걸으라고 했었다. 결국 걷게 되면 자연을 만나게 되고 그 끝은 자신을 향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분명 글감이 나올 것이다라고.


처음 단식을 하고 20 키 넘게 빠지니 다리의 힘이 풀린 것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처음이었다. 아마 어딘가를 향해 뛰어가고 있었던 것 같다. 후들거려 더 이상 뛰지 못하고 서서 다리를 붙잡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한두 달 정도 지났던 어느 날, 지금처럼 26층을 통화하면서 가뿐히 걸어 올라온 적이 있었다. 다 올라오고 나서 나 자신을 보고  정말 놀랐었다

찢어진 관절 봉합수술을 하고 깁스를 한 체 휠체어에서 내 몸하나 가누지 못했던 그 절망감을 생각하면 지금은 어떤 일이 있어도 감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내일은 시간을 재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집으로 들어와 샤워를 하고 누워 천정을 보고 발목펌프를 쳤다. 누워서 다리 종아리를 경침 위에 얹어놓고 위에서 한 발씩 탕탕 내리꽂는다.

세상의 모든 상념, 지구 밖으로 던져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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