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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 Aug 06. 2021

고요와 적막을 소유한다

단식 5일 차


단식 5일 차 집 앞 호수 산책

단식 5일 차 집 앞 호수 산책

실제로는 저수지인데 저수지라 부르면 없어 보여서 호수라고 부르기는 한다만 호수라고 하기하기엔 진정한 호수들이 들고일어날 것만 같다.  진정의 기준은 다 다른 것이고 걸어서 올 수 있는 이 작은 호수가 나에게는 바다만큼 소중하다. 그래서 조용히 호수라 부르는 너를 둘라보며 도시의 숨구멍 너를 좋아한다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단지 어감이 호수가 이쁘다는 것 외에도 인공적인 저수지보다는 자연의 것을 더 좋아하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며칠 전 왼편에 덩그러니 구조물을 왜 또 만들었냐고 했던 생각을 혹시 이 저수지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었냐고 물어본다.



아는 게 없어 궁색한 답밖에는 할 수 없는데 네^버에게 물을 수도 없고 안타깝구나.

 우리도 모르는 진실과 어설픈 주장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이 존재할까?


 하긴 이것 또한 알 수도 없다.

순간순간 접하는 진실에 훅 열을 냈다가 이내 식어버리기 일쑤니깐.



다시 길을 걸으며 내가 왼쪽이라 칭했던 그 구조물은 반대편에서 보면 오른쪽이겠구나.

라며 관점의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에 혼자 동의하고 


이래서 북 치고 장구 치는 혼자만의 산책길을 즐긴다.


길을 나서며 저녁에 아이들과 복실이와 나올걸 했던 생각은 저수지 아니 호수에  던져버리고 한 발 한 발 내딛는 발의 촉감에 집중한다. 호수공원을 조성한다며 주변길을 단장하느라 아직 가까이는 못 가고 있다. 그저 오난산위에서 한참을 바라보고 싶었으나 하늘이 쾌청한 만큼 햇살이 따갑다고 길을 재촉한다. 



하늘과 땅은 제법 벌써 가을이다.


하늘이 맑아 농사는 잘될까?

비가 안와 힘드나

올해는 텃밭을 안 하니 덜 예민해지는 건 사실이다.

몸에서 멀어지니 마음도 멀어진다. 이 날씨에 타버릴 상추를 생각하다 고추는 잘되겠다 하다가

애호박볶음이 갑자기 먹고 싶어 진다.



역시 식탐은 위가아니라 뇌를 조절해야 한다.

음식은 위가 먹는 것이 아니라 뇌가 먹는다.

음식을 끊으면 몸속 기관이 운동을 멈추는   그야말로 휴식의 시간이다.

시작하고2일이 지나면 배꼽시계도 쉰다.  몸 안은 고요하나 세포, 이 아이들은 바쁘다.

주인님이 먹을 것을 주지 않으니  제 살길을 찾아 몸 안에 있는 잉여들을 먹기 시작하고 독소를 찾아 먹는다.



세상 똑똑하고 신통방통한 것이 이 아이들이다.

그리고 몸속 노폐물을 재활용까지 제대로 하는 착한 아이들이다.



살기 위해 바쁜 이아이들을 돕기 위해 좋은 공기를 마셔주고 냉온욕을 해서 몸안에 산소를 넣어준다.


고맙지 애들아?


냉온욕은 찬물과 뜨거운 물에 1분씩 번갈아 들어갔다 나왔다해 주는 것으로 산소포화도를 높이는데 아주 좋은 자연요법이다.  두통에 해주면 타^레놀이 사부님 할 텐데. 코로나19로 목욕탕 가는 것이 어려워 아쉬운 데로 냉온 샤워로 대체한다 하지만 냉온욕 맛을 아는 몸은 "이거 뭐 장난해?" 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물소비가 많다.

에어컨 켜며 "지구야 미안해"라는 말도 뒤통수 따갑고 세상은 수많은 모순 속에 나의 한계를 인정하게끔

정교하게 세팅되어있어 또 아무렇지 않게  살아간다. 가끔씩 지구야 미안해하며 나 자신을 위로하며


내려가는 길은 편안함보다는 아쉬움이다.

내려가야 오를 수 있고 올라 가면 내려와야 하는 삶처럼

아주 평화로워 보이는 이곳의 풍경 뒤에는 작렬하는 태양과 매미와 새들의 써라운드로 생각에 집중이 잘 안되었다는 말을 덧붙이며


 언젠가부터 좋아하는 음악을 듣지 않는 나를  생각한다.


고요와 적막 속 사색이 나에게는 더 잘 맞는다는 생각을 하며

이제 집에 가면 큰아이의 힙합과 둘째의 아이유, 막내의 클래식으로 내 귀는 황홀한 혹사를 당할 것이니 좀 더 조용한 곳을 찾아야겠다


오늘도 아파트 계단을 오르며 공간을 소유해본다  도시의 집 밖에서 이렇게 홀로 있을 수 있는 공간이라니


 고요함 속에서 나의 숨소리를 즐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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