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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 Aug 08. 2021

복실아,너두싫으면 싫다고 말해



일주어터라는 50만 구독자를 보유한 다이어트 유투버가 있다.


귀엽고 솔직한 그녀의 다이어트 체험기를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된다.


그녀는 일주일 동안 세상의 모든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자신이 체험한 후 얼마나 감량이 되는지 마지막 날 인증을 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다이어트를 하지 않아 다시 찌고 그다음 주 다른 다이어트를 도전해 일 주어 터라는 이름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물만 먹거나 시리얼, 고기만 먹기도 하고 우무이나 샐러드만 먹어 살을 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초반보다는 체중이 준 것이지만 먹고 찌고 먹고 찌는 과정에서 우리의 소화기관이 늘었다 줄었다 하기에 정말 위험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솔직한 그녀는 방송 중 두통을 호소하기도 하고 일주일 동안 화장실을 못가 힘들어하기도 한다. 인체는 해독 과정에서 두통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시리얼을 일주일 동안 먹는 그녀에게 해독의 과정이 일어날까? 그녀의 두통은 해독보다는 독소의 과부하처럼 보인다. 다이어트나 해독 단식 등 몸에 행하는 프로그램은 먼저 몸의 원리와 구조를 알고 시작해야 한다. 단순히 음식을 끊는다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오래전 <슈퍼 사이즈 미>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있었다. 큰아이가 태어날 무렵이었으니 꽤 오래된 영화이다.

한 달 동안 맥도널드에서 식사를 했으며 한 끼에 천 칼로리 육박한 햄버거 세트를 매끼 먹고 10킬로 이상 찌는 과정을 보여준 영화였다. 감독이자 주인공이었는데 정크푸드만 먹으면서 자신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어떻게 변화하는지 자신의 모습을 카메라에 가감 없이 그대로 담았다. 패스트푸드의 악영향을 고발했던 다큐멘터리 영화였다. 그 영화를 보던 그때도" 정말 대단한 실험정신이다"라고 했었다. 자신의 몸에 실험을 한 그는 예전의 몸으로 돌아가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이 콜레스테롤과 혈압이 올라갔다. 우울증 외에도 그는 한 달 만에 폐인이 되었다. 그 영화를 보면서 맥도널드가 망할 줄 알았다.



하지만 아직도 맥도널드는 건재하고 값싼 음식을 공급하며 부동산으로 자산을 늘리고 있으니 오래전 그 감독의 노력이 허탈해지기까지 한다. 하물며 이런 시사고발이나 문제의식을 가지고 출발한 것도 아닌 일 주어터의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려니 걱정이 된다. 그녀의 일주일 다이어트 이후에 쉬는 한 주간은 좀 더 건강한 식사를 하기를 바랄 뿐이다.



나 역시 스무 살에 갔다가 나온 단식원에서 7~8킬로 정도 빠졌던 것 같다. 하지만 열흘 단식을 하고 퇴소해 집에 와서 김치와 밥을 먹었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위험천만한 행동이었지만 스무 살의 나는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알지 못했다.


왜 살을 빼야  하는 가에 대한 생각보다 그저 거추장스러운 살만 빠른 시간에 없애려는 생각뿐이었다. 


'내 몸 돌보기가 뭐야?' 어린 나에게는 정말 낯선 단어였을 것이다.. 

그저 얼른 해치워야 하는 지방덩어리일 뿐



생각하기 싫어서 또는 아파서 지웠던 케케묵은 기억들이 그물에 걸려 올라오는 물고기 마냥 줄줄이 엮어져 나온다.

학교 끝나고 미술학원 가는 길에 정거장처럼 들렸던 그 행버거 가게!

입구에 할아버지 인형이 있었던 그곳에서 친구와 하하 호호하며 나오고 있는 나의 모습이




생전 처음 로또라는 것을 샀다.   네 잎 클로버 때문은 아니고 누가 봐도 좋은 꿈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할 만큼 또렷하게 꿨다. 그래서 지난 일요일 로또를 사러 남편과 여기저기 헤맸다. 휴가기간이었고 늦은 시간이라 문을 닫은 곳이 많았다


로또는 편의점에서 24시간 파는 줄 알았는데 가는 곳마다 문이 닫혀 그날 사지 못할까 봐 애가 닳았다.

시장 안쪽 후미진 가게를 발견하고 어찌나 반갑던지 나오면서 고맙다고 말하고 나왔다.

결국 3만 원어치를 사고 나오면서 활짝 웃으니 남편이 낯설다는 듯이 나를 쳐다본다.

빙긋이 웃으며 "한주 동안 행복하겠네"라는 말만 한다.

그리고 나는 지갑 안 로또를 잊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부랴부랴 맞춰봤다.


결과는 꽝이고 5등 2개 됐다.

뭐 아쉽지만 그 선명하고 좋았던 꿈은 어딘가에서 시작되고 있을 거야 라며 5등짜리 두장을 지갑에 넣었다.



보이스피싱으로 큰돈을 잃어버리고 정신없이 글을 썼던 것 같다.

요즘 그때 썼던 글을 보면 당시의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나있다. 가관이었던 글은 끝을 향해가며 차분해지고 있었다. 그 당시는 지금처럼 안정적으로 단식을 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때 단식을 하지 않았더라면 더 힘들었을 것 같다.  왜냐면 글을 쓰는면 주전부리를 엄청하기 시작한 것이다. 글 쓰면서 생긴 부작용이다. 아몬드를 입에 대면 아주 끝을 본다.


하지만 글을 쓴다는 것은 충분한 위로이며 자기 성찰의 과정임에는 틀림없다.

나를 알아차리기에도 오랜 상처를 꺼내기에도 글 쓰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것이 있을까?


내 그림은  형식에 매이지 않고 비교적 자유롭게 그리는 그림인데도 차이가 있다. 글을 쓰면 꺼내는 동시에 치유가 되고 있어서 적용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지금 정리 중이다. 계획하지 않았던 무의식의 흐름이 연결되는 기쁨이란!



그리고 좀 더 나를 편하게 두기로 했다. 좋으면 좋은데로 싫으면 싫다고 로또를 살만한 꿈을 꿨으면

밤에 차를 타고 여기저기 헤매는 것도 하기로 말이다.




복실이 너는 그러니? 너무 순해서 싫어도 싫다고 못하는 것 아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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