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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 Aug 09. 2021

나는 나를 편하게 두기로 했다


나는 나를 편하게 두기로 했다



거실에서 남편이 자고 있다.

딱 50일만 나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무엇을 결정할때는 우선순위에 따라정했었다

우선순위의 일번은 가족이었다

그리고일  다음이  나 였다

그렇게 해야 고민이 덜됬으니깐


그우선순위를 50일만 바꾸고싶다고했다

모두가 우선순위를 하겠다고하니 모든것이 엉켰었다

자꾸 뭔가를 잊어먹고 잃어버리고 글을 쓰다 상담 전화하고 그러다 설거지 하면서 빨래 돌리고 밤늦게 졸린다면서 주섬주섬 집어먹고 생활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니 흔쾌히 오케이 해주었다. 그렇게 벌써 단식 9일 차 어제의 일기를 오늘 쓴다.



안방을 글방으로 만들어줘서 갑자기 미아가 된 남편은 주섬주섬 준비하고 새벽에 출근한다.

그때까지 잠을 안 자고 있으면 말도 안 하고 나가 버려서 남편이 일어나기 전에 얼른 잔다. 자고 있었으면서도

귀신처럼 내가 몇 시에 잠을 자는지 알고 있었다. 이제 일찍 잠을 자니 남편이 출근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그리고 나의 일과를 시작한다. 예전부터 거실에서 명상을 해보곤 했는데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대놓고 생각을 할 수 있어 좋기도 하지만 제대로 된 명상은 "생각을 없앤다" "생각을 잠재운다"라고 하는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을 하는 나에게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것 아니야"라는 생각이 드니 습관으로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다 이번 단식을 시작하면서 108배를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의 의도는 명상보다는 다리 근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었다. 생명운동이라는 좋은 운동을 하지만 재미가 없다 그러다 나에게 잘 맞는 운동법일 것 같아서 시작한 108배다. 108배를 하고 누워서 생명운동의  하나인  합창 합척을 해주면  금상첨화이다.



한 남성이 108배를 하는 영상을 틀어놓고 같이 하면 숫자를 세지 않아서 좋고 무엇보다 명상음악이 나와서 좋다.


108배를 언제 하냐 하지만 생각보다 빨리 할 수 있다. 숫자에 연연하지 않는다. 하다가 힘들면 이마를 땅에 대고 땅의 기운을 받고 하늘로 향한 양손으로 하늘의 기운을 받으면서 호흡을 가다듬는다. 그러면 다시 회복이 돼서 따라 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몰입이 되면서 수많은 상념이 사라진다. 생명 운동할 때도 하게 되는 합장이 여기에서도 중요하게 느껴진다.


가슴 앞에서 손바닥을 합치는 이 행위는 불교에서뿐만 아니라 인도의 일상적인 인사법이다. 절에 가면 스님이나 불자들이 이렇게 인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동남아시아를 여행하다 이렇게 인사하면 나도 모르게 합장하면서 어정쩡한 답례를 했었던 기억이 난다.



결혼 전 홀로 배낭여행 중에 오래된 사원에 들어갔는데 입구에 낡은 슬리퍼,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 일명 쪼리 슬리퍼가 입구에 즐비하게 늘어져 있었다. 어리숙하게 들어가 바닥에 있는 슬리퍼로 갈아 신고 들어가니 안에 있던 사람들이 연신 합장을 하며 인사를 한다. 잠시 머문 뒤 나가려 하니 키 작은 젊은 남자가 기다리고 있다가 웃으며 자신의 신발이라 했던 기억이 난다. 바닥에 있던 그 쪼리들은 그들이 잠시 벗어둔 신발이었다. 아뿔싸!!!

다  똑같아 보이는신발을 어찌 구별할까 신기하기만 했다


그 후로 사원에 들어갈 때마다 그 청년의 어이없어하던 웃음이 기억난다.


합장은 복잡하고 산만해지는 마음을 하나로 모은다는 의미이다. 인사로 대신할 때는 마음을 모아 상대편을 존중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신뢰를 기반으로 존중하고 공경한다는 뜻이니 아름다운 인사법이다. 108배를 할 때도 시작하고 마무리할 때 합장을 한다. 합장으로 시작해서 합장으로 한배가 끝이 난다. 마음속 번뇌를 모으기에 참 좋은 방법이다.


종교를 떠나 마음 수련하기에 좋은 108배를 단식을 시작하면서 시작할 때도 이렇게 루틴이 만들어질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다. 시작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고 오랜 나의 습관이 되면 좋겠다. 20분이 채 안 되는 시간이다. 하루가 전광석화처럼 느껴지지만 24시간의 시간에서 20분도 내줄 수 없다는 것은 앞으로 핑계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영상 속 그는 108배를 하는 동안 "용서하세요."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미안합니다."를 반복해서 이야기한다.


차분한 목소리의 그의 말을 들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모든 우리들의 삶은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구나'

모든것은 관계의 영속성위에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뱃속에서부터 시작해서 무덤으로 들어갈 때까지 모든 것은 관계를 맺음으로 희로애락이 만들어지니 말이다. 혼자 살면 주어진 것보다 더 일을 할 필요도 더 많이 가지려 할 필요도 없는데 관계를 영위하려다 보니

더 많은 것을 하려고 하고 소유하려고 한다. 그리고 관계는 근심과 불안함을 만들기도 한다.


가족이 아플까 봐 또 잃어버릴까봐


가족이나 친구와의 이별도 두려움이다.

지금 여기에서 오늘을 살아가면서 미래를 보게 되니 없던 근심도 생기게 마련인 것이다.


늦게 잠을 자는 것 역시 그랬다. 불안한 내일이 오늘을 살고있는 나에게  온전히 집중하지못하게  만들고있었다


혼자 산에 들어가  많은 관계를 끊고 살고 있는 자연인을 부러워하면서도 그의 부인이 한 달에 한번 온다던지 아이들 이야기가 나오면 한편 안심이 되는 것도 사람은  아마도 관계에 대한 미련과 관계 안에서의 안락함과 번뇌를 벗어나기 어려운 존재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오늘의 108배는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약간은 상기된 얼굴로 차 한잔을 들고 방으로 들어와 어제 하루를 더듬어 본다.


지혜롭다는 말을 좋아한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라고 묻는다면 지혜롭다는 말을 듣고 싶다.



요즘은 그런 생각이 든다. 지혜는 계발이 되는 것 아닐까? 순간순간 드는 "자신을 해하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버티는 힘을 기르고 있는 나를 보면서 토닥토닥 오늘은 나를 꼬옥 안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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