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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 Aug 01. 2021

드디어 단식

일상을 바꾸면 일생이 바뀔까?


우리가 알고 있는 욕망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떠오르는 것부터 나열 하 자면 식욕, 성욕, 성취욕. 재물욕,

관계의 욕구, 존중받고 싶은 욕구 등등 다양한 인간의 욕구가 존재하는데

아마 가장 으뜸이 식욕이다.

그래서 사람들 은하 루도 못 굶는다는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단식해 본 사람들은 알게 된다.


점점  굶은 것이 쉬워진다는 것을

예전에 비해 배가 그리 고프지 않고

어떤 날은  공복감을 즐기곤 한다는 것을

하지만  이것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황당한 이야기일 수 있다


그렇다 해도  단식에 들어간다는 것은  그렇게 간단한 이야기는 아니다

정리해야 할 일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가장 어려운  인간관계부터?

그래서 관계 속 정리해야 할 것이 많은  사람에게는 단식은 비로소  쉼이자 휴식이 된다

필요한 일 외에는 만남도 인간사 관여도  모두 쉰다.  그렇다고 인간관계가 끊어질까?


오랜 기간 단식을 해보니 오히려  관계를 쉬는 건  관계의 회복을 의미했다.


내가 말하는 정리는 "가족"이다.  매일 부딪히는 가족은

사회관계망과는 또 다른 의미의 정리가 필요하다.  가족은 좀 더 세심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미리 좋은 시간으로   추억을 저축해둔다.  유효기간이 그리 길지 않아도 된다. 

미리 상황을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엘리베이터 오후 4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일부터 시작할 단식의 가장 큰 목표는 3가지이다

첫 번째  글을 쓴다는 이유로 밤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면서

수면 부족이 생겼고  다음날 생활의 지장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그림을 그린다고 밤샘한 적도 많았으나  그때는 아침에 뜨거운 목욕한 번 하면 풀렸는데

그것은  꿈같은    젊은 날의 이야기이고 이제는 확실히 체력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된다.

그리고 밤늦게 작업을 하면서 졸리다는 핑계로

자꾸 과자나 과일 견과류 등 먹기 쉬운 것에 손이 간다는 사실이다.

내심 한편으로는 3년 정도 빠진 체중을 유지하고 있으니

마음 놓고 먹어도 살이 안 찌는  그런 신이 주신 체질 변화의 행운이 내게도 라고?

내심 기대하는 면도 없지 않았다. 소아비만이었던 내게는 그런 행운은 없고

언제나처럼 좋은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그렇다고 좋은 음식을 먹고  과식을 하지 않는 것은 저주받는 체질이 아니라

건강한 신체를 위해 어쩌면  당연히 지켜야 할 생활습관이니  억울해하지는  말자


특히 40대 이후부터는 호르몬의 분비가 줄어드는 시기여서

성호르몬이 분비되는 밤 시간에는 잠을 자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리고 밤에 잠을 못 자면 멜라토닌과 성장 호르몬 분비가 되지 않아

골다공증을 유발하거나 다음날 식욕이 폭발할 위험에 노출되어있다.

그러니 10시에 자는 것은 무리라 하더라고

12시 전에는 무조건 잠을 자자라고 벽에 대문짝 만하게 써 놓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하튼 잠을 11시 전에 자고 6시 기상한다는 거룩한 계획을 세웠다


두 번째 목표는, 두 달째 생리가 없으니 "나에게도  이제 완경(폐경)이 시작되고 있구나"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기다리던 것은 아니었으나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는 것이기에  비교적 담담한 편이다.


하지만 마음은 담대하였으나 몸은 역시 요동을 치고 있었다

우선 아침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수면부족인 탓도 있겠지만

생리를 하고 나면 몸이 개운한 듯 가벼운데 그런 느낌을 받을 수가 없었다.

그런 생리가 두 달 끊어지니 우선 몸이 몸살을 한다. 컨디션이 회복되는 것이 느려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통상적으로 이렇게 하다 말다 일 년 정도 진행된 후  완전히 생리는 멈추게 될 것이고



똑같이 먹어도 기본 5킬로가 찐다는 갱년기 (완경) 증후군이 나에게도 시작될 것이다.

그래서 갱년기에서 좀 더 자유로워지기 위한 정리가 필요한 시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것이 내일부터 단식 계획을 세운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까지는 개인의 생각이었고  주부로서 엄마로서

나의 단식 계획을 청천벽력으로 받을 우리 가족들 생각하면 웃음이 나기도 하고 미안해지기도 한다.

밥을 먹는데 누군가 밥을 먹지 못하고 있다면 상당히 불편한 일이긴 하다.

특히 가족이 다 같이 밥 먹는 것을 하루 열심히 일한 보상으로 여기는 남편에게는 


하지만, 그래도 단식을 하는 데에는 그에 상당한 가치가 있다.


대청소하고 할 때는 힘들지만 하고 나면 뿌듯하고 개운해지는 느낌

그리고 생활하기 편리해지고  우선 기분이 좋다.


엘리베이터 24시

몸속을 청소하는 것도 대청소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리고 좋은 가구를 들이는 것처럼

갱년기에 좋은 음식으로 제대로 챙겨 먹을 계획이다.


세 번째 근육량을 늘리는 운동을 꾸준히 해서  단단한 몸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단식 전야를 버라이어티 하게 보낼 궁리 중이다. 

 우선 며칠 전부터 딸과의 데이트

두 아들과 데이트

오늘은 남편과 데이트

모두가 원하는 일대일 데이트


가족들과 오늘은 즐겁게 시간을 보낼 생각이다.


" 그래서, 오늘은 뭐 먹을까?"


단식 전야제를 화려하게 보내고  결국 오늘부터 시작했다

기회를 놓쳐 남편에게 이야기를 못하다 어제

드디어 기분 좋게 통과됐다. 가족의 먹거리를 책임져야 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가족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었기에

단식에 들어가기 위한 절차가 꽤나 복잡했다.

그러는 과정에 우연히 그동안 듣지 못했던 깊은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남편과는 먹거리로 갈등이 많았었다.

좋아하는 취향이 다른 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아토피아이들로 인해 먹는 것을 가리던

나와 먹어야  큰다는 남편과 첨예하게 대립한 적도 있었다.

지금이야 아토피에 대해 알려져 환경에 대한 인식이 좋아졌지만 큰아이가 태어나던

그 시절은 의사들도 태열이라  부르던 시기였다. 

먹으면 심해지던 유아기 시절에야 내 뜻 때로 조절할 수 있었지만

단식을 하고 1~2년이 지나면서

아토피가 잡혀갈 무렵부터는 먹는 것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었다.


먹어야 큰다 VS 덜먹어야 낫는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매일 고기를 먹으려 하고 배가 불러 힘들 때까지 먹는지

좋지 않은 음식도 아이들이 원하면 기꺼이 먹이려 하는 것 때문에  화가 난적도  많았다


 시댁에만 가면   명절에 산더미처럼 음식을 만들어 버리는지

 밤늦게 1인 1 닭을 하는지


 시댁에 가기 전에 아이들에게 잔뜩 현미밥을 먹였고 아이들 몫의 음식을

 내가 재빨리 먹으며 노심초사했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어제 남편은 어릴 때 너무 배가 고파서 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가난했던 유년기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그것이 트라우마인지는 몰랐다.

처음 본  돼지꼬리




그래서 배부를 때까지 음식을 먹어야 하고 아이들입에 음식 들어가는 것이 가장 좋고 

아내인 나 역시 먹는 모습이 가장 좋았던 것이다.

고기를 구우면 내 입에 먼저 집어넣는 그는 나에게 더 이상 단식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신체구조상 골격이 크고  근육으로 이루어져 신진대사가 빠른 남편과 나는 몸의 구조가 다르다.

그래서 전날  같이 먹어도  적게 먹은 내가 타격이  더 크다

체질이야라고 하기에는 약이 오른 적도 있었지만

단식 후에는  기분 좋게 먹고  다음날 덜먹는 것으로  조절을 할 수 있어  상황에 맞춰 기분 좋게  먹는다  


결국 우리 몸은 에너지 대사율을 높여야 하고 자신의 몸에 맞는 섭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젊은 시절에나 신진대사가 원활하기 때문에 가능하지만

나이가 들면 몸의 기능들이 약해지기 태문에

해독의 과정은 분명 필요하고 언젠가는 부부가 함께

단식하는 날이 올 것이라는 것을 안다.


이번 단식은 목표가 좀 많다.


 이번에는 운동을 열심히 할 생각이다.

20킬로 감량했던 첫 단식에서는 냉온욕을 열심히 했었지만 운동을 많이 챙기지 못했다

늘었다 줄었다 하는 몸이어서 탄력감이 떨어져 있어 운동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바쁘다는 핑계로 운동이

늘 후순위로 밀렸다. 그래서 가족들에게 집안일을 부탁하며 운동시간을 만들어 볼 계획이다.

걱정했던 것보다 흔쾌히 좋다고 한 부분에는  운동을 열심히 한다는  것이 이유가 된 것 같다


두 번째 목표는 수면시간 조정이다

어느 날부터 3~4시를 넘겨 잠을 자게 되었다. 수면부족으로 몸은 차가워지고 다음날 과식을 하게 되는 날들이

많아졌다.   할 일을 다 못하면 잠을 들 수없는 습성을 바꾸기가 쉽지 않았다

단식을 하게 되면 일찍 자게 된다. 글을 쓰는 지금도 졸린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만들 계획이다


세 번째 목표는 조절식을 제대로 챙기는 것이다

이번 조절식에서는 생식을 잘 먹으면서 조절식을 완벽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생리를 안 한 지 두 달이 지났다. 몸이 무거워짐을  느낀다 이렇게 왔다 갔다 하면서 완경이 될 것이다.

아이들 사춘기가 무난하게 지나가기를

바란 것처럼 나의 갱년기도 자연스럽게 지나갈 것이다.


아이들 식사를 챙기던 남편은  돼지껍질 와 돼지꼬리 요리를  하면서 미안하네 했고

 두 가지 음식을 못 먹는 나는 당연히  땡큐다


일을 좀 더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방의 배치를 바꾸고

집안 대청소를 하면서  가족과 함께    단식 첫날이 가볍게 지나간다.


오늘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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