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에 심취한 지 8년, 드디어 풀코스 마라톤 대회에서 4시간 이내의 기록을 의미하는 'Sub 4'를 달성했습니다.
"3시간 58분 57초"
기준시간 4시간에 간당간당 턱걸이하였지만, 그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대회종료 3일째인데도 이날의 여운은 가시지가 않습니다.
풀코스는 09:30에 출발했는데, 이때 기온이 1도쯤 됐던 것 같습니다. 도착한 13:30 즈음에도 8도쯤 되었으려나.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참가했습니다. 러닝붐 대단합니다.^^*
2017년 봄 무렵 시작한 동네 5km 달리기.
그로부터 열심히 달리고 달려, 풀코스 기준 2019년 가을 춘천마라톤대회를 시작으로, 코로나 이후 의령의병마라톤(2023 봄), 사천노을마라톤(2023 가을), 다시 의령의병마라톤(2024 봄), 그리고 이번 진주마라톤대회까지 총 다섯 차례 출전을 했습니다.
첫 출전한 춘천대회는 초반 26km까지는 기세 좋게 원하는 페이스로 잘 달려 나갔습니다. 그런데 서서히 오른쪽 무릎과 오금부위가 아파오면서 급기야 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그 때문에 나머지 16km는 걷다 뛰다를 반복하다 결국 기록보다는 완주에 의미를 둔 채 대회를 마쳤습니다(*완주기록 : 5시간 6분 28초). 준비와 연습량 부족을 절실히 깨달았던 대회였습니다.
이후 3년여의 코로나 사태가 종식된 후 다시 부활한 각종 마라톤대회에 참가하던 중, 지난해 사천노을마라톤대회는 나름 적잖이 준비를 하여 다시금 Sub 4를 기대하며 출전했습니다. 더욱이 요즘 유행하는 카본화인지 알지도 못한 채 구입한 나이키 '줌플라이 5' 새 신발까지 착용하고서 말입니다. 비록 Sub 4를 달성하진 못했지만, 4시간 8분 23초라는 개인 최고기록으로 대회를 마쳐, 다음 대회를 더욱 기약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15km 내외 중거리 연습량을 훨씬 더 늘리면 원하는 성과를 실현할 수 있겠단 자신감을 갖게 된 대회이기도 합니다.
결국 그런 자신감을 갖고서 더위가 한풀 꺾인 지난 10월부터 연습을 재개한 끝에, 엊그제 진주마라톤대회에서 드디어 3시간 58분 57초의 개인 최고기록으로 고대하고 고대하던 Sub 4를 달성했습니다.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진주 남강의 바람이 여전히 매섭고 차가운데도 대회장을 쉽사리 떠나지 못할 지경이었습니다.
멀리 지리산 설산이 눈에 들어왔는데, 정말 좋은 풍경이었습니다. 종료 후 어묵탕 한그릇 받아놓고 쉬는 중입니다. 이번 대회 히어로, 땡큐, '아디다스 아디제로 아디오스 프로 3M'
이 글을 쓰면서, 몇 해 전 올린 글("책이야기 11.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을 다시 살펴봤습니다. 달리기 하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 책이 여전히 떠올라서입니다.
지속력. 그 글에서 하루키가 강조하는 재능, 집중력, 지속력 중 다시금 지속력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요즘의 마라톤붐 분위기와는 달리 일찍 러닝을 시작한 나는 사실 최근 들어 달리기가 조금씩 시들어가는 중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대회를 마지막 출전이라 생각하고서 적당한 기록과 완주 정도의 결과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간 상당량의 연습 덕분이었는지 과거와 달리 시종일관 부상도 없이 Sub 4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서 러닝 내내 꾸준하게 잘 달릴 수 있었습니다.
이는 하루키가 말하는 지속적인 연습, 그리고 Sub 4에 대한 목표와 의지 때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한편, MLB 오타니 선수의 만다라트는 대회 러닝 내내 목표와 의지를 체크하는데 유용하게 사용되었습니다. 오타니의 만다라트는 최종목표와 그에 따른 8가지 세부목표 그리고 각 8가지의 실행계획 등으로 유명한데, 이는 내게도 뛰는 중에 더없이 유용했습니다.
일단 스타트를 끊으면서는 다시금 Sub 4를 목표로 설정하고서 뛰기 시작했는데, 10km, 20km, 30km, 40km 등 각 구간에 따른 목표기록과 페이스 추세를 설정하고, 또 그에 맞춰서 호흡과 몸상태에 집중하면서 뛰다 보니 구간구간별로 한결 전략적이고 체계적으로 뛴 느낌이었습니다.
또한 이런 노력 속에서 운이라면 운이었던 게, 37km 지점부터는 Sub 4를 포기할까도 생각 중이었는데 마침 4시간을 목표로 하는 페이스메이커와 그를 따르는 '달림이'들이 내 옆을 훅 지나가는 모습에서 나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쫓아갈 수 있었고, 이로 인해 마의 37km-40km 구간을 잘 넘기면서 나머지 40km부터는 러너스 하이에 준하는 몸과 마음의 상태로 질주할 수 있었습니다.
39km 지점에서 워치 밧데리가 방전되면서 최종기록을 남기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남강을 끼고 도는 코스는 춘천마라톤의 의암호를 끼고 도는 코스와 흡사한 느낌이었습니다.
원하던 Sub 4를 달성해서인지, 마라톤에 대한 흥미가 다시 생긴 것은 분명합니다.
이로 인해 내년도 대회가 벌써부터 기대되고, 때문에 어떤 대회를 출전할지 각종 대회를 살펴보게 됩니다.
그리고 할 수 있다면 더 많은 연습을 통해 3시간 50분에 이르기를 목표로 하며, 그런 성취를 위해 몸이 회복되는 대로 다시 신발끈 조여매고 서서히 달려 나가려고 합니다.
기안 84 님을 통해 요즘 더욱 러닝붐이 일고 있고, 또 최근의 뉴욕마라톤대회 참여로 인해 해외마라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론 훨씬 전부터 보스턴마라톤이나 그리스 아테네 마라톤 등 해외마라톤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데, 이번 Sub 4 달성을 계기로 머지않아 해외마라톤 출전도 실행해 봐야겠습니다.
이제는 해외여행도 과거처럼 그저 유명 관광지를 답습하는 형태보다는 역사, 스포츠, 미식 등 특수목적을 갖고서 여행을 하는 게 더 새롭고 흥미롭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달리기를 말할 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참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좋습니다.
경호강어탕. 진주시에 들를 때면 꼭 찾는 맛집입니다. 부모님과 아드님이 본점과 분점 형태로 각각 운영한다고 합니다. 비리지 않은 데다 진하고 깊이가 있어 보양식을 먹는 기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