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뽈뽈러 Oct 10. 2022

책 이야기 31. 독일의 힘, 독일의 총리들 1

# 김황식 지음


오래간만에 정치 역사서를 집어 들었습니다.


이 책은 책의 부제가 말해주듯이 '독일의 통일과 번영을 이끈 정치 리더십'에 관한 책입니다.


지은이는 대법관과 감사원장을 역임하고, 또 국무총리직을 꽤 오랜 기간 수행한 김황식 전 총리입니다.


국무총리 퇴임 후 2013년 한 해를 독일에서 체류하면서 독일 번영의 요체가 정치 리더십에 있다고 판단하여 그간 독일에 대한 여러 모습들을 살펴서 이렇게 책을 낸 것으로 보입니다.


몇 달 전 서점에 들렀다가 우연히 이 책이 놓여있는 것을 봤는데, 마침 저자가 김황식 전 총리인 점에 이끌려 책을 구매하게 됐습니다.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독일은 우리나라처럼 대통령제가 아닌 의원내각제로서 (우리나라의 국회에 해당하는) 연방의회에서 선출한 총리가 행정부 수장이 되는 체제입니다.


1949년 서독 정부 수립 이후 1990년 통일독일을 거쳐 2022년 현재까지 독일의 총리는 총 9명입니다.


2021년에 취임한 올라프 숄츠 현 총리를 제외한 전임 앙겔라 메르켈 총리까지를 기준으로 하면, 8명의 총리 평균 재임기간이 약 9년입니다.


같은 의원내각제인 이탈리아나 일본에 비하면 엄청난 재임기간입니다.


이탈리아는 불과 1년 남짓하다고 알려져 있으며, 일본 역시 2년 안팎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4년 중임제인 미국의 대통령보다도 평균 재임기간이 길다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갈수록 더해가는 엄청난 속도의 사회 변화와 그에 따른 사람들의 인식 변화를 생각할 때, 최고 정치지도자가 이렇게 오래 자리하는 것이 신기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점이 독일의 정치발전과 국력신장 그리고 번영의 한 요소라고 말합니다.




그간 '책 이야기'를 통하여 간간이 저의 관심사를 드러낸 적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지리, 역사, 역사적 인물에 대한 관심사였는데, 이 때문에 평소 독일에 대해서는 적잖은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관련 서적들을 몇 권 탐독도 하였는데, 몇 해 전에 읽은 '독일은 어떻게 유럽을 지배하는가'라는 책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독일과는 프랑스 못지않게 앙숙 관계인 영국의 외교관 출신 인사, 폴 레버가 쓴 책이었습니다.


1997년부터 6년 동안 영국의 駐독일 대사도 역임한 터라, 갑작스러운 통일에 따른 '유럽의 병자' 독일이 어떻게 하여 다시금 번영을 구가하면서 유럽의 표준이 되어가고 또 '유럽을 지배해나가는지'를 상세히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번 독일 총리들에 관한 서적을 읽으면서 새롭게 폴 레버의 책이 떠오른 이유입니다.


때문에 조만간 다시 읽어보고자 합니다.





한때 우리 정치권을 중심으로 독일을 배우자는 기류가 꽤 있었습니다.


통상 이념이 유사한 2개 이상의 정당이 연합하여 정부를 구성하는 '소연정'에서부터 의회 의석 80% 이상을 차지하는 이념이 다른 정당들이 연합하여 정부를 구성하는 '대연정'에 이르기까지, 상호존중과 타협을 통해 반목과 대립 없이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독일이 꽤 모범적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지은이 김황식 전 총리가 독일에서 체류한 2013년은 특히 독일이 통일 이후 본격적으로 전성기를 구가하고, 또한 영국, 프랑스, 독일이라는 유럽의 맹주 중에서도 더욱더 1강을 향해 나아가는 시점이었기에 우리 정치권에서는 꽤 매력적으로 보였던 것 같습니다.


일일이 이름을 나열하지 않아도 유명 국내 정치인들이 독일을 방문하고 그 체험담을 풀어내는 모습이 한동안 정치뉴스에 많이 비쳤던 기억입니다.


어쩌면 최근까지도 그런 기류는 계속 이어지는 듯합니다.




이 책의 내용은 기본적으로 간명합니다.


2차 대전 종전 후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이라는 4대 승전국의 분할점령 기간을 거쳐, 1949년 서독에서 콘라드 아데나워 초대 총리를 중심으로 정부가 구성된 이후 에르하르트, 키징거, 브란트까지 4명의 총리들이 어떠한 신념과 정치력을 토대로 상대 진영 및 내부 반대파들과 상호작용하면서 타협을 이뤄내고 독일을 발전시켜왔는지를 보여줍니다.


▲라인강의 기적을 일궈낸, 건국의 아버지와 같은 아데나워와 에르하르트(*참고로, 총리 에르하르트에 대한 전임자 아데나워의 태도는 매우 비우호적인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권력의 속성이라는 게 둘의 관계에서 극적으로 비치는 모습입니다.), ▲최초의 대연정을 출범시킨 키징거, ▲독일 통일의 초석이 된 동방정책의 창시자 브란트 등 개성 있는 업적을 일군 4명의 총리들이 그들의 개인사와 함께 흥미롭게 그려집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우리 정치권에 시사하는 점이 무엇인지, 또한 국가 전체적으로도 독일의 발전과정에서 어떤 점이 우리에게 필요한지를 저자 김황식 전 총리는 자신의 견해를 담담히 피력합니다.


아마도 사법과 행정의 영역에서 오랜 기간 쌓아온 식견을 戰後 독일의 발전사, 특히 정치 리더십에 입각하여 우리에게 던지고픈 메시지를 설파하는 것 같습니다.


이번 책이 1권이니, 다음 2권도 곧 나올 것 같은데 어렵지 않게 독일에 대한 모습들을 살펴볼 수 있어서 다음 도 기대가 됩니다.


이제는 헬무트 슈미트, 헬무트 콜, 게르하르트 슈뢰더, 앙겔라 메르켈까지 다음 4명의 총리들을 다루겠지요.


특히, 콜, 슈뢰더, 메르켈 3명은 우리 정치권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자주 언급되는 총리들인지라 그 세부 내용이 더욱 궁금해집니다.




책을 다 읽고서는 다른 때와는 다르게 대략적으로 메모를 한번 해봤습니다.


독일 총리들의 재임기간과 연방의회 선거와의 관련성이 어떠한지, 또 한편으론 각 정당들이 선거 결과에 따라 어떻게 연합하여 정부를 구성했는지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그 메모는 다음과 같습니다.


※ 독일의 역대 총리 현황(서독) (*이 책 1권에 한정하여)


- 콘라드 아데나워(1949~1963, 기독교 민주연합-기독교 사회연합 <바이에른주 지역정당>)

- 루트비히 에르하르트(1963~1966, 기민련-기사련)

- 쿠르트 키징거(1966~1969, 기민련-기사련)

- 빌리 브란트(1969~1974, 사회민주당)


※ 독일의 선거 현황(서독) (*이 책 1권에 한정하여)

- 1949 (기민련-기사련 제1당) : 자민당과의 소연정으로 정부 구성

- 1953 (기민련-기사련 제1당) : 상동

- 1957 (기민련-기사련 제1당) : 상동

- 1961 (기민련-기사련 제1당) : 상동, 이후 1963년에 기존 연정 내에서 총리 퇴임 및 에르하르트 총리 취임

- 1965 (기민련-기사련 제1당) : 자민당과의 소연정으로 정부 구성, 이후 1966년에 기존 연정 내에서 자민당과의 갈등으로 총리 퇴임 및 제1당과 제2당 사민당 간 독일 최초의 대연정이 출범하면서 키징거 총리 취임

- 1969 (기민련-기사련 제1당) : 제1당을 제외한, 제2당 사민당과 제3당 자민당 간의 과반 연합 소연정 출범

- 1972 (사민당 제1당) : 자민당과의 소연정으로 정부 구성





어쩌면 '독일의 현대 정치사 개요'를 학습하는 느낌으로 이 책이 읽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간 뉴스나 간단한 자료 등으로 조각조각 알고 있던 독일의 현대 정치사였는데, 이 책을 통해 이제는 전체적 얼개와 윤곽을 나름 대략적으로 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메모까지 하게 된지도 모를 일입니다.


독일 하면 뭔가 소리 없이 강하면서 내실이 탄탄하다는 느낌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그런 독일이 이제 다음 10년을 어떻게 향해나갈지 궁금해집니다.



2022. 10. 10.

매거진의 이전글 책 이야기 30. 쇳밥일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