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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뽈뽈러 Oct 17. 2022

덕업일치

# 그의 승전보를 생각하며


며칠 전, 울산에서 열린 전국체전 당구 종목에서 고등학교 동기가 우승했다는 기사가 떴습니다.

당연히 친구들 사이에선 다시 한번 환호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고교 입학 초기부터 당구에 빠져 살던 친구였습니다.

얼마나 좋았으면 3년 내내 당구만 바라볼 수 있었는지 지금도 신기합니다.




졸업 후 대략 10년이 지나면서 이 친구의 이름이 동기들 사이에서 회자되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어느덧 프로 당구선수가 되어 업으로써 활동한다고 말입니다.


그렇게 입지를 다져온 그는 점점 국내 대회뿐 아니라 세계 월드컵 대회에서도 우승하는 쾌거를 거뒀습니다.

이런 명성 때문인지, 몇 해 전에는 당구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당구로써 자신을 빛내는 그를 보면 그야말로 '덕업일치'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엘리트 스포츠도, 더욱이 학원스포츠도 아닌 시절에 그저 당구에 대한 애정 하나만으로 자신의 인생을 걸었기 때문입니다.

아니 어쩌면 인생을 걸었다기보다 당구를 좋아하다 보니 삶의 방향이 그렇게 흘러 나간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얘기를 직장동료들한테 해줬더니, 곧바로 '덕업일치'라는 표현으로 돌아왔습니다.

'덕업일치', 그저 예사로 듣던 이 표현이 이렇게 새삼 나에게 다가왔습니다.




이런 계기로, 문득 뭔가를 좋아한다 것에 대해 생각을 해봤습니다.


- 재미있다 보니 좋아하는 마음이 생겨서 좌고우면 안 하고 그 재미와 즐거움을 가속하는 것.

- 이것저것 해보다가 소질과 적성을 발견한 후, 성공 가능성에 대한 꿈을 안고 애정을 한껏 덧입히는 것.

- 적정한 관심과 성공 가능성에 대한 타진 등을 거쳐 하나의 생업을 마련한 후, 부차적 관심과 애정으로 삶을 균형적으로 지속해나가는 것 등.


물론 현실은 이 모든 게 사치로 느껴질 정도로 어느 것 하나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저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차제에 내 삶을 한번 되돌아봤습니다.

나라는 사람은 뭔가 좋아하는 것을 인생에 얼마나 투영하며 살아왔는지가 궁금해졌기 때문입니다.


20대 시절 스타크래프트에 빠졌던 때, 30대 시절 등산에 빠졌던 때, 40대에 들어서면서 달리기에 미쳤던 때 등 대체로 3,4년 정도의 세월로써 각각을 애정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인생 전반을 통틀어 여행이라는 키워드도 늘 함께였던 것 같습니다. 일종의 '싸돌아댕기기'...


결국 '생업 이외 적정한 부차적 관심과 애정'의 부류로 규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게 평범한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모습일 듯도 하고요.




인생의 반환점이자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시기에 걸쳐 있어서 그런 걸까요?

앞으로 어떻게 되면 좋겠다거나 또는 무엇을 하면 좋겠다와 같은 생각이 이상하게 많이 다가옵니다.


최근 들어 주변 사람들이 색다른 기회를 갖는 모습이 눈에 자주 띄어 그런 듯도 한데, 그런 시점에 고교동기의 '덕업일치'는 새삼 뜻깊게 다가왔습니다.

통속적 생각에 점점 기울면서 왠지 모를 들썩임과 흔들림이 일던 차에, 그에 대한 생각으로 내면을 다시 정리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좋아한다는 것'은 우리 삶을 지탱하고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인 것 같습니다.

그 애정이 있어야만 비록 그리고픈 호랑이는 아닐지라도 고양이과의 다른 어떤 동물이라도 그릴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때문에 그렇게 쌓아온 나와 현재의 내 모습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다시금 발 딛고 서 있는 지금 이 순간을 애정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 애정 덕분에 지금의 내 생업도 '호랑이에 준하는' 고양이과 어느 동물 즈음에 이르게 된 것일 테니 말입니다.


졸업 후 한 번도 본 적 없거니와 고교 3년 동안 꽤 가깝게 지낸 것도 아니지만, 동기들을 들썩이게 하는 그의 승전보는 언제나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시기에 따라 이렇듯 더 색다르게 다가옵니다.


친구의 '덕업일치'와 승전보를 응원하며.



2022. 10. 17.

"너의 오늘은 밤하늘 별보다 빛나", 진동 광암해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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