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5. 용어의 발명 : ‘만들기’와 ‘자리잡기’

by MANGWON

015. 용어의 발명 : ‘만들기’와 ‘자리잡기’ 사이


앞장에서 이야기한 ‘새로운 기준’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새로운 기준의 ‘만들기’를 이야기했지만

‘만들기’와 ‘자리잡기’ 사이엔 큰 거리가 있습니다.

‘만들기’는 아이디어를 낸 개인이나

프로젝트를 맡은 팀, 관계자 그룹 내에서는

쉽게 인정받고 또 통용될 수 있지만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자리잡기’까지는

다른 차원의 노력과 실질적 자원이 필요합니다.


비단 광고/마케팅의 크리에이티브 목적이 아닌

아주 다양한 분야에서의 실제적인 필요에 의해서도

우리가 다 알 수 없는 저 우주 공간의 별들처럼

수없이 많은 기준, 개념, 워딩들이 태어나고 사라지고

아주 드물게 사회적으로 인정, 통용되고 있습니다.



X 세대, Y 세대, 지금의 MZ 세대 같은 세대 분류에서

지속가능성, ESG 등 번역/약어에 이르기까지-

매해 연말 다가오는 해의 트렌드를 전망하는

김난도교수의 트렌드코리아 시리즈를 보면

2026년 Human-in-the-Loop / Feelconomy(상품의 성능보다

2025년 Omnivore / #아보하(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하루)

2024년 분초사회

2023년 RABBIT JUMP

2022 년 트렌드는 T.I.G.E.R*(호랑이의 해였으므로),

2021 년 트렌드는 V-nomics, Omni Layard Home

2020 년 트렌드는 Multi Persona, Last Fit Economy’

여기까지만 찾아봐도 끝이 보이질 않습니다.

…(* TIGER = Transition into a 'Nano Society'나노사회 / Incoming! Money

Rush 머니러시/Gotcha Power'득템력/Escaping the Concrete Jungle - 'Rustic

Life'러스틱 라이프/Revelers in Health - 'Healthy Pleasure'헬시플레저)

이처럼 무수하게 명멸하는 ‘워드’들이 많다는 건

광고와 마케팅 크리에이터들이 만들어 내는

기준/컨셉들의 경쟁 상대가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그 새로운 기준/개념들의

사회적 인정/불인정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독일의 철학자, 악셀 호네트의 ‘인정 투쟁’론에 따르면

사회적 인정은 쌍방향적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전자는 ‘인정’을 해줄 만한 자격, 능력이 있어야 하고

후자는 ‘인정’을 받을 만한 자격,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인정을 해주는 쪽과 인정을 받는 쪽이 함께

서로의 존재와 자격을 수긍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사회적 지워/권력/관계에 대해서는

무척 흥미롭고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마케팅 혹은 유행어의 ‘인정’에는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지금은 기억이 조금 흐렸졌지만

코로나로 전세계가 고통을 받던 몇 년 전

전세계가 준비/이해 부족과 미흡한 대처로

‘메르스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의 충격과 고통을 받을 때

저는 그와 더불어 또다른 ‘고통’을 시달렸습니다.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선배는 만날 때마다

‘전세계가 다 ‘머서’라고 하는데

왜 한국만 혼자 메르스라고 하느냐!

철자에 맞게 ‘머서’라고 해야지!

기자들이 외신도 안 보고…’라고 주장하는 걸 듣는-



언어는 그 기본 속성(자의성과 사회성)으로 인해

지금 여기에서 ‘메르스’가 ‘머서’를 의미하는 기표로써

언중들 사이에서 의사 소통에 불편없이 사용된다면

그것을 따르는게(맞다 옳다가 아닌!) 합리적이다!라고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대화는 결론없는 평행선이었습니다.

(아직도 가끔 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새로운 ‘언어/기호’가 그 (언어)사회에서

자리잡을 수 있는/자리잡게 되는 조건은

그 의미의 내재성, 표현의 적확성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3 가지로 분류되지 않을까 합니다.


1.누구보다 먼저 말하거나

(‘머스’처럼 새로운 상황/개념에 대한 표현 수단의 필요),

2.논리적 파악하기 어려운 우연한 계기

(온라인에 폭죽처럼 떴다 사라지는 그 많은 밈들!),

3.그리고 누구보다 힘/돈 있는 자가 말하거나

(미디어/인플루언서처럼 스피커/채널의 강한 영향력)로

생각됩니다. 아니면 이 3 가지가 함께 결합되어야 가능한

아니 확률이 높아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래 전부터 광고 대행사 판에서는

매체비를 능가하는 크리에이티브는 없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는 오늘도 특별한 아이디어를 찾아야하는

모든 크리에이터들에겐 능력 밖의 일이라

조금은 씁쓸하고 힘 빠지는 이야기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크리에이터들에게는

위로 혹은 변명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 매주 화/목요일에 업로드합니다.



PART 2. 석 달 후를 위하여: 크리에이티브의 문법 (아이디어의 작동원리 이해)

Chapter 4. 거리와 스케일

011. 크리에이티브, 멀수록 빛나는 : 아이디어의 규모와 스케일

012. 맥락 없는 소리하고 있네 : 아이디어는 CONTEXT로부터

013. am 11.의 문자메시지를 씹은 이유 : TEXT와 CONTEXT의 차이


Chapter 5. 기준을 만드는 자가 이긴다

014. 기준을 만든다는 것 : 의제 설정 혹은 평가자 되기기준

015. 신조어가 유행하는 까닭 : 만들기와 자리잡기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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