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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페네로 Dec 19. 2020

아빠가 엄마의 밥상을 차립니다

밥상의 의미는

아빠의 하루는 오전 4:30에 시작됩니다. 일어나 엄마를 목욕시키고, 아침상을 차려 엄마와 식사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엄마에게 화장을 시킨 후, 6:30이 되면 병원에 출근을 합니다. 그리고 오후 4:30 퇴근, 차려진 식사를 하고, 엄마와 산책 후, 엄마의 세수와 양치를 돕고, 8:30에 잠자리에 듭니다, 엄마와 함께. 매일 똑같아요.  


아빠가 엄마를 위해 아침상을 차리는 걸 엄마는 알고 있을까요?   


엄마가 밥상을 차리지 못하며 아빠가 아침상을 차리셨어요. 토스트, 계란 프라이, 샐러드, 된장찌개로 메뉴는 항상 같아요. 여름에 내가 아이들과 아빠 집에서 지냈을 때도. 오전 6시가 되면 난 벌떡 일어나 아빠가 차린 아침상에 숟가락 하나만 얹어 먹었죠. 맛있었어요. 양파, 감자, 무, 김치만 들어있는 된장찌개인데도. 예전 엄마가 차려준 밥상처럼. 내가 차릴 수도 있었는데 아빠의 아침상이 먹고 싶어 그러지 않았어요.


엄마의 밥상


예전에 엄마는 매일 아침 김밥을 말아줬어요. 그냥 밥을 조미김에 쌌는데 멸치볶음이 안에 들어있었던 거 같아요. 회사 갈 준비를 하고 있으면 화장대 위에 올려줬어요. 영국에서 학교를 다닐 땐 방학이면 집에 돌아왔는데 먹고 싶은 걸 잔뜩 쓴 리스트를 들고 왔어요. 쓰여있는 거 다 해 달라 엄마에게 줬지요. 갈비를 넣은 김치찌개가 항상 리스트 맨 위였던 거 같아요.


엄마가 나만을 위해 차려준 밥상을 받으면 난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엄마가 나만을 위해 음식을 하고 한 상 차려 "맛있게 먹어." 하면 위로가 됐어요. 그래서 지금도 마음이 힘들고 일상이 지칠 땐 그때를 떠올리고, 순간을 상상해요. 엄마의 밥 냄새를 떠올리고, 엄마가 차려준 밥상을 받던 그 주인공 같던 순간을 기억하고, 힘든 마음을 비워낸 후, 그 자리를 따뜻한 엄마의 마음으로 채우는 거겠죠.


엄마가 차려준 밥이 먹고 싶어요. 마음이 불편하고 힘든 일이 있는데 아무렇지 않게 견뎌야 할 때면 위로받고 싶어요. 엄마가 차려준 밥을 못 먹은 지도 10년이 넘었는데 정말이지 딱 한 번만 더 먹을 수 있음 얼마나 좋을까요.


아빠의 밥상


이제 엄마는 아빠의 밥상으로 하루를 지낼 용기를 얻고 위로를 받겠죠.


그런데, 내게 있어 아빠의 밥상은 책임감의 무게 마냥 느껴지. 이 조합도 웃긴 아빠의 밥상이 그래요. 매일 아침 목욕시켜 깨끗한 옷을 입힌 엄마를 식탁에 앉혀놓고, 아빠는 아침상을 준비하죠. 며칠 그 모습을 쳐다보니 아빠만의 루틴이 있더군요. 먼저 식빵을 토스터에 넣어 놓아요. 다음, 계란을 부치고, 야채를 썰어 샐러드를 준비하고, 된장찌개 거리로 양파, 감자, 무, 김치를 썰어 된장과 김칫국물을 넣어 된장찌개를 끓이죠. 된장찌개가 끓기 전 이미 토스트와 계란으로 식사를 시작하고요. 이 모든 과정을 말없이 쳐다보는 엄마 (그러나 엄마의 시선은 허공을 헤매고), 가만히 앉아있는 엄마와 조용한 중 왔다 갔다 할 일을 완수하는 뒷모습의 아빠. 정작 출근해야 하는 사람은 아빠인데 아직 런닝에 반바지 차림.


모습이 꼭 아빠가 짊어지고 있는, 그리고 매일매일 쌓아가고 있는 책임감의 무게 같았네요. 아빠가 언젠가 이런 말을 한 적 있지요. "엄마는 우리 가정에 전력을 다했고, 그래서 오늘의 우리가 되었. 이제 내가 엄마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하고 살 거야." 비장하기까지 했어요.


아빠, 엄만 기쁜 마음으로 가정을 돌보았을 거예요. 가 갖고 있는 이 마음이 엄마에게 온 거니까. 조금 내려놓으셔도 돼요. 지금도 모든 노력을 다 하고 계시잖아요.  


우리 아빠는 어떤 밥상으로 위로받고 있을까요.






아빠의 답글입니다.


오늘도 토스트, 계란 프라이, 된장찌개를 먹고 엄마와 안락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네 글을 읽었다. 글에 엄마 이야기가 나오면 어김없이 눈물이 난다. 


거실 의자를 바꿔 배치했다. 창가에 놓았던 나무 소파를 치우고 그 자리에 안락의자와 둥근 나무 탁자를 놓았다. 창밖이 트이니 훨씬 밝고 시원하다. 아침 햇살이 눈부시다. 여기까지 찾아 들어온 아침 햇살이 정말 좋다. 우리 집 거실 깊이 식탁 위까지 찾아 들어온 이 햇살을 나는 사랑한다. 주말 아침에 엄마와 안락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이 순간을 나는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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