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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밭농부 Jun 18. 2021

층간소음 걱정 없는 전원생활

마음껏 뛸 수 있는 자유를 선물했다.


확실히 나의 잔소리는 줄었다.


아이들의 소리는 높아졌지만, 나의 목소리는 작아졌다. 당연한 듯 쉬쉬하며 살던 그 시절로 이젠 되돌아 갈 수가 없다.


시골 주택으로 이사를 오고 가장 큰 혜택을 본건 아이들이다.  대형마트는 없지만,  집 근처 작은 하나로마트만으로도 충분히 세끼 먹고 산다. 약국, 병원이 멀어지긴 했지만 감사하게도 매일 아픈 사람이  없으니 관없다.


아이들은 아파트 놀이터를 가끔 그리워한다. 나도 가끔 생각난다. 아이 혼자 내보내도 불안하지 않고, 나가기만 해도 같은 아파트 단지 아이들과 놀 수 있던 그곳. 이럴 땐 우리 집 아이들이 셋이나 된다는 게 큰 장점이다.  굳이 다른 친구가 없어도, 셋이서 참 잘도 논다.




집에서도 마음껏 뛰노는 자유를 만끽하던 어느 날이었다.


 농장일을 함께 도와주시는 친정엄마가 우리 집에서 일찍 잠이 드셨다. 그날 엄마는 몸이 아팠다. 늦도록 잠도 자지 않고 뛰어놀기 일쑤인 아이들이 그날따라 유독 시끄러웠다. 평소 같았으면 내버려 뒀을 일이었지만, 아파서 약을 먹고 잠드신 친정엄마가 깰까 봐 아이들에게 타이르기 시작했다.


아니다. 사실 타일렀다기보다 잔소리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 조용히 해! 할머니 주무시잖아, 소리 지르지 마, 그만 뛰어, 조용히 책읽어"


늘 그렇듯 아이들은 내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뿐이다.

한두 번 말해선 절대 듣지 않는다.

점점 목소리는 높아지고, 말투에 날이 서기 시작했다


이윽고 뛰면서 내달리는 둘째는 잡아 세웠다.


" 할머니 주무신댔지.......!!!!?????"


순간 나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파트에 살던 그때가 데자뷔처럼 눈앞을 스치는 순간이었다.  나는 또 훈계를 넘어선 집요한 잔소리를 하고 있었다.  더 이상 뛰면 아래층에 내려 보낸다는 협박이 막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그동안 잊고 살 있었던 것이다.

시골 주택으로 이사를 온 지 두 달 반 동안 아이들에게 뛰지 말라, 조용히 해라, 라는 잔소리를 할 필요가 없었다. 오랜만에 비슷한 상황에 맞닥뜨리자 버릇처럼 잔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내가 나의 날 선 목소리에 놀라 않을 수 없었다.

 도끼눈을 치켜뜨고, 아래층 사는 아저씨가 엄청 무섭다는 협박을 해댔다.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 당연히 그래야 하는 줄 알았다. 그땐 내 아이의 감정을 살피는 것보다. 아랫집에서 인터폰이 걸려오지 않게 하는 게 더 중요했다.  집에서 뛰는 아이들은 그야말로  죄인이었다.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기분이다.  


순간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젠  더 이상 그렇게 살 필요가 없다. 아이들이 크기 전에 주택으로 이사를 와서 다행이다. 이사를 오기 전엔 정말 걱정과 고민이 많았었지만, 이곳에서 누리는 마음껏 뛰는 일상은 정말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값지다.


층간소음 걱정없는 전원생활


내 집에서 마음껏 뛸 수 있는 자유, 이게 이토록 귀한 것이 었던가.

아마도 애가 셋이나 되기에 더 크게 느껴지는 탓일 거다.

밤이 되면 자연스레 책을 보는 아이들이긴 하지만 시끄럽게 떠든다 한들, 집안에서 전력질주를 한다 한들 그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다.



주택살이를 하는 우리를 보고 블로그 이웃님이 남겨주신 글이 생각난다.


 뛰지 말라고 혼내지만 않아도,
훨씬 좋은 엄마가 될 것 같아요.



그 말 그대로 나는 훨씬 은 엄마가 되었다.





줄넘기도 자유롭게 하는 마당있는 집





앞집개 이쁜이와  상시 공짜 대여를 받는 트렘펄린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가 그립지 않은 건 아니지만, 이 정도면 아이들에게도 자연스럽고 감사한 환경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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