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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 Sep 25. 2023

40. 책과 도서관 봉사활동

09/24/2023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엔 도서관에 봉사활동을 간다. 은퇴 후 코로나로 픽업 서비스만 제공하던 도서관이 다시 문을 열었단 얘기를 듣고 한글 책을 빌리러 갔던 것이 계기가 되었다. 예전에 알라딘 USA에서 한 두 달에 한 번씩 다량의 책을 구입하곤 했다. 덕분에 예전 집의 서재로 쓰던 방의 책장엔 책이 가득했다. 그중엔 몇 번씩 읽은 책도 있고 당연히 손도 대지 않았거나 좀 훑어보다가 덮어버린 책도 다수 있었다. 은퇴 후 좀 작은 집으로 이사하기로 하고 좋아하는 책 몇 권을 제외하고는 중고도서로 판매하거나 도서관에 기부했다. 이사 온 새 집에는 큰 책장을 둘 공간이 없기도 했고 그때부터 물건을 줄여가기 시작했던 거 같다.

이후 새책을 구매하지 않게 되었다. 미국에서 한글책은 비싸기도 했고 공간을 차지하는 짐이 되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었다. 어려서부터 무엇이든 읽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그렇다고 책을 끊을 수는 없었다. 이런 나에게 전자책 플랫폼인 <밀리의 서재>와 도서관이 대안이 되었다.


도서관에서 도서대출카드를 만들고 처음으로 빌린 책이 <파친코>였다. 소장한 도서가 모두 대여 중이어서 대여신청을 해두었다가 픽업해 왔다. 생각보다 도서를 대여해 보는 것은 괜찮은 경험이었고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게 되었다. 미국 도서관의 한글책이라는 특성상 신간이 많지 않고 종류가 다양하지 않긴 하다. 그래도 지속적으로 신간도 들어오고 기부로 들어오는 책들도 있어 읽을거리는 항상 충분하다. 요즘은 낮에는 주로 <밀리의 서재>에서 전자책을 읽거나 운전 중 오디오북을 듣기도 하고, 잠들기 전엔 도서관에서 빌려온 종이책을 읽는다. 매일 책과 함께 하는 날들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도서관 봉사활동은 은퇴 후 여유시간이 꽤나 있어서 주중 이틀로 시작했다가 아이도 함께 하게 되며 주말로 시간을 변경했다. 도서관에서 주로 하는 일은 매일 프린트되어 있는 도서 대여 요청 목록을 들고 책을 찾는 것이다. 처음엔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점차 서가도 익숙해지고 분류 체계도 파악되면서 쉽게, 짧은 시간에 많은 책을 찾게 되었다. 대여목록이 적은 날은 반납된 도서나 도서관을 찾은 사람들이 읽다가 미처 정리하지 않고 간 책들을 제자리에 정리하는 일을 돕기도 한다.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도서관이고 도서관에서 책을 읽거나 공부하는 학생들도 있어, 예전에 한국에서 도서관에 공부하러 다니던 기억이 떠오르기도 한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도서관은 조용한 분위기와 서가의 먼지 쌓인 책냄새도 좋아하다 보니 도서관 봉사활동은 빠지지 않고 가고 있다. 가끔은 봉사활동 후 혼자 도서관에서 책을 읽기도 하고 새로 들어온 책을 확인해 대여해 오기도 한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단 생각을 한다. 편집이나 출판 관련해 아는 것이 없지만 공부해 보고 싶은 마음도 든다. 꼭 책을 만드는 일이 아니더라도 북카페나 작은 동네 서점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쉽지 않은 건 경제적인 고려 없이 이런 일을 할 수 있는가에 있다. 돈벌이를 기대하고 하는 일은 아니더라도 손해를 감수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현실적으로 이미 은퇴한 나에게 손해를 감수할 정도의 경제력이 있는가 하는…

그래도 꿈은 꿀 수 있는 거니까. 이 나이에도 해보고 싶은 것, 배워보고 싶은 것이 있다는 거에 실행여부를 떠나 행복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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