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1/2023
올 해의 마지막 분기가 시작됐다. 직장생활 동안의 분기별 마무리와 계획이 업무의 일부였는데 은퇴 후의 일상에선 큰 의미가 없는 일이 되었다. 그래도 소소한 날들의 개인적인 감상과 생각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은 나 스스로에게 의미가 있는 일이다. 언젠가 지나간 오늘 그리고 그 해를 추억하고 돌아볼 수도 있으니.
10월의 시작과 함께 지난 9월에 내 시간을 함께 나눈 책들을 정리해 둔다. 역시 9월에도 소설을 많이 읽긴 했다. 집안일에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쓰이고 운동이나 멍 때리기로 시간을 보내기도 하다 보니 생각보다 많이 읽진 못한 거 같다. 각 도서에 대한 간단한 생각만 메모로 남겨두고자 한다.
부동산에 매물로 나온 집의 기이한 도면으로 시작되는 이야기. 아이를 이용해 살인을 저지르기 위한 집의 구조가 아닐까 하는 상상에서 시작해 긴 시간 동안 이어져 온 한 집안의 어두운 내력을 풀어낸다. 작가의 상상력, 그리고 생각보단 방대한 스토리가 숨겨진 이야기.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에르퀼 푸아르 탐정이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 책을 다 읽고 나면 아,.. 하게 되는 반전이 있는 추리소설. 흥미진진하긴 하나 오래전에 쓰인 책이다 보니 문체나 등장인물들이 좀 예스러운 건 어쩔 수 없는 듯하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by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재미있게 읽었고 모든 사건이 마무리되고 도대체 누가 범인인가라는 의문이 생겼다. 마지막에 우연히 발견된 편지로 범인이 밝혀질 때까지 상상도 못 했다는. 역시 대단한 작품.
삶은 예술로 빛난다, by 조원재. 인문. (오디오북)
매일 반복되는 내 일상에 대해서도 잠깐 생각해 볼 수 있게 해 준 책. 기대했던 예술작품 감상에 대한 가이드는 아니었지만 어쩌면 그런 가이드 자체가 필요치 않겠단 생각이 들게 한 책이다. 이 책에 대해서는 별도 리뷰를 작성한 것으로 덧 붙여둔다.
북 리뷰
노후에 대한 살짝 맛보기. 누구나 겪게 될, 그렇지만 경험하기 전엔 알 수 없는 노년의 삶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된 책. 예전에 작성한 리뷰는 여기에.
북 리뷰
자본주의, by EBS 다큐프라임 편집부. 경제경영.
경제경영 서적을 좀 더 다양하게 접해보려는 노력의 하나로 선택한 책이다. 출간된 시기가 좀 오래되긴 했으나 최근 다시 베스트셀러에 올라온 데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했고 크게 틀리지 않은 생각인 듯하다. 코로나 시기에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지나치게 많이 풀린 자본으로 인한 인플레이션과 우크라이나/러시아의 전쟁과 같은 예전 냉전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지정학적 위기, 전 세계적 전염병 확산과 같은 예기치 못한 상황이 세계화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인지 그로 인한 탈세계화등이 시장상황을 불안하게 하고 있는 요즘이다. 공산주의의 이상성이 현실에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자본주의가 전 세계적으로, 심지어 사회주의 국가까지도 자본주의를 차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이해도를 좀 높이고 싶었다.
이 책에서는 인류 역사적 접근을 통한 자본주의의 기본개념부터 어떻게 금융지배가 이루어지게 되었고 현재 상황에 이르게 되었는지, 그리고 자본주의 시장에서의 소비심리가 어떻게 사회전반을 지배하고 있는지 등을 전문가들의 인터뷰 인용과 함께 자세히 풀고 있다. 일독으로는 완전히 이해하기는 쉽지 않은 내용이고 한 번 더 읽을 요량으로 별도의 리뷰는 아직 작성하지 않았다.
당신도 느리게 나이들 수 있습니다, by 정희원. 자기 계발. (오디오북)
건강한 삶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읽어볼 만한 책이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의학용어들이 익숙지 않아 어렵게 느껴지긴 하지만 전체 내용을 파악하는데 영향을 줄 정도의 중요한 정보는 아니다. 그보다는 저자가 언급하는 건강한 생활습관과 마음가짐에 집중해 읽어볼 필요가 있는 책이다.
지난여름 한국 방문에서 만난 예전 직장 친구들을 보면서 어디에 가치를 두는 삶이 행복하고 건강한 삶일까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지위, 경제적인 풍요로움, 거기에 그를 밖으로 내보이는 사회풍토. 어쩌면 경기장에서 내려온 사람이기에 한 걸음 물러나 바라보다 보니 이런 생각을 가질 수도 있지만, 치열한 경쟁으로 이룬 물질적 풍요가 건강한 삶을 거기에 더해 행복한 삶을 가져다주진 않을 거란 생각을 다시금 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노화를 받아들여가는 과정이다. 건강한 습관을 통해 신체/정신적 노화를 늦춰가고 싶은 바람이다. 오래 살고 싶은 욕심이 아닌, 건강하게 스스로를 책임지고 돌볼 수 있는 상태로 삶을 마감하고 싶은 욕심으로 읽은 책이다.
천명관 작가 다운 문체의 쉽게 읽히는 소설이다. 액션 누아르 무비가 떠오르기도 하고 내 고향인 인천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중간중간 언급되는 지역들이 아련하게 기억에 떠오르기도 했다. 가볍게 읽기 좋은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