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주 1회 채소를 다듬는 동안 떠오른 생각을 이모저모 공유합니다.
하지에는 봄에 심은 감자, 햇감자를 수확하는 시기인 만큼 감자 다듬기에 대해 이야기해볼게요.
감자 다듬기의 핵심은 단연 '껍질 벗기기'. 겉 표면의 흙은 흐르는 물에 씻어내고 오른손잡이인 저는 왼손에 감자 하나를 꼭 쥡니다. 이때 왼손에 살짝 힘을 줘봅니다. 단단하고 묵직한 그 느낌에서 신선함을 확신하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손안에 쏙 들어오는 작은 크기의 감자를 만나면 '기껏 어렵게 깎아도 누구 코에 붙이나' 능청도 떨어봅니다. 드디어 감자칼을 들어 적당히 힘을 주며 쓱 밀어봅니다. 감자칼이 헛돌지 않고 껍질이 잘 깎여 툭툭 싱크대 아래로 떨어질 때의 쾌감이란! 감자칼은 위험하다면서 본인은 아무렇지 않게 쓱쓱 껍질을 벗겨내던 엄마의 모습을 나 자신에게서 발견한 것 같습니다. 어라, 나 어른이 된 건가? 그래도 방심하면 안 됩니다. 감자가 작으면 작을수록 남은 껍질이 얼마 남지 않을수록 감자 깎기의 난이도는 높아집니다. 몇 번 감자를 싱크대로 놓쳐서 물로 다시 씻어 내며 속도와 힘 조절을 하며 남은 껍질을 벗깁니다. 감자의 씨눈을 감자칼로 다듬기에는 아직 실력이 미천하여 작은 과도로 도려냅니다. 완성! 솔직히 드문드문 작은 껍질이 남아있기도
하지만 이 정도면 만족입니다. 엄마가 하는 일을 나도 할 줄 알게 되었다는 게 묘하게 기분이 좋습니다. 어른이 된 것 같습니다.
P.S. 감자칼은 당근, 오이 등 모두 깎을 수 있는데 왜 감자칼이라 불릴까요? 감자칼 입장에서는 본인의 역량을 다 인정받지 못하고 억울하지 않을까요? 악어랑 계속 얽혀 본명은 잃고 악어새라고 불리는 이집트물떼새처럼요.
적어도 주 1회 채소를 다듬는 동안 떠오른 생각을 이모저모 공유합니다.
이 시간과 생각이 제철, 식물에 가까워지고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힐링 모먼트라 믿고
여러분도 손수 채소를 다듬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