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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oocation Sep 23. 2024

처서: 애호박을 다듬다 <취향 뭐 그게 별건가>

적어도 주 1회 채소를 다듬는 동안 떠오른 생각을 이모저모 공유합니다.



살면서 덥다는 말을 가장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더운 날씨에 만사가 귀찮아지니 간단 레시피를 애용하게 됩니다. 그중 올여름 제가 홀딱 반한 레시피가 있어서 여러분에게도 소개하고자 해요. 바로 ‘애호박전’입니다. 

예로부터 처서를 맞이해 애호박 칼국수를 즐겨 먹었다고 하는데 칼국수 먹기에는 아직 날씨가 더우니 애호박전이 더 찰떡이지 않을까 싶어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애호박 부침’과는 다른 매력을 가진 음식이고 전을 부치기 위해서 반죽 농도를 맞추는 번거로움은 최소화된 레시피랍니다. 또한 라이스페이퍼를 활용하기 때문에 전 뒤집기에 자신이 없는 분들에게도 추천합니다. 


   

준비물 : 애호박 1개, 라이스페이퍼 2장, 소금 1t, 체다치즈 1~2장

1.채를 썬 애호박에 소금을 넣고 15분 정도 절여 숨을 죽여요. 

2. 애호박의 물기를 꽉 짜줍니다. 

3. 기름을 두른 팬에 라이스페이퍼 1장을 깔고 그 위에 애호박을 펴 올려줍니다.

4. 그 위에 체다치즈 그리고 다시 물에 한 번 적신 라이스페이퍼를 올려 내용물을 잘 싸줍니다. 

5. 노릇노릇하게 구워서 케첩에 찍어 먹으면 끝! 

Tip. 달걀을 애호박을 같이 무치기도 하고 새우를 넣어 먹어도 맛있어요! 



자, 간단하고 맛있게 요리하기 전 ‘애호박’을 다듬어 볼까요? 애호박은 말 그대로 어린 호박을 뜻하며 껍질과 속 모두 연하고 부드럽습니다. 그래서 별도로 겉껍질을 벗길 필요도 없고 속 부분 역시 그대로 식재료로 즐기면 되죠. 

매끈한 표면을 물로 쓱쓱 닦아 꼭지 부분을 툭! 하고 잘라내고 용도에 맞춰서 썰어내면 됩니다. 애호박은 잘 썰리기 때문에 원하는 모양으로 척척 썰어내기에 제격입니다. 수월한 칼질에 꼭 요리 고수가 된 것 같은 기분까지 듭니다. 

저는 보통 3가지 방법으로 애호박을 다듬었어요. 먼저 동그랗게, 두 번째 반달 모양 마지막으로 부채꼴 모양으로 말이죠. 애호박전을 위해 처음으로 애호박채를 썰어보았는데 그게 얼마나 놀랍던지. ‘뭐? 애호박으로 채를 썰어?’ 


아,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저의 애호박 자르기 공식에는 영양학적인 근거, 음식 맛에 따른 근거가 전혀 없습니다. 

저의 취향이 담겨 있죠. (애호박과 취향이라는 단어 조합이 꽤 신선하죠?) 

반달 모양의 애호박은 저의 참치김치찌개로 들어갑니다. 저는 참치김치찌개 속 애호박을 밥에 으깨서 국물과 자작하게 비벼 먹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죠. 

된장찌개를 먹을 때는 비슷한 크기로 자른 양파, 버섯 등 다른 채소와 함께 한 입에 와구와구 먹는 식감을 즐기기 때문에 그보다 작은 부채꼴 모양으로 잘라내죠. 

그리고 이 취향을 언제든 즐길 수 있도록 애호박 보관을 위한 냉동용으로 동그랗게만 잘라놓습니다. 애호박 하나를 먹어도 내가 좋아하는 느낌과 방법을 의식하여 알고 즐기는 것. 이게 요즘 흔히 이야기하는 ‘취향’, ‘라이프스타일’이 아닐까요? 


p.s 애호박 다듬기에서 가장 번거로운 부분은 아무래도 비닐 벗기기가 아닐까 싶어요. 애호박을 감싸고 있는 이 비닐은 ‘인큐비닐’ 이라고 하는데요. 균일한 상품성을 유지하기 위해 어린 애호박에 비닐을 처음부터 씌워서 키운다고 합니다. 텃밭에서 인큐비닐 없이 애호박을 직접 키워보니 오동통하고 살짝 울퉁불퉁한 애호박으로 자라긴 하지만 신선함, 맛의 차이는 못 느꼈어요. 버려지는 비닐에 따른 환경오염을 생각한다면 이 비닐 꼭 필요한 걸까? 라는 회의가 들기도 합니다. 



적어도 주 1회 채소를 다듬는 동안 떠오른 생각을 이모저모 공유합니다.  

이 시간과 생각이 제철, 식물에 가까워지고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힐링 모먼트라 믿고

여러분도 손수 채소를 다듬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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