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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oocation Sep 18. 2024

대서: 가지를 다듬다 <직접 겪어봐야아는 것들>

적어도 주 1회 채소를 다듬는 동안 떠오른 생각을 이모저모 공유합니다.

여름답게 푹푹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는 요즘입니다. 이 더위가 짜증스럽기도 하지만 텃밭을 가꾸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그 계절에 그 계절다운 공기, 온도, 습도가 때마다 돌아오는 게 반갑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절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 역시 텃밭을 경작하기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그전까지는 따뜻-더움-시원-추움 크게 4개의 큰 덩어리로 구분되던 시간들이 자연의 흐름에 맞춰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더 잘게 잘게 나눠지기 시작했죠. 2평 남짓의 작은 텃밭에 1년이 오롯이 흘러가는 모습을 보면 또 하나의 세계가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작은 세계에서 3번의 여름을 보내고 있습니다. 여름은 모기, 더위, 햇볕, 장마로 경작의 하드코어 시기라고 할 수 있지만 봄에 심었던 열매채소들을 수확할 수 있는 말 그대로 결실 ‘맺을 결(結)’ ‘열매 실(實)’ 을 맺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눈뜨면 쑥쑥 자라 있는 잎채소들도 물론 수확의 기쁨을 주지만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고 점점 무럭무럭 자란 그 열매채소를 수확하는 게 저는 훨씬 배가 부른 느낌이 들더라고요. 감정적인 포만감이랄까요? 


그리고 오늘 함께 다듬어 볼 채소는 그중 ‘가지’입니다. 가지는 약간의 가지치기만 제외하면 손이 많이 안 가고 혼자서도 잘 자라는 저의 텃밭 여름 에이스입니다. 조금만 수확시기를 놓치면 팔뚝만큼 긴 가지가 땅에 닿을 기세로 주렁주렁 달려 있죠. 뿌듯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옵니다. 솔직히 가지를 다듬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가지 몸통을 물로 뽀득뽀득 닦아주고 물기를 닦아줍니다. 그리고 가지 하나하나 키친타월에 돌돌 말아서 지퍼백에 넣으면 끝! 음식을 할 때는 따로 껍질을 벗기거나 할 필요가 없으니 이렇게 간편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복병이 숨어 있습니다.


 바로 ‘가시’. 여러분은 ‘가지’에 ‘가시’가 있다는 걸 아셨나요? 전 가지를 수확하기 위해 줄기와 꼭지를 잡았다가 ‘아얏! 느껴진 찌르르한 통증을 느끼며 가지에 가시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매끈한 가지의 자태를 보며 가시가 있을 거라고 상상도 못 했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제가 먹은 가지에는 줄기가 없었으니까요. 가지를 다듬을 때 물로 닦아주기 전 꼭지 부분을 가장 먼저 잘라냅니다. 잘린 꼭지 부분을 보니 작은 가시가 송송송 박혀 있는 게 그제야 보입니다. 


가지를 다듬으면서 ‘경험’의 가치를 생각하게 됩니다. 아마 전 텃밭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가지를 키우고 다듬어보지 않았으면 가시의 존재에 대해서는 아마 평생 몰랐을 것입니다. 역시 직접 겪어봐야만 알 수 있고 그만큼 보이는 게 많아진다는 뻔한 진리를 새삼스럽게 깨닫습니다. 우리가 모르고 사는 것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그리고 몰랐던 사실을 하나하나 발견해 나가는 과정과 경험이 얼마나 재미있을까요? 정말 가지가지 ��경험하면서 살아야겠습니다. 


P.S. 가지, 가시 꼭 힙합 가사 라임 같네요. 뿌.뿌.뿌.뿌우~



적어도 주 1회 채소를 다듬는 동안 떠오른 생각을 이모저모 공유합니다.  

이 시간과 생각이 제철, 식물에 가까워지고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힐링 모먼트라 믿고

여러분도 손수 채소를 다듬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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