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만으로 가치가 있을까 2

‘나’라는 존재가 불러온 나비효과

by 담해윤


*12화 <존재만으로 가치가 있을까>를 먼저 읽고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지난 글 <존재만으로 가치가 있을까>에서는 사람은 어느 정도 존재만으로 가치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 글을 쓴 이후로도 그 주제에 대한 생각이 이어졌다. 내가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무언가를 주지 않는다면 ‘나’로서의 가치가 없는가? 하지만 일상적이고 작은 행동들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끼쳤던 경험을 떠올리며, ‘나의 소소한 행동이 타인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면 존재로서도 충분히 가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은 오늘 하루 무엇을 했는가? 나는 집안일을 하고, 고양이를 돌보고, 인터넷 쇼핑몰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샀다. 오늘 나의 일과를 하나의 기준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선의의 행동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다. 여기서 선의의 행동은 집안일을 한 것과 고양이를 돌본 것이다. 분류 기준으로 명확히 구분하자면 인터넷으로 소비를 한 행위는 선의의 행동은 아니다. 하지만 더 넓은 범위에서는 어떨까? 어쩌면 이 행위도 가치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우선 내가 한 선의의 행동부터 살펴보자. 고양이를 돌보면 누가 영향을 받을까? 바로 돌봄을 받는 고양이다. 내가 제공하는 하루 네다섯 번 의 사냥놀이, 두 번의 화장실 청소, 때에 맞는 간식과 물, 그리고 건강한 사료는 고양이가 만족스럽고 행복한 삶을 살도록 만든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선의의 확장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좁은 범위에서 수혜자는 고양이지만 넓은 범위에서는 더 많은 사람들이 해당될 수 있다. 적재적소에 맞는 돌봄을 받은 고양이는 하루 종일 울거나, 가구를 긁거나, 물건을 일부러 떨어뜨리며 다른 가족들을 괴롭히지 않는다. 나를 제외한 가족들은 별다른 노력 없이 귀여운 고양이를 보며 행복감을 얻는다. 또한 이런 행복감을 얻은 가족이 다른 누군가에게 선의를 베풀며 확산시킬 수 있다.



반면, 선한 의도가 아닌 개인적인 욕구에 의해 한 소비도 경제적 가치를 만들 수 있다. 나의 소비로 오늘 어느 매장의 매출을 올렸다. 언젠가 매출이 더 오르면 새 직원을 고용하여 일자리를 창출할 수도 있다. 또한 사장의 소비가 늘어나 경제 순환이 촉진될 수도 있다.



물론 한 번의 돌봄과 소비로 단기간에 이런 일이 생겨날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내 행동들이 반복되거나 혹은 누군가 나와 비슷한 행동을 한다면 어떨까? 이런 행위가 반복되면, 얇은 면이 겹겹이 쌓여 부푸는 페이스트리 반죽과 같은 나비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그렇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가? 그것도 아니다. 당신이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순간, 당신의 모든 행동은 의미를 갖는다. 만약 당신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모습을 누군가 본다고 생각해 보자. ‘서른 살이 넘어도 꼭 일을 하라는 법은 없구나.’하며 기준점을 삼거나 데이터화할 것이다. 혹은 반면교사하며 ‘나는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누군가가 당신을 긍정적으로든 혹은 부정적으로든 보는 관점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저 당신이 어떤 식으로든 가치를 만들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어떤 가치를 어떤 방향으로 창출할지는 당신의 몫이지만, 이미 태어나서 세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여러분은 가치가 있다. 여러분의 반려동물, 주변 사람, 자주 가는 매장뿐만 아니라 저 멀리 떨어진 지구 반대편 누군가에게도 미미하면서도 거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당신의 존재는 무의미하지 않다. 세상에 존재하는, 혹은 존재했던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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